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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vs 오토라는 남자, 그리고 스웨덴과 미국

바이오매니아 2023. 11. 20. 22:55

지난 주말 <오토라는 남자>를 봤습니다. <오토라는 남자>는 스웨덴 소설이자 영화인 <오베라는 남자>의 헐리웃 리메이크 작인데, 얼마 전 아내를 잃은 세상에 불만 많은 퉁명스런 노인네의 이야기입니다. 뭐 <업>이든지 <그랜토리노>든지, 이런 영화는 많지요. 아무튼 영화는 그냥 대충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아련한 감정이 피어오르더군요.

 

<오베라는 남자> vs <오토라는 남자> 포스터

 

그런데 영화 중 오토는 포드 자동차를 좋아하는 옆집 친구와 자동차에 대한 의견 때문에 절교를 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분명 볼보와 사브의 싸움일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그래서 다음 날 <오베라는 남자>를 찾아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다 볼 생각은 아니고 자동차만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더군요. 그래서 보다 보니 끝까지 보았는데, 영화 속 작은 차이들이 생각보다 크게 보여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예상대로 포드와 쉐비의 이야기는 볼보와 사브 였습니다.ㅎㅎ) 

 

========= 스포일러 절취선 (주의하세요!) ========

 

 

1. 요양원 (공무원/환자도우미업체) vs 재개발 (부동산업자)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옆집에 사는 반신불수의 옛친구를 쫓아내려는 사람들을 퇴치하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원작 <오베라는 남자>(이하 <오베>)에서 나쁜 사람들은 환자도우미 업체인데 반해, <오토라는 남자>(이하 <오토>)에서는 부동산업자입니다. 그리고 퇴거의 목적도 요양원에 보내는 것과 부동산 재개발이죠. 뭔가 스웨덴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생각하는 악은 관료주의인데 비해 미국에서의 악은 탐욕스런 자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우리나라 분위기로는 정부가 요양원에서 돌봐주겠다고 하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2. 오베의 유언 vs 오토의 유언

 

오베와 오토 모두 앞집의 이방인(이란 여성 vs 멕시코 여성)에게 유언을 남기는데 스웨덴판 오베의 유언은 이 마을(과 고양이)를 잘 지켜달라는 것이었지만 미국판 오토의 유언은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대신 내 재산을 다 너에게 준다는 것이었죠.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소설에선 아내의 제자였던 아드리안에게 집을 판다고 하더군요.) 뭔가 미국판이 더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3. 노동자성의 강조와 삭제 

 

오베는 철도노동자의 아들이었고, 공부를 잘 했으나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학교를 그만 두고 철도노동자의 일을 43년 동안 계속합니다. 물론 중간에 아내를 만나서 학위를 따기도 하지만요. 반면 오토는 다른 전사가 없이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죠. 오베는 열차청소원부터 아내와의 만남에서도 노동자 계급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면, 오토에서는 노동에 관한 부분을 통째로 삭제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아버지의 이야기도 없구요. 게다가 오베는 회사로부터 일종의 정리해고를 당하지만 오토는 스스로 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오죠. 물론 회사에서 일을 줄이고 후임을 상사로 올리는 등의 무언의 압박을 가하지만요. 

 

<오베라는 남자> vs <오토라는 남자> 국내 포스터

 

4. 길을 만드는 오베 vs 멱살을 잡는 오토

 

소냐의 사고 이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목격하고 오베는 건물에 경사로를 직접 만들어 아내가 일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반면 오토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시하고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버스회사, 버스 기사 등과 끝까지 싸우려고 했지만 아내의 만류로 그만 두죠. 작은 일 하나부터 본인이 직접 뛰어들어서 바꾸는 오베와 거대 권력에 화만 내다 순응하는 오토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다른 의견도 있더군요. 분노할 줄 아는 오토를 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죠.)

 

 

아무튼 이러한 차이를 생각해본 이유는 어느 영화가 더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깔려 있는 스웨덴과 미국이라는 나라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입니다. 아무래도 사민주의 환경과 자본주의 환경 때문에 저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아서요. 물론 영화에서 보듯이 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겠죠.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오베와 오토의 중요한 공통점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수자를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것도요. 뭐 그렇게 대단한 원칙이라고 저렇게 구나 싶기도 하지만 조변석개, 내로남불의 세상에서 그런 고지식함이 좀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물론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마트의 점원들을 괴롭히는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요. 

 

아무튼 두 영화 모두 좋은 어른이 되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끝으로 사브와 볼보의 이야기는 그알싫의 멤버이시자 북유럽연구소 북극여우 소장님의 이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어쩌면 그게 스웨덴과 미국의 차이 아닐까 싶습니다.

 

"볼보가 특허권으로 얻는 수입만해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볼보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스웨덴에서 살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로, 안전벨트 특허권을 포기했습니다. 이 발명은 인명과 관련된 기술이라 우리만 갖고 있을 수 없다. 이익보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JPd9L0C5-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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