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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더 마에스트로, 2023년 여름 최고의 작품

바이오매니아 2023. 8. 7. 17:07
올 여름 화제작이 많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최고라고 칭송을 마지 않았던 <엔니오:더 마에스트로>를 드디어 극장에서 감상했습니다. 인디 영화 치고는 깜짝 흥행이라고도 하는데 상영관을 찾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현대 영화 음악의 산증인인 엔니오 모리꼬네 영감님의 일생을 연대기 순으로 자세히 설명하는영화였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 영감님 본인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인데 감독은 <시네마 천국>의 주세퍼 토르나토레입니다. 그런데 주세페 감독이 <시네마 천국>을 감독했을 때가 30대 초반으로 거의 데뷔작이었다고 하네요.ㅎㅎ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포스터
 
엔니오 영감님이 참여한 영화가 400편 좀 못된다는데, 초기에 참여한 이탈리아 영화들은 잘 몰라서 약간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이후로는 낯 익은 음악과 영화 장면이 글자 그대로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미션>이나 <시네마 천국> 등이 나올 때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치더군요. 감독이 <시네마 천국> 감독이라서 그런지 너무 금방 넘어 가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엔니오 영감님 하면 선율의 아름다움이 제일 먼저 기억나지만, 사실 초기부터 매우 실험적인 음악을 많이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음향에 가까운 소리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장면들도 기억에 납니다. 그리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를 촬영할 때 아예 음악을 먼저 받아서 현장에 틀어 놓고 배우들에게 그 감정으로 연기를 시켰다는 것도 재미있었네요.

 

 

<엔니오:더 마에스트로> 영화 속에는 엔니오 영감님이랑 관련된 수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같이 음악을 하는 퀸시 존스나 한스 짐머는 그렇다고 해도 부루스 스프링스틴이랑 메탈리카(제임스 헷필드)가 나올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메탈리카가 공연 시작할 때마다 엔니오 영감님이 만드신 <The extacy of Gold>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주제가)를 인트로로 연주한다고 하네요. 아래 링크 꼭꼭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Metallica - The Ecstasy Of Gold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도 락밴드가 엔니오 영감님의 곡을 연주한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부할2집에 Jill's Theme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수록곡)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정말 많이 들었던 곡인데 당시에는 아마 원작자 허락도 안받고 그냥 편곡해서 앨범에 실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ㅋㅋㅋ 
 
 
Jill's Theme (부활2집 중)

 

요즘 저는 뭘 보든 뭘 읽든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보면서도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전성기였던 엔니오 영감님(28년생)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존 윌리엄스(32년생), 퀸시 존스(33년생), 클린트 이스트우드(30년생) 모두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생의 마지막까지 제 할 일을 한 사람들이라서 좀 부러웠다고나 할까요. 저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분들
 
아무튼 이런 걸 좋은 영화라고 하는 것이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보고 와서 주말 동안 엔니오 영감님 노래만 찾아듣고 있으니까요.ㅎㅎ
 
 

참,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삽입된 쟌니 모란디의 노래 "In ginocchio da te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도 엔니오 영감님이 편곡하셨다더군요. 영화보며 괜히 한국인 인터뷰이도 하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습니다만 우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감님에게 지은 죄가 커서...ㅠㅠ

 

영화 <기생충> 삽입곡, In Ginocchio Da Te(당신 앞에 무릎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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