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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책 영화 음악 그리고

수퍼보울 전날에 본 <Remember the Titans>

by 바이오매니아 2007. 2. 5.
수퍼보울이 방금 끝났다. 인디애너폴리스의 승리로. 독립기념일이나 크리스마스, 땡스기빙 같은 각종 기념일을 제외하고는 아마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만한 이 날이 지나간다는 것은, 약간 서글픈 일이다. 이로서 풋볼의 시즌은 전부 막을 내렸고, 다음주 올스타전이 열리는 NBA가, MLB가 시작할 때까지 여러 스포츠팬을 사로잡을 것이다.

(어메리칸)풋볼은 이상한 묘미를 주는데, 그 인기에 걸맞게 다양한 문화현상을 만들어낸다. 영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미국에 풋볼에 관련한 영화가 참 많다는 것은 미국에 와봐야 알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영화의 하나가 바로 이 <리멤버 타이탄>(국내 개봉제목, 원제 Remember the Titans)이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에서 1971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덴젤 워싱턴이 풋볼 코치 허만 분 (Herman Boone)으로 출연하며 영화 <아마게돈>으로 친숙한 윌 패튼이 디펜시브 코디네이터인 빌 요스트 (Bill Yoast)로 출연했다.

1971년은 흑인 민권운동의 절정에서 불의의 죽임을 당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죽은 지 삼년이 지난 해이며 그런 흑인 인권운동의 여파로 남부 버지니아(그런데 왜 버지니아를 남부라고 할까, 사실은 거의 중부인데)의 알렉산드리아 시에서 흑백이 함께 다니는 공립학교를 새로 만들고 (기존의 학교를 합병?) 흑인 코치 허만 분 (덴젤 워싱턴)을 코치로 임명하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습적이라고 할 수 있는 흑인 코치에 대한 백인들의 조직적인 반란, 코치직을 빼앗기고 2인자로 내려앉은 빌 요스트의 갈등, 하지만 운동을 통하여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선수들, 그리고 승리, 또 승리, 결국은 그것을 통한 흑백의 화합... 뭐 이런 이야기다. 게다가 이 영화는 디즈니의 영화라는 것을 일단 참조하시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먹힌다. 그건... 풋볼이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느 블로거가 "아니 미국은 고등학교 풋볼 하나로 수백년 묵은 흑백 갈등이 풀리는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풋볼의 위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만일 동네 고등학교가 그 시즌에 전승하고 내셔널 챔피언십에 나간다면? 그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흑백 갈등이 "완전히" 없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완전한 것은 없다. 아직도 KKK 하는 놈들이 있는 세상이다.

실은 이 포스트를 쓴 이유는, 좀 다른데 있는데, 영화에 보면 처음으로 흑백 선수들이 함께 합숙훈련을 간다. 그런데 흑인 선수 주인공인 줄리어스가 자기 침대 옆에 그림을 한 장 붙이는데, 과거에는 무슨 포스터인지 몰랐으나 그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 포스트에 썼지만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육상 200미터 시상식에서 미국의 토미 스미스(금메달)과 죤 카를로스 (동메달)가 흑인 민권운동에 대한 의미로 검은 장갑을 끼고 미국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고 손을 들고 서 있었던 사진이다.

1968년, 그해 4월 4일에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테네시에서 암살당했던 바로 그 해 가을에 멕시코시티에서 올림픽이 열렸고 10월 17일 200미터 결승에서 우승한 두 선수가 다음과 같은 퍼포먼스를 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사실 카를로스는 검은 장갑을 잊어먹고 안가져와서 토미 스미스의 것 한 짝을 얻어서 끼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미스는 오른손을, 카를로스는 왼손을 들고 서 있는 것이다. 장갑을 나누어끼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은메달리스트인 호주의 피터 노먼이었고 노먼도 가슴에 OPHR (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 밷지 (왼쪽 가슴에 달린 동그란 하얀 밷지)를 달고 시상식에 나왔다.)

흑백갈등은 아직도 미국 사회에 잠재적인 문제이지만, 지금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기에는, 특히 남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세상 많이 좋아진" 것 일 수 있다. 그네들이야 버스도 함께 안타고, 식당에서 흑인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테니까.

아무튼, 그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는, 나름 재미있는 영화가 바로 이 <리멤버 타이탄>이다. 물론 풋볼을 알고 봐야 더 재미있다.

댓글2

  • amber 2011.03.16 12:58

    뭐 좀 찾을것이 있어서 헤메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타이탄..이거 저의 큰 아들의 색소폰 선생( 흑인이죠)께서 겪은일이랍니다.
    당시 악기와 축구를 같이 겸하던 고등학생이었는데 영화에 나오는 바로 그 팀중 한 사람이었대요.
    저는 버지니아에서 애들 공부시키고 있는 엄마입니다.
    답글

    • 생각보다 현대사는 우리랑 참 가까이 있지요.
      저도 저도 죠지아에 살 때 킹목사 사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아니 저 분이 나랑 가까운 동네에 살았단 말이야?' 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