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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읽은 책들

바이오매니아 2013. 1. 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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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니 2012년엔 정말 책을 읽지 않았군요. 한 달에 딱 한 권 꼴이네요. 매년 연말에 그 해에 읽은 책들을 정리하는데 지난 3년 가운데 최저수준이네요. ㅠㅠ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2012년엔 총선과 대선, 그 외에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들로, 책보다는 다른 일에 더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수십권을 샀는데 그냥 책상위에 던져놓거나 읽다 그만둔 책들이 많네요. 그래서 2013년에는 인터넷을 줄이고 적어도 20권 이상의 책을 읽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저도 요즘 저를 잘 믿지 못하겠습니다. 

올해 추천하고 싶은 책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결국엔 못하고 말았네요. 제가 2012년도에 몇 군데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과학 도서를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추천하는 책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불량 의학>, 그리고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이하 불량지식) 이 세 권입니다. 앞의 두 책은 외국인들이 지은 책이지만 <불량지식>은 국내 저자가 지은 책이죠. 지은이 최낙언 선생님에 대해서는 우측 하단의 링크에 있듯이 "최낙언의 식품정보"라는 홈페이지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홈페이지의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쉽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실테니 책을 사서 읽어보시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최근에는 동아일보 등에 글도 쓰시는 것으로 압니다. 전에 어떤 출판사에서 제게 책을 쓰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어서 생각해보다가 이 책이 나왔길래 접었습니다.


물론 이런 책들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지나치게 과학 중심이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구요. 특히 건강 관련 책을 찾아볼 정도로 건강이나 식품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자연주의, 유기농, 채식, 생태주의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좀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제 블로그의 상당수 글들도 그럴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그래도 저는 과학적 지식도 충분히 들으시고 다른 책들도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먹는데 편식이 나쁘듯이 지식도 한쪽에 치우치면 좋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게 올해 가장 좋았던 책은 <신의 언어>이었습니다. 출판된지 꽤 지난 책이고 사 놓은지도 수 년이 지났는데 올해에야 읽었네요. 사실 스페인에 학회 다녀오는 중에 비행기에서 주로 읽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신의 언어>은 크리스천 과학자 프란시스 콜린스의 책입니다. 콜린스가 누구냐면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의 총책임자였죠. 중간에 크레이그 벤터가 끼어들어서 고생을 좀 했지만 말입니다. 

2000년 6월 26일 HGP 초안 발표 당시의 우 콜린스와 좌 벤터


요즘 세상에서 기독교와 과학은 상반되는 개념처럼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다 (순전히 미국식) 창조과학자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교회 내에선 (순전히 미국식) 창조과학자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죠. 하지만 <신의 언어>에서 성실한 과학자이자 기독교인인 콜린스는 이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어떻게 통합가능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와 과학하면 '도킨스와 창조과학자'가 떠오르신 다면 이 책을 권합니다.


한 때 이와 관련된 책들을 마구 읽다가 최근 한 10년 정도는 이 주제의 업데이트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신의 언어>을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중에 <신의 언어>이 조금 어렵다면 서울대 우종학 교수님의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아마 좀 더 쉽게 기독교와 과학의 문제를 생각해보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미국 보스가 예일대 교수 시절 콜린스를 지도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기독교(개신교)와 과학의 문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기독교와 한국 사회의 문제죠. 개신교가 한국 사회의 등불이 되기는 커녕 어둠이 되어 간다는 비판을 안팎으로부터  받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갑각류 크리스천>, <청년아, 때가 찼다>, <다시, 프로테스탄트> 등의 책들이 저는 매우 반가웠습니다. 물론 읽으면서 아프기도 했구요. 뭐 남들 비판하는 이야기로만 들을 수는 없지요. 교회가 한 몸이니 일부(?)의 잘못도 우리의 잘못이니까요. 


아무튼 2013년에는 정말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원래 경향신문 과학 칼럼 그만 두면 외부 기고나 트위터, 페북, 블로그 다 정리하고 책읽고 책쓰는 일이나 해볼까 했는데 의외로 짤리지 않고 오래가는 바람에 계속 답없는 고민만 몇 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1주일에 책 한 권"이 목표였는데(지켜본 적은 별로 없지만) 올해는 2주일에 한 권이라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아래는 2012년 읽은 책들에 대한 단상을 간단히 정리해 본 것입니다. (<욕망해도 괜찮아>는 사실 책으로 읽지 않고 김두식 교수님이 블로그에 연재하실 때 읽었습니다. 책을 사지 않아서 죄송하군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최낙언, 지호) : 쏟아지는 식품 정보들 속에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기에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을 제시하는 책.  


