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인생은 여행
스위스에 대한 단상 (2023-10-28 ~ 11-02)
바이오매니아
2023. 11. 7. 06:31
지금 하고 있는 국제 과제 때문에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취리히 대학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연구 내용 발표도 하고 실험 방법 등도 배우고 왔는데,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서 스위스 구경도 좀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멋진 광경에 감탄 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길래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잘사는 나라입니다. 1인당 명목 GDP 10만불 넘는 세계 3위. 1인당 명목 GDP 1위가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인 것처럼 대부분 1인당 명목 GDP 상위 국가들이 작은 나라지만 스위스는 그 중에서 규모가 큰 나라에 속하죠.(국가 GDP로 20위권?)
2. 자연의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 많은 곳이 한마디로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보고 살면, 아둥바둥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관광으로 수입을 올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3. 하지만 이런 자연 환경이 예전엔 전혀 축복이 아니었고, 산지가 많아 농사도 목축도 힘들어, 먹고 살 게 없는 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였습니다. (세계최초 산악열차가 스위스에 만들어진 것도 이런 연유겠죠.)
4. 그래서 그 유명한 "스위스 용병"이 나왔답니다. 먹고 살 게 없으니 남의 나라 전쟁에 대신 참전해서 싸워줬다는 거죠. 심지어 지는 것이 뻔한 전쟁에서도 우리가 도망가면 우리 후손들이 용병으로 벌어 먹지 못한다고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5. 그 일면을 보여준 것이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기 위해서 전멸한 스위스 용병을 기린 루체른에 있다는 "빈사의 사자상"인데 그걸 못보고 와서 좀 서운했습니다. (퐁듀를 못먹고 온 것도!)
6. 한 지인이 스위스 소가 부럽더라는 말을 했는데, 정말로 동물들 팔자가 좋습니다. 언덕과 산에 방목하는 양과 소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음식도 치즈, 우유, 요거트 등등 유제품 비율이 훨씬 높은 것 같습나다. 물론 육축으로 빨리 키워 빨리 잡아 먹기 보다는 두고두고 이용하는 편이 나은 선택이겠죠.
7. 물가가 비쌉니다. 맥도날도 지수 세계 1위이고 케첩도 돈 주고 사야 한다고 하더군요. 보통 한끼가 20 스위스 프랑(대략 3만원)이 넘습니다. 규동 하나에 22 CHF 하더군요. 오히려 상대적으로 싼 것은 위스키 한 잔 가격인듯 싶었습니다. 한끼 식사 가격보다 싸니까 말이죠.ㅋㅋㅋ (모스코우 뮬 가격이 14 CHF, 라가불린 16년 17 CHF, 맥캘란 12년 CHF, 그것도 30ml가 아니라 40ml인데 말이죠!!!)
8. 호텔 체크인 하는데 Korea에서 왔다고 하니까 남이나 북이냐 물어봤습니다. 스위스는 중립국이라 북한 사람들도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김정은이 어렸을 적에 스위스에서 유학했다고 하죠.
9. 취리히 공대 출신인 아인슈타인의 단골 카페였다던가, 무솔리니, 레닌, 제임스 조이스 등이 이용했다는 카페 겸 바 오데온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사람이 정말 많은데, 대부분 정장 입은 서양인들이고 동양인은 저희 뿐이라 좀 신기한 느낌이었네요.
10. 세계적 부국인 스위스 교수님도 연구비 걱정을 하시더군요. 역시 연구비 걱정은 전세계 교수들 공통 사항인 모양입니다.ㅎㅎㅎ
(여담) 취리히의 Korean fine dining 식당인 "아카라카"에서 큰 환대를 받았습니다. 한 스위스 교포분이 한국에서 온 저희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주고 싶다고 와인을 한 병 서비스로 주셨고, 주인분도 귀한 이탈리아 그라파(브랜디 일종)를 나눠 주셔서 황송하고 감사했던 하루였네요. 식당 앞에 “Korean fine dining with live music”이라고 씌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성악을 전공하셨던 분이라 식사 중간 중간에 가곡이나 오페라 노래도 직접 불러 주시더군요. (식당 이름이 “아카라카”인 이유는 사장님이 서울의 K고등학교 출신이셔서 그렇게 지으셨다는데, 실은 제가 같은 재단의 K중학교 출신입니다. 엄청 젊어보이셨는데 저보다 두 살 많으셨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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