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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책 보고 하는 과학

바이오매니아 2013. 3. 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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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칼럼의 주제는 "책"입니다. 원래 1월 초에 쓰려고 했던 주제였는데 그 때는 제목이 "책 보지 말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어째 저째 뒤로 밀리면서 제목은 약간 순화되었고 하고 싶은 말은 주체할 수 없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원고지 12장에 밀어넣기에는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려 글 쓰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글을 써놓고 이것 저것 잘라내는데 애를 먹었죠.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히 말하자면 이겁니다. 


1. 엉터리 같은 책 좀 보지 말자 (특히 건강 관련 책들), 

2. 과학 지식은 업데이트 하자, 

3. 과학자는 논문으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간단한 것인데 왜 꼭 원고를 보내고 나서야 이렇게 잘 정리가 되는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 블로그를 자주 찾으시는 분들에겐 여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하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칼럼 본문에 엉터리 같은 책 이름들을 전부 나열하고 싶었지만 지면 관계상 간단 간단히 그 특징들만 언급하고 말았네요. 본문을 줄이느라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같은 책은 빠지는 영광을 누렸구요. 하지만 제가 평소에 추천하고 싶었던 책 세 권을 언급한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렇다고 뭐 책이 좀 더 팔리거나 하진 않겠지만요.ㅎㅎ 

 

의학, 화학, 식품과 관련해서 제가 추천하는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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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혹시 위 칼럼에 나오는 영화평이 어떤 영화에 대한 평인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눌러 주세요!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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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책 보고 하는 과학

모 영화잡지의 짤막한 20자 영화평 중 잊지 못하는 평이 있다. “책 보며 찍은 영화”라는 평이다. 그런데 이 평은 호평이었을까, 혹평이었을까? 분명 책을 봤다는 것은 공부를 했다는 뜻일 텐데 아쉽게도 영화는 혹평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책에서 보고 읽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동서고금에 책은 공부와 학문의 대명사였다. 자고로 자녀가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하지만 책 쓰는 것이 패션이라고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다양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책은 좋은 선생 노릇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나쁜 가이드 역할도 한다. 과학에서는 특히 그렇다.

대부분의 학문은 축적적이지만 재현 가능한 사실을 다루는 과학은 특히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거나 교정되거나 좀 더 엄밀해진다. 드물게 사실과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을 하는 사람은 계속 새로운 정보와 사실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때 교과서에 실렸던 혀의 맛 지도는 19세기 말에 주창되었던 것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맛은 혀의 어느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다. 20세기 초에 주창되었던 산성 식품과 알칼리성 식품의 구분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 정상적인 사람에게서 체액의 수소이온농도(pH)는 식품의 pH에 의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포도당 한 분자를 산화시켜 만들어내는 에너지 물질(ATP)의 개수는 내가 대학 시절 배웠던 것과 다르며 생물 분류는 계속 바뀌고 있다.

따라서 책에 쓰여 있다고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된다. 한때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책과 함께 상어 연골에 대한 연구가 붐을 이뤘으나 임상시험 결과 항암 효과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역, 볼거리, 풍진을 한꺼번에 막아주는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논문도 조작된 것으로 판정되었다. 유전자변형 콩을 먹은 쥐들의 불임이나 사산율이 높다는 발표도 거의 대부분 부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은 선정성으로 무장한 상업적 책들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가끔 대중 강연을 하다보면 정작 알아야 할 기초적이고 중요한 과학 지식보다는 설탕이 마약보다 나쁘다느니, 밀가루가 100가지 질병의 원인이라느니, 면역력만 높이면 모든 질병이 낫는다는 식의 ‘불량 지식’이 과학의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그래서 간단히 약을 쓰면 될 병을 키우고, 자연 치유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괴롭히는 부모까지 있다. 내가 처음 대중을 대상으로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존경할 만한 어떤 분이 자기 자녀에게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몇 달을 고생시킨 이야기를 읽고 나서부터다.

특히 이런 불량 지식들이 나쁜 것은 병들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내 블로그에 항암치료 중에 어떤 식품이나 보조제를 먹어도 되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는 한 달 이용 가격이 수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인 제품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적 근거는 희박하고 연구된 논문은 거의 없으며 선전 책자 같은 책 속에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능과 사용례들만 잔뜩 쓰여 있다.

사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책을 읽지 않고 논문을 읽는다. 그것도 비판적으로 읽는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기보다는 사실일 경우와 아닐 경우 양쪽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실험을 통해 실증해 나간다. 이 때문에 성실한 과학자는 단정적이지 않다. 게다가 뛰어난 과학자는 책을 쓸 시간도 거의 없다. 어쩌면 그래서 이상한 책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쁜 책이 있다는 것이다. 책은 힘이 세다.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는 방송이라지만 방송은 쉽게 잊힌다. 하지만 방송도 문자화되는 순간 검색되고 인용되고 재발견된다. 또한 방송의 소재들도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좋은 책을 쓰고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 과문해서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으나 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불량 의학>, 화학에 관심이 있다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식품에 관심이 있다면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를 권하고 싶다. 선정성과 상업성보다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는 책들이다. 

지난달 딸아이 졸업식에서 오랜만에 들은 노랫말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고.” 하지만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과학을 공부하려면 말이다. 이전 책은 지나갔으니 새 책을 봐야 한다. 논문을 보면 더 좋다. 과학은 책 보며 하는 것이 아니다.

<이한승 |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입력 : 2013-03-03 21:03:48수정 : 2013-03-03 23: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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