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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

바이오매니아 2023. 10. 20. 23:55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가 있는데 경상대 백승만 교수님의 약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최근 비만치료제 전쟁을 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위고비)의 인슐린 시대부터의 뒷 얘기가 참 흥미로웠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인슐린 발견으로 노벨상 받은 "대인배"와 당뇨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그 대인배에게서 허락을 받고 인슐린을 만든 "사랑꾼"에 대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언더스탠딩 -  없어서 못 파는 삭센다 위고비는 1달러에 만들어졌다? 백승만 경상국립대학교 약학과 교수

여기서 그 대인배는 의사 출신 프레데릭 밴팅(Frederick Banting)입니다. 캐나다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슐린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사람이죠. 밴팅은 토론토대학 매클라우드 교수 연구실을 빌려 개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했고 매클라우드 교수와 함께 논문을 써 둘이 같이 1923년, 딱 100년 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매클라우드 교수는 실질적으로 한 일이 별로 없고, 실험을 함께한 조교(조수?) 찰스 베스트랑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노벨상 상금도 찰스 베스트와 나눴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슐린 제조 특허권을 토론토 대학에 1달러(?)에 넘겼다죠. 그래서 대인배로 소개하신 것 같습니다.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프레데릭 밴팅과 존 매클라우드

 

게다가 밴팅은 의대생 시절 군의관으로서 자원해 1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훈장도 받았고, 자신과 함께 연구했으나 노벨상을 타지 못한 찰스 베스트와 밴딩 앤 베스트 연구소(Banting and Best Institute)를 만들고 소장을 지냈으며 2차대전 발발 후 다시 자원입대해서 1941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이죠. 그래서 아직도 캐나다에서 큰 존경을 받는 영웅이라고도 합니다. (역시 대인배!)

 

그럼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은 어떻게 되었는가. 밴팅에게서 인슐린 제조 특허권을 무상 양도 받은 토론토 대학은 그 특허권을 일라이-릴리(당시엔 그냥 릴리)에 넘겨서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밴팅 박사를 찾아온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19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우구스트 크로그였습니다. 크로그는 의사인 아내가 당뇨병 환자여서 밴팅의 인슐린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그래서 사랑꾼!), 모국인 덴마크에서 인슐린을 만들 수 있도록 밴팅에게 허락을 받았으며 그래서 크로그가 덴마크에 설립한 회사가 노보-노디스크의 뿌리가 된  Nordisk Insulinlaboratorium라고 합니다. 결국 엘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이 두 회사는 100년 전에 인슐린을 상업화해서 거대 제약기업이 되었고, 이렇게 인슐린으로 100년 넘게 경쟁하던 회사가 지금은 GLP-1 유사체로 당뇨병 치료제이자 비만치료제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거대 제약기업은 다양한 의약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들의 주력 분야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뇨병 치료제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위의 두 회사처럼, 항생제 페니실린을 상용화해서 성공한 화이자는 감염병 분야의 전통을 갖고 있고, 코로나 판데믹 시절에 그 진가를 발휘해서 백신과 치료제(팍스로비드)를 개발해서 큰 성공을 거뒀죠. (그 이야기는 길어지기 때문에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겠습니다.)

 

아무튼 요즘 당뇨/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조만간 이 이야기는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죠. 아마 정재훈 선생님의 <소식의 과학>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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