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vs 젭바운드) 3차 대전 간단 정리
지난 11월 8일 미국 FDA에서 일라이 릴리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허가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번 포스팅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의 100년 라이벌 두 회사 대진표가 확정되었는데요.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https://v.daum.net/v/20231109080121142
1. 100년 라이벌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이번 비만/당뇨 치료제 신약들은 제품이 여러개이지만 기본적으로 두가지 물질입니다. 일라이 릴리의 물질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노보 노디스크의 물질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라고 하죠. 이 두 약물은 비슷한 길이의 펩타이드 물질이고 둘 다 GLP-1 유사체(agonist)로 작용합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홀몬으로 인크레틴(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인자)의 하나로 당대사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슐린 시대부터 라이벌인 두 회사는 GLP-1 유사체 개발에 들어가서 위의 두 물질을 당뇨병치료제와 비만치료제로 각각 허가를 받은 것입니다. 같은 물질이지만 용량을 달리해서 두가지 적응증(당뇨와 비만)에 허가를 받은 것이지요.
2.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약물 (오젬픽과 위고비)
엑세나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이전 버전의 GLP-1 유사체들은 다음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위의 두 물질(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중에서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허가를 받은 약물은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ozempic)입니다. 사람의 GLP-1은 금방 분해되는 것이 문제인데 세마글루타이드는 사람 GLP-1 분해위치의 아미노산(Ala8) 구조를 변환하고, 알부민 결합력을 높이는 탄화수소 체인을 붙여서 수명을 늘려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오젬픽이 2017년 허가를 받은 후 2022년 같은 세마글루타이드의 용량을 높여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노보 노디스크는 2022년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의 신약 승인을 받습니다. 이로써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게 되었죠.
(참고로 세마글루타이드 약물로 주사제가 아닌 먹는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rybelsus)도 있습니다. 주사 맞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지만, 세마글루타이드가 단백질성 약물이어서 소화 분해가 되기 때문에, 좀 더 고용량으로 먹고, 공복에 먹으라고 하죠. 이 이야기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죠.)
3.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 약물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일라이 릴리도 사람의 GLP-1 서열을 살짝 변형한 둘라글루타이드 (상품명 트룰리시티)를 2014년 출시했었지만 세마글루타이드에게 밀리자, 방향을 바꿔 아메리칸 독도마뱀에서 찾은 엑세나타이드 유사 서열에 긴 아실 체인을 붙여서 알부민 결합력을 높인 티르제파타이드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2022년 마운자로(mounjaro)가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지난 주 젭바운드(zepbound)가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것이죠.
그런데 티르제파타이드는 세마글루타이드에 비해 한가지 더 큰 차이점을 갖는데 그건 GLP-1 유사체 뿐만 아니라 GIP 유사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GLP-1이 인크레틴의 하나라고 했는데, GIP도 역시 인크레틴의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세마글루타이드는 한가지 역할을 하는데, 티르제파타이드는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dual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4. 당뇨약과 비만치료제는 주사 용량만 다르다구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오젬픽은 처음엔 주 1회 0.25mg 주사하고 4주 이후 0.5mg으로 증량하며 필요하면 다시 4주 뒤에 1mg까지 맞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위고비는 동일하게 주 1회 0.25mg으로 시작하지만 4주마다 증량하여 0.5mg, 1.0mg, 1.7mg, 16주에는 2.4mg 까지 증량이 가능합니다.
마운자로는 주 1회 2.5mg으로 시작해서 4주 후에 5mg 투여가 최대치이며 이번에 허가받은 젭바운드는 주 1회 2.5 mg으로 시작해서 5 mg, 7.5 mg, 10 mg, 12.5 mg,15 mg 까지 증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더욱 고용량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5. 다른 회사들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이전 버전의 약물들을 이미 출시했었고, 2차 대전을 치뤘던 역사가 있습니다. 아직도 그 약들 중에서는 시장에서 팔리는 것도 있구요. (이것도 은근 재미있는데... 다음 기회에)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장에서 두 회사만 이런 대박 약물을 개발하진 않죠. 사실 이미 사노피의 릭시세나타이드(lixisenatide)나 GSK의 알비글루타이드(albiglutide) 등의 약물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어 허가를 받았었지만 현재로서는 위의 두 회사에 무릎을 꿇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도전자들이 나오겠죠. 왜냐하면 지금의 약물들도 나름 단점이 있거든요. 다음엔 그 이야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사족) 과연 이런 약을 비만"치료제"라고 불러야 하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체중감량용 의약품, 체중조절제 정도로 부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