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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과학과 느림의 미학

바이오매니아 2012. 3. 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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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의 주제는 '따져보기'입니다. 원래 제목은 "

따져보는 것이 과학이다.

"였는데 바뀌었군요. 그렇잖아도 저런 제목으로 바뀔 것 같았었습니다만 제목이 '느림의 미학'이 되다보니 원래의 논지와 약간 다르게 읽힐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두가지인데 논문이나 학술발표 같은 것을 덥석 받아들이기 보다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과학은 언제나 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어떤 연구 내용을 과학적 사실로 쉽게 단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 가디언지의 이 글 ("Scientists say...")때문에 생각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중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가 잘 되새겨야 할 뭔가가 담겨 있지 않나 싶습니다.    

Stories based on single studies or experts are not unlikely to be wrong, and over-reliance on stock phrases like 'scientists say' suggests the writer hasn't grasped the wider picture. In the world of science, context is king - we need more of it.

물론 지난 주 Journal of Bacteriology에 외계 생물체 논란을 빚었던 비소미생물 GFAJ-1의 genome sequence 논문거기에 대한 논평이 실린 것도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2010년 12월 첫 논문이 나왔을 때부터 저는 비소 미생물이 Halomonas이고 비소가 많은 환경에 적응된 호염성 극한세균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의 결과로 보아도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논평을 보고 느낀 것은 많은 연구자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도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무시하지 않고 확실하게 confirm하려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심각하고 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이런 해결 방법이 저는 맞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번 글은 과제 신청서 쓰느라 급하게 날림으로 써서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망글의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전문을 보실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다시 읽어보니 좀 챙피하네요. 다음 번엔 좀 더 잘 써야겠습니다.^^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과학과 느림의 미학 (전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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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과학과 느림의 미학

“왜 막걸리가 몸에 좋은데요?” “왜 밀가루가 몸에 나쁜데요?” “체질이 뭔데요?” 대화하다 이런 소리 자꾸 하면 구박 받는다. 그만 따지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공감의 능력이 있어야 가정생활부터 사회생활까지 두루 편하다. 자꾸 따지고 드는 사람은 나부터도 별로다. 

하지만 열심히 따져야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국제회의 하나 유치해서 수백조 경제효과가 난다는데 정말일까? 도대체 저런 계산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혹시 중간에 엉터리 데이터가 끼어들어간 것은 아닐까? 근본적으로 계산 방법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것들을 누군가 따져봐 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국제회의만 유치해서 먹고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따져봐야 하는 사람들 중에는 과학자도 포함된다. 

지난주 ‘세균학회지(Journal of Bacteriology)’에 한 미생물의 게놈 서열이 발표됐다. 그 균의 이름은 ‘할로모나스 GFAJ-1’이다. 여기서 GFAJ가 ‘펠리사에게 직업을 주세요(Give Felisa A Job)’의 약자라는 것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외계생명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2010년 12월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비소를 유전물질에 이용한다는 미생물이 바로 이 할로모나스 GFAJ-1이다. 그 유전자 염기서열이 1년4개월 만에 학계에 보고된 것이다.

그런데 그 논문과 함께 이례적인 논평(commentary) 한 편이 같은 저널에 동시에 실렸다. 과연 이 세균이 정말 DNA의 인 대신 독성물질인 비소를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평이었다. 그렇다면 닥치고 결론은? 게놈 염기서열만 가지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초 주장에 대한 찬반 목소리에 크게 영향을 끼칠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논평으로 지난 1년여의 공방을 통해 알게 된 것과 여전히 모르는 것이 업데이트되었다. 또한 이번 게놈 서열 발표로 알 수 있는 것과 모르는 것도 정리되었다. 과학은 이렇게 차근차근 따져서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이번 논평은 당초 저자들의 주장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에 약간 무게가 실리는 느낌을 주는 정도에서 끝을 맺었다. 결론은 앞으로 더 따져보고 여러 가능성들을 점검해야 낼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저널에 논평이 실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논문을 통해 소통하지 남의 연구에 직접적으로 왈가왈부하진 않는다. 하지만 기존의 이론을 뒤엎는 첨예한 문제에 있어서는 다르다. 비소 미생물에 대한 첫 논문이 발표된 바로 다음주에 ‘네이처’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그리고 작년 6월 ‘사이언스’에는 무려 8편의 논평과 원저자들의 반론이 함께 실리기도 했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라는 뜻이고 그만큼 꼼꼼하게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방식의 논쟁 중 또 다른 유명한 사건 하나는 소위 “유전자변형콩(GM콩)” 논란이다. 2005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이리나 에르마코바 박사가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GM콩을 먹인 쥐의 사산율이 높고 발육부진을 보였다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식품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환호성을, 관련 과학자들은 아우성을 질렀다. 

하지만 곧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발표 장소부터 논란이었다. 이런 중대한 연구결과를 통상적인 학술회의가 아니라 한 비영리단체 회의에서 발표했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기다렸다. 그러나 에르마코바 박사는 그 내용을 논문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과학계는 칼을 빼 들었다.

2007년 9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특집으로 편집장과 4명의 과학자들이 에르마코바 박사의 연구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GM콩의 구입부터 쥐의 생육 방법까지 근본적으로 실험 디자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연구결과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면박에 가까운 논평에 대해 그해 12월에 에르마코바 박사의 주장과 그를 옹호하는 글이 같은 저널에 실렸다. 그러나 결국 당초의 발표는 제대로 논문화되지 못했다. 에르마코바 박사 측은 GM농산물의 돈을 받는 과학계가 투고한 논문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재현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GM콩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걸 먹은 동물이 높은 사산율을 보이거나 저체중이 된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결론은 더 많은 가능성을 따져본 뒤에 날 것이다. 안전이란 사람마다 체감도가 다른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따져봐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과학자가 말했다고 다 진리는 아니다. 새로운 연구 논문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존의 축적된 이론들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땐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연구실에선가 그 연구의 진위를 따져보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과학계는 남들보다 빠른 연구결과를 내기 위한 전쟁터지만 과학적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는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한승|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3-18 21:19:50수정 : 2012-03-18 21: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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