미각의 제국 (황교익, 도서출판 따비) : 함석헌과 김훈처럼 단문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식품을 과학으로 보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이다 .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어크로스) :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순창 고추장의 문제를 가지고 풀다니! 내가 예전 벤처기업 다닐 때 이원재 소장 덕분에 GMAT책 사고 MBA를 해볼까 고민을 했었는데, MIT 슬론에 유학가서 SERI에 들어갔다가 한겨레를 거쳐 경제연구소소장, 안철수 캠프까지... 그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푸른숲) : 기자란 누구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 책 속에는 주기자가 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단 한 명의 추천의 글조차 없는 그냥 날 것 그대로의 그의 음성을 듣게 된다.


청년아 때가 찼다 (김형국, 죠이선교회) : 보수적인 신앙인들에게 내세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진보적인 신앙인들에게 현세적이기만 한 것도 아닌 양자를 아우르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청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조금 더 자세한 후기는 여기를 클릭!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조병국, 삼성출판사) :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발견된 아이"를 향한 한 크리스천 의사의 일생을 통해 인간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게 된다. 조금 더 자세한 후기는 여기를 클릭  


갑각류 크리스천 (옥성호, TERITOS) : 한국 교회에 대한 무차별 난타 한마당. 뭔가 좀 더 깊이있는 통찰이 아쉽지만 신앙의 비본질적인 것에 매여있지는 않은지 우리에게 여러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특히 16장 '설교자냐 교회 CEO냐'는 나의 상황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달변가"가 좋은 선생은 아니다. 

오늘날 회심은,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이른바 '콜링(calling)'은 음악이 없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음악이 없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람이 음악이 만들어주는 분위기에 휩쓸려자리에서 일러나는 것이 오늘날 콜링에 응답하는 사람들, 회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게 과연 성령의 역사일까? 아니면 음악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작용일까? 콜링만이 아니다. 요즘 들어서는 신유 집회에도 발라드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발라드 풍의 찬양이 없으면 회심도 못하지만 병 고치기도 힘들어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교보문고의 어느 직원이 기독교 출판계의 불황 이유를 이렇게 꼬집었다. '사람들이 성경을 안 사요. 그러니까 덩달아 기독교 책들도 안 팔리죠. 교회에서 성경 구절을 스크린에 죄다 쏴 주니까 성경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잖아요? 보통 사람들이 성경 사러 와서 기독교 책들도 몇 권 같이 사고 그랬거든요.

의자놀이 (공지영, 휴머니스트) : 공지영에 대한 호불호, 또는 이선옥-하종강과의 논쟁에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쌍용차 문제에 대한 기록은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환기도!  

이제는 철학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 다시 온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삶이 무엇 때문에 지속된다고 생각하는지, 인간의 노동이 무엇인지, 인간은 진정 무엇으로 고난을 이겨내는지 그런 철학 말이다.

닥터스 블로그 (코리아헬스로그, 청년의사) : 인터넷 블로그의 건강상식 모음보다는 전문가들이 이런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클릭! 


신의 언어 (프란시스 콜린스, 김영사) : 기독교인으로서 과학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 또는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과학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다시, 프로테스탄트 (양희송, 복 있는 사람) : 나랑 거의 동시대를 살아온 복음주의 운동가의 비텐베르크 성벽 대자보. 여기에 대해서는 다시 써야할 듯. 

언어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수준'이라도 전투적 언어로 점철된 신앙언어는 공격적 심성을 배양하고, 이런 '인식론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개신교의 신앙언어에서 '사랑, 평화, 화해, 용서, 희생, 회개, 낮아짐' 같은 말은 밀려나고. '전쟁, 승리, 정복, 영광, 권세'같은 말이 중심언어가 되었다는 것과 개신교의 '공격적 심성'은 무관하지 않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사계절) : 아쉽지만 왜 강신주, 강신주 하는지 이 책만 가지고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름조차 잊었던 많은 철학자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즐거움은 크다.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 창비) : 이 욕망이 들끓고 넘쳐나는 아수라장 속에서 정말 욕망해도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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