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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vs 젭바운드) 3차 대전 간단 정리

바이오매니아 2023. 11. 12. 23:24

지난 11월 8일 미국 FDA에서 일라이 릴리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허가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번 포스팅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의 100년 라이벌 두 회사 대진표가 확정되었는데요.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https://v.daum.net/v/20231109080121142

 

美 FDA,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승인…한달치 140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용 신약 젭바운드를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젭바운드의 성분은 티르제파티드

v.daum.net

 

1. 100년 라이벌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이번 비만/당뇨 치료제 신약들은 제품이 여러개이지만 기본적으로 두가지 물질입니다. 일라이 릴리의 물질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노보 노디스크의 물질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고 하죠. 이 두 약물은 비슷한 길이의 펩타이드 물질이고 둘 다 GLP-1 유사체(agonist)로 작용합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홀몬으로 인크레틴(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인자)의 하나로 당대사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슐린 시대부터 라이벌인 두 회사는 GLP-1 유사체 개발에 들어가서 위의 두 물질을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로 각각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같은 물질이지만 용량을 달리해서 두가지 적응증(당뇨와 비만)에 허가를 받은 것이지요. 

 

2.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약물 (오젬픽과 위고비)

 

엑세나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이전 버전의 GLP-1 유사체들은 다음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위의 두 물질(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중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를 받은 약물은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입니다. 사람의 GLP-1은 금방 분해되는 것이 문제인데 세마글루타이드는 사람 GLP-1 분해위치의 아미노산(Ala8) 구조를 변환하고, 알부민 결합력을 높이는 탄화수소 체인을 붙여서 수명을 늘려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위고비

 

오젬픽이 2017년 허가를 받은 후 2022년 같은 세마글루타이드의 용량을 높여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신약 승인을 받습니다. 이로써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게 되었죠. 

 

(참고로 세마글루타이드 약물로 주사제가 아닌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도 있습니다. 주사 맞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단백질성 약물이어서 소화 분해가 되기 때문에, 좀 더 고용량으로 먹고, 공복에 먹으라고 하죠. 이 이야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죠.)

 

3.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약물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일라이 릴리도 사람의 GLP-1 서열을 살짝 변형한 둘라글루타이드 (상품명 트룰리시티)를 2014년 출시했었지만 세마글루타이드에게 밀리자, 방향을 바꿔 아메리칸 독도마뱀에서 찾은 엑세나타이드 유사 서열에 긴 아실 체인을 붙여서 알부민 결합력을 높인 티르제파타이드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2022년 마운자로(mounjaro)가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지난 주 젭바운드(zepbound)가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이죠.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그런데 티르제파타이드는 세마글루타이드에 비해 한가지 더 큰 차이점을 갖는데 그건 GLP-1 유사체 뿐만 아니라 GIP 유사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GLP-1이 인크레틴의 하나라고 했는데, GIP도 역시 인크레틴의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세마글루타이드는 한가지 역할을 하는데, 티르제파타이드는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dual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GLP-1과 GIP의 역할 (doi: 10.1111/j.2040-1124.2010.00022.x)

 

4. 당뇨약과 비만치료제는 주사 용량만 다르다구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오젬픽은 처음엔 주 1회 0.25mg 주사하고 4주 이후 0.5mg으로 증량하며 필요하면 다시 4주 뒤에 1mg까지 맞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위고비는 동일하게 주 1회 0.25mg으로 시작하지만 4주마다 증량하여 0.5mg, 1.0mg, 1.7mg, 16주에는 2.4mg 까지 증량이 가능합니다.

 

마운자로는 주 1회 2.5mg으로 시작해서 4주 후에 5mg 투여가 최대치이며 이번에 허가받은 젭바운드는 주 1회 2.5 mg으로 시작해서 5 mg, 7.5 mg, 10 mg, 12.5 mg,15 mg 까지 증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더욱 고용량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5. 다른 회사들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이전 버전의 약물들을 이미 출시했었고, 2차 대전을 치뤘던 역사가 있습니다. 아직도 그 약들 중에서는 시장에서 팔리는 것도 있구요. (이것도 은근 재미있는데... 다음 기회에)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장에서 두 회사만 이런 대박 약물을 개발하진 않죠. 사실 이미 사노피의 릭시세나타이드(lixisenatide)나 GSK의 알비글루타이드(albiglutide) 등의 약물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어 허가를 받았었지만 현재로서는 위의 두 회사에 무릎을 꿇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도전자들이 나오겠죠. 왜냐하면 지금의 약물들도 나름 단점이 있거든요. 다음엔 그 이야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족) 과연 이런 약을 비만"치료제"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체중감량용 의약품, 체중조절제 정도로 부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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