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든 것

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책 영화 음악 그리고

폴 토마스 앤더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관람 후 단상

바이오매니아 2025. 10. 23. 17:53
반응형

0. 폴 토마스 앤더슨 (줄여서 PTA)의 신작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줄여서 OBAA)를 감상. <리코리쉬 피자>를 제외하고 그의 장편 전작을 다 보고 제 맘대로 PTA를 '도른자' 감독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도 확실히 도른자답게 미친 영화를 하나 만들었네요. 

 

1. 왜 폴 토마스 앤더슨을 PTA라고 부르냐, 잘난 척 하는 거냐, 라는 이야기가 있나본데, 그건 폴 앤더슨이라는 또 다른 감독이 있어서 그러는 측면이 있습니다. 폴 앤더슨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감독이자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 

 

이건 폴 토마스 앤더슨이 아니라 폴 앤더슨이 아내를 주연으로 만든 영화

 

 

이하 스포일러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2. PTA 영화의 특징이라면 정말 뭔가 좀 '도른자'가 주인공이라는 건데, 이 번 OBAA에서도 예외 없이 도른자들이 나옵니다. 그나마 주인공의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그가 엄마의 길을 가지 않을지는 잘 모르는 것.

 

3. 이 영화의 특징은 다 뒤집어 버리는 것. 러닝 타임이 2시간 40분인데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예상을 다 뒤집어 이게 도대체 어디로 가는 이야기인지 잘 가늠이 안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 다 뒤집어 버리는 예. 원수에게 딸을 납치당한 아버지의 이야기? 그거 <테이큰>인가 싶지만, 아버지는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그냥 사건의 뒤만 따라다니는 사람. 심지어 나중에 딸에게 총 맞는 것 아닌지 가슴 졸이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미국 사회를 뒤집는 혁명 단체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이건 뭐 전략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은행이나 터는 도파민 중독자 인간들. 그럼 멋진 여전사 이야기인가 싶은데 그 여전사는 바람 피워 남의 애 낳고 도망가고는 이후에 등장도 안함. 암만 그래도 뭔가 호쾌한 액션이나 총격전은 있겠지 싶지만, 대부분 사건은 총 한 방, 또는 몇 방으로 끝!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 주장합니다. 

 

5. 설치고 다니는 기성세대 주인공은 다 비호감에 일을 망치는 멍청이들인데, 조연들은 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재밌는 점.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베니시오 델 토로는 약간 사기캐 느낌. 

 

<시카리오>의 알레한드로 아저씨 맞습니까?

 

 

6. 그나마 주인공 중에선 딸 윌라만 제 역할을 하는데, 뭔가 말만 앞서고 자기 욕망도 주체 못하며 제멋대로인 멍청한 기성세대는 실패했으니, 다음 세대인 너희가 좀 잘 해봐라, 라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잘 될까요? ㅎㅎ) 

 

7. 최근 헐리웃 사회파(?)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는 현재 미국 보수주의자들을 그들이 욕하는 변태(?)로 그린다는 것. <브루탈리스트>, <돈 룩 업>, <어프렌티스> 등등

 

8. 숀 펜이 연기한 악인 이름이 락죠(Lockjaw)인데, 턱(jaw)에 Lock이 걸려서 입을 벌릴 수 없다는 의미. 파상풍을 lockjaw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파상풍균에 감염되면 신경독소(테타노스파스민)이 신경계에 작용하여 근육 경련 및 경직을 일으켜 입을 벌리기 어렵기 때문. 아무튼 결국 락죠가 사고를 당해서 턱이 다 망가진다는 측면에서 웃음 포인트.

 

숀 펜이 연기한 스티븐 락죠

 

9. <어쩔수가없다>에서 주인공 만수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던데, 솔직히 미국에서 이런 혁명 조직이 활동하는 것, 그것도 16년이나 활동한다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저는 영화보는 내내 감독이 좀 장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10. 수녀원에서 총쏘고 어쩌고 하는 건 하고 싶은 건 해야하는 작가주의 감독의 특징이고 살짝 박찬욱의 느낌. 아마 <어쩔수가없다>를 직전에 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숨어 사는 수녀님들이 그렇게 대놓고 총 쏘는 연습을 한다구요? 뭐 미국이니까 가능한 건가?

 

수녀원에 숨어서(?) 기관총 연습을?

 

 

11. 마지막 엄마의 편지는 없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지? 이게 PTA가 대중성을 위해 선택한 것인지 궁금하더군요. 

 

12.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Christmas Adventurers Club)을 모험가 대신 C로 시작하고 K 발음 나는 단어(예를 들면 conqueror?)를 사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네요. K 발음이 잇달아 KKK 느낌의 인종주의자 느낌을 살릴 수도 있고. 아무튼 이 단체가 크리스마스와 성 니콜라이(산타클로스)를 숭배하는 것도 웃음 포인트. 경건한(?) 기독교인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이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고 크리스마스는 예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함. 이들이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임을 보여주는 것. 

 

13. 마지막에 가스로 락죠를 죽이고 불에 태우는 건 명백하게 나치를 연상시키는 감독의 조롱.

 

14. 영화 하일라이트인 자동차 추격 장면에선 멀미 나서 화면을 몇 번 외면함. 비스타비전 필름 카메라로 엄청 줌을 당겨서 찍었나본데, 가장 느린 카 체이싱이자 가장 느리면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 즉흥적으로 찍었다던데,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

 

15.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은 곳은 캘리포니아주 보레고 스프링스 인근의 텍사스 딥(Texas Dip)이라는 곳이라는데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가보고 싶네요.

 

자동차 추격 장면을 찍은 텍사스 딥 지역

 

 

16. 간이 친자확인 키트는 생물학 전공자들에게 좀 까여야 할 듯. 아가로스 젤을 즉석에서? 멋진데? ㅎㅎㅎ

 

17. OBAA가 이렇게 상찬되는 이유 중에는 아무래도 요즘 미국의 상황이 크지 않나 생각하는데, 한쪽 편의 환호를 받을지는 몰라도, 뭔가 진지하게 문제를 생각하도록 만들지는 않지 않냐는 점이 제게는 아쉬운 포인트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돈 룩 업> 생각이 많이 났네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