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처음으로 항진균제 내성 피부백선 확인 (feat. 좀비 곰팡이)
오늘 CNN 뉴스에 나온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항진균제 내성 피부백선 환자가 첫 보고 되었다고 합니다.
First US cases of treatment-resistant ringworm found in patients in New York City
피부 백선(ringworm)은 영어로 worm이 들어가니까 벌레에게 물렸거나 벌레에 의해 감염되는 건가 싶지만 실은 40여 종의 곰팡이(진균) 감염에 의해 발생합니다. 링웜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닌데, 이번엔 첫 항진균제 내성 케이스라는 것이고 Trichophyton indotineae라는 최근 발견된 곰팡이에 의해서 생겼다네요. 이 Trichophyton은 대표적인 피부곰팡이 (Dermatophytes)로 사람의 무좀균도 이 종류입니다.
사실 피부 곰팡이 감염은 사람을 죽일 정도로 치명적인 경우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 무좀(족부 백선)처럼 고생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감염병이죠. 특히 저개발국가 등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무좀 이외에도 다양한 피부 진균 감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치료약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점점 항진균제 내성균이 나오니까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죠.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진균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인 진균 감염 사망자는 매년 150만명 정도 되는데 주로 미개발 국가에서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소위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거든요.
이런 여파로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미국에서 항진균제 내성 진균감염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HBO의 "The Last of Us"라는 시리즈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선 곰팡이 감염이 인간을 좀비로 만든다는 설정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실제로 곰팡이가 동물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것입니다. 꼭 곰팡이가 아니더라도 감염되면 숙주의 행동이 변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광견병이라고 불리는 공수병(Rabies), 물을 무서워하게 되는 병입니다.
"The Last of Us"를 보진 못했지만 전해 듣기로는 좀비 곰팡이로 불리는 코르디셉스(Cordyceps)의 변종이 인간을 감염시켜서 좀비가 되는 설정같은데, 실제로 코르디셉스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고 위의 CNN 동영상에도 곰팡이의 머리를 뚫고 곰팡이의 포자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영상의 원본이 유튜브에 있는데 아래 동영상의 1:04부터 보시면 개미의 머리를 뚫고 곰팡이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런데 곤충을 뚫고 나오는 곰팡이를 잘 생각해보시면 뭔가 생각이 나시지 않나요? 우리 주변에 그런 곰팡이가 있지요. 그게 뭐냐면, 바로 동충하초입니다. 동충하초는 곤충을 숙주로 삼아 자라는 버섯류인데, 버섯도 곰팡이의 일종이죠. 그래서 동충하초가 바로 좀비 곰팡이의 일종이라는 좀 희한한 이야기입니다. 역시 무서움은 친숙함과 반비례한다고도 볼 수 있죠.ㅎㅎ 아래 동영상에 설명이 있으니까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이 영상은 자막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드라마와 진균 감염에 대한 사회적 위기감은 사실 기후위기, 지구온난화하고도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날씨가 더워지고 습해지면서 체온에서 잘 못자라던 곰팡이가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가고 있거든요. 그래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CNN 기사의 한 문장으로 마칠까 합니다.
"With the world growing warmer and wetter, scientists say we’ll probably see more fungal infections like this. The concern, of course, will be that even more will be resistant to mainstay treatments." (과학자들은 지구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습해짐에 따라 곰팡이 감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더 많은 곰팡이균이 주요 치료법에 내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