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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이드 막걸리 괴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이오매니아 2015. 4.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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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카바이드 막걸리는 괴담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보입니다. 언론 기사도 나오고 아예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저는 카바이드로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것은 불가능해도 카바이드와 밀가루, 알코올 등을 섞어서 막걸리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혼자 이것 저것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오일쇼크 시대에 소주를 띄우고 막걸리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괴담?


"정부는 1975년에 소주 업체를 지원하고 막걸리 업체를 ‘탄압’하기 시작해요. 소주는 도수를 기존 35도에서 25도로 낮추도록 합니다. ‘소주에 물을 타도록’ 해준 것이죠. 원가가 덜 드니 소주업체들은 마진을 더 챙기게 됐어요. 반대로 비위생적인 술도가를 적발하고 밀주업자를 잡아들이며 막걸리에 비위생적이고 불법이라는 이미지를 씌웁니다."


1차 오일쇼크는 1973년 10월에 시작되었는데 카바이드 막걸리는 1960년대 초반부터 언론에 다뤄졌고 60년대 후반부터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카바이드 막걸리가 단순히 오일쇼크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1962.07.09 동아일보 1면 횡설수설 중


게다가 박정희 군사정부가 막걸리에 백미사용을 규제한 것이 1963년부터이고 1966년 8월부터는 전면금지를 시켰는데 그 이후부터 밀가루를 이용한 막걸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카바이드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62.08.27 경향신문 3면 카바이드 탁주를 마시면 주정이 거칠어집니다.^^


2. 카바이드로 발효를 빠르게?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저보고 카바이드 막걸리를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찐밀가루 + 알코올 + 카바이드 + 향료나 기타 등등을 섞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걸리의 지게미는 밀가루로, 거품은 카바이드로, 술냄새는 알코올로 내는 것이죠. 이렇게 만들면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모양은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그걸 진짜 막걸리랑 섞으면 더 비슷할 수도 있겠죠. 발효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시간도 단축될 것이구요. 그러니까 카바이드로 발효를 시킬 수는 없지만 카바이드로 비슷한 모조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카바이드를 넣으면 온도가 높아지는데 그게 발효를 촉진시킬 수도 있을 것 같구요. 


1972.11.11 매일경제 7면



3. 누룩 대신 카바이드? 


윗 기사를 보시면 "막걸리 주원료인 쌀과 누룩 대신에 밀가루와 화학약품(호프, 키니내, 테라마이싱)을 혼합하고 발효를 빠르게 하기 위해 카바이드를 섞었다"라고 나오는데 발효를 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가 맞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왜 말라리아약인 키니네와 항생제 테라마이신을 넣었을까 했더니 이런 기사도 있군요. 


1976.03.06 경향신문 누룩은 균을 키우는 것인데 항생제를???


이 내용을 잘 읽어보면 누룩은 원래 미생물이 왕창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인데 항생제를 넣어서 미생물을 죽이고 대신 카바이드를 넣었다는 겁니다. 아마도 발효가 일어났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이산화탄소 거품이 일어나느냐의 여부일 것이므로 카바이드를 넣어 거품이 나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가능하죠. 게다가 그렇게 만들면 "시지 않고 싱싱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효모와 함께 자라는 유산균이나 잡균들에 의한 발효가 일어나지 않을테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죠. 


 

4. 사실 진짜 위험한 것은 카바이드보다 중금속 불순물


사실 사람들이 카바이드(탄화칼슘)가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바이드는 먹는 것보다 폭발의 위험이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값싸게 판매하는 카바이드는 순수한 탄화칼슘이 아니라 여러가지 유해 중금속이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 카바이드를 사용하면 카바이드 자체보다 중금속 오염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5. 막걸리 숙취는 카바이드 때문인가?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숙취는 술을 많이 마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술을 마시든 숙취는 있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는 발효하기가 쉽지 않은 술인데다 균을 제거하지 않는 술이라 함부로 아무 곳에서나 만들다보니 발효가 잘못되거나 보관이 잘못되어서 숙취가 심한 경우가 더 많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급한 알코올과 카바이드와 다른 물질을 섞어 술을 만들었다면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더 심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건 대부분 옛이야기이고 요즘엔 막걸리가 특별히 숙취를 많이 일으킨다는 이야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엔


1) 오일쇼크 때 막걸리를 죽이기 위한 소문이라고 보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다.

2) 카바이드를 막걸리에 사용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3) 카바이드로 발효를 촉진할 수는 없지만 발효가 일어난 것처럼 속였을 수는 있다.

4) 카바이드로 막걸리 모조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예전 기사를 찾아보니 놀랍지 않습니까? 요즘 중국에선 계란도 가짜로 만든다는데 그들이야말로 화학의 대가! 우리도 예전엔 참 나쁜 짓 많이하며 살았죠. 불량식품도 많았구요. 뭐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다들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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