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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극한환경, 그 블루 오션

바이오매니아 2012. 1. 1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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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들어 첫 칼럼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블로그에 지난 달 칼럼 이후로 올라온 글이 단 하나였네요. 그만큼 블로그가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겠죠. 하지만 비공개로 쓰다가 말거나 스크랩해놓은 자료들은 꽤 됩니다. 언제 좀 시간 내서 정리를 해야 할텐데,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시간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번 주제는 제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쓴 것들이 다 제 전공과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이번에는 제가 직접 실험하고 연구하고 가장 관심갖는 분야의 이야기죠. 제가 좀 무심한 사이에 최근 심해 열수구 관련된 논문과 뉴스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거 다 업데이트 해야 하는데 차일 피일 미루다가 이 칼럼으로 대체합니다.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극한환경, 그 블루 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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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극한 환경, 그 블루오션

어찌 보면 인간은 참 연약하다. 체온이 5도만 올라도 위험하다. 혈액이나 체액의 수소이온농도(pH)는 0.5만 바뀌어도 위험하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수십 도이고 인간들이 먹고 사용하는 물질들의 pH 범위가 10이 넘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리적으로도 연약해서 수온이 50도만 넘어도 뜨거워서 들어가지 못하고 오래 지나면 화상을 입는다. 

하지만 인간은 허술하지 않다. 체온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통해 철저하게 조절되어 정상체온은 0.5도의 범위 안에서 유지된다. 산성식품,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100년 전 개념을 가지고 체액의 산성화를 걱정하지만 실제 체액을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 우리 몸은 중탄산 완충작용을 통해 엄격하게 pH를 조절한다.

인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생물들은 어떠한 환경에든 놀라운 적응 능력을 보이며 그 환경에 맞게 변이된 종이 살아남는다. 심지어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을 죽이기도 하고 거기에 맞서 방어하기도 한다. 자연이 아름답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숭고하지만 때론 무섭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극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에 관한 연구가 간헐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유명한 미생물학 교과서의 저자인 토머스 브록이 1967년 봄 과학저널 ‘네이처’에 “고온에서 적응한 미생물들”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후부터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매우 다양한 미생물들이 고온, 저온, 산성, 알칼리성, 고압 등의 환경에 적응해 살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른바 극한미생물이다. 최근 이런 극한미생물들이 극한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환경과 심지어 우리 몸속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유와 역할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또한 미생물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의 동식물에까지 관심이 넓어져가고 있다. 2012년 신년 벽두를 연 과학 뉴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이 주축이 된 과학자들이 남극해 주변의 심해 열수구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기온이 낮은 남극, 그 바다 밑 2400㎞ 지점에 해저 열수구가 있고 그 주변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원격 조정 잠수정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게다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의 열수구 부근에서 서식하는 생물종들과 여러 가지 차이를 발견하여 열수구 생태계의 다양성에 대한 좋은 자료로서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 주엔 영국 사우스햄튼대학 국립해양센터의 연구진이 무려 섭씨 400도가 넘는 심해 열수구 주변에서 사는 신종 새우 등을 발견하여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보고하였다. 이보다 앞서 작년 10월에는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과학자들이 심해 탐사 카메라를 이용해서 북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서 자이언트 아메바를 발견하기도 했다. 마리아나 해구는 수심이 1만1034m에 이르는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속 환경으로 수압이 해수면의 1000배에 이르고 빛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산소 농도도 매우 적어 생물이 살기엔 부적절한 환경으로 생각했었는데 거대한 아메바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심해저의 일부 생물들은 일반 환경의 종들에 비해 크기가 큰 경우가 있는데 이를 심해 거대증이라고 한다. 공상 과학 영화의 좋은 소재다. 

바다 속 화산의 마그마가 분출되어 뿜어져 나오는 심해 열수구는 타이타닉호 탐사에 사용되어 유명한 심해 잠수정 앨빈호에 의해 1977년 에콰도르 인근 갈라파고스 단층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주로 구리, 철, 아연 등 금속원소를 포함하고 있어 금속 황화물의 검은 연기가 피어나기 때문에 블랙 스모커(black smoker)라고 불리며 열수만 분출되는 곳은 화이트 스모커(white smoker)라고 한다. 이런 열수구 주변 환경은 원시 환경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돼 다양한 과학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관련 연구들이 점차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이정현·강성균 박사팀은 파푸아뉴기니 인근의 해저 열수구에서 발견한 고세균에 관한 연구로 ‘네이처’를 비롯한 여러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고 해양연 부설 극지연구소에서는 쇄빙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 중앙해령 탐사를 시작으로 점차 그 연구범위를 확대해가고 있다. 2014년까지 제2 남극기지를 건설하고 심해용 무인탐사정을 개발하는 등 해양연구개발 11대 과제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대학이나 민간의 참여가 아직까지는 활발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최근 MBC 창사 5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이 화제다. 아직 4부작의 절반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방영 시작부터 여러 가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하 50도가 넘는 혹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동물들이 보여주는 생명력은 감동과 함께 숭고함까지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인간이 알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극지방이나 심해저 미지 환경에 대한 탐사는 글자 그대로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탐사가 무자비한 개발이 아닌 한에서 말이다.

<이한승|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1-15 21:03:25수정 : 2012-01-15 2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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