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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노벨상 뒷이야기 (1)

바이오매니아 2008. 10. 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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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벨상의 이모저모

한해가 저물어 가는 10월이면 다양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특히 부산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있고,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슬로건 그대로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있고, 10월 말에는전국적으로 단풍시즌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 외에 해마다 10월이면 열리는 행사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네, 매년 10월은 그 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달이기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하루에 한 부문씩 발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시간에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그런데 왜 노벨상 수상자 발표를 10월에 하는지 아시나요? 그건 바로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생일이 10월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알프레드 노벨은 1833년 10월 21일에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태어났고 아시는 바와 같이 나이트로 글리세린과 그것을 이용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서 부자가 되었고 사망 후 공개된 유언에서 자신의 유산으로 노벨상을 제정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노벨은 유언장에 물리,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이렇게 5개 부분을 정해놓았습니다만 나중에(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상을 만들어서 경제학 부문(그래서 경제학상은 노벨기념경제학상이라고도 합니다.)이 추가되어 현재는 6개 부문의 수상자들을 매년 10월, 그러니까 노벨의 출생월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 및 기념행사는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에 열립니다.

이렇게 6개 노벨상 부문 중에서 3개 부문은 과학자에게 주는 상입니다. 크게 나누면 물리, 화학, 생리의학인데 이중 생리의학상은 생리학 또는 의학부문, 그러니까 풀어서 해석하면 생물의 이치나 인간의 건강과 관련한 과학적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엔 생물, 화학, 물리 같은 자연과학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다 합쳐서 노벨과학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상이 노벨상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되겠구요.

2, 노벨상 수상자와 괴짜들

올해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여러가지 뒷이야기들이 나름 재미있는데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혹시 “최근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아마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분은 모 유산균제품 광고에 등장한 배리 마샬 (Barry James Marshall) 이라는 호주의 과학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배리 마샬 박사는 사람의 위 속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세균이 살고 있고 그 세균이 위암이나 위염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위 속의 염산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이 살 수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직접 균을 배양해서 마셔봤다는, 요즘 학생들이 쓰는 말로 "근성가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과학계에는 이런 근성가이, 또는 괴짜들이 꽤 있습니다. 혹시 과학자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의 경우 과학자의 이미지는 장동건, 정우성씨처럼 멋진 모습이 아니라 두꺼운 뿔테 안경에, 부시시한 머리, 낡은 구두, 그러면서 뭔가 하나에 미쳐서 가정도 다 팽개치고 살 것 같은 이미지들이 있지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지만 가끔 과학계에, 특히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도 괴짜라고 불리울 분들이 계십니다.

아마 여러 언론보도에서 보셨겠지만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3명 모두 일본출신 과학자들인데 (미국의 남부 요이치로(87,南部陽一郞), 일본의 고바야시 마코토(64,小林誠), 마스카와 도시히데(68,益川敏英)) 그 중에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68) 전 교토대 교수도 괴짜라면 괴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유튜브에서 이분이 뉴스 출연한 동영상으로 직접 봤는데 이 분은 수상자로 발표된 날 뉴스 아나운서가 소감을 물어보니까 "사람들이 큰 일난 것 같이 떠드는 데 별로 기쁘지 않다. 벌써 36년전 과거의 일 (논문이 나온 해가 1972년)인데, 과학자로서는 36년전 발견 당시가 더 기뻤다. 노벨상 수상은 세속적인 것"이라는 대답을 하더군요. 오히려 뉴스 앵커가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자들의 요청으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선정 발표 직후 만세 부르는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것도 “그렇게 해야 그림이 좋아진다고 해서 그냥 해주었다”더군요.


마스가와 교수 (왼쪽) 인터뷰 유튜브 동영상

게다가 영어나 어학을 싫어해서 대학원 입학시험 당시 제2외국어 독일어 시험은 아예 백지를 냈고 영어성적도 안 좋아서 교수회의를 열어서 합격시킬지 여부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수많은 국제학회의 초청도 모두 다 거절, 아직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수상식 참석을 위해서 생전 처음 (현재 68세)여권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마저도 귀찮다고 할 지경이니 거의 도사님 수준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범인들이 따라오지 못할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어 때문에 논문 쓰기도 싫어해서 실험실 후배로서 오랜 공동연구자이자 이번 노벨상 공동수상자이기도한 고바야시 마코토 선생이 주로 썼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사실 일본이 이런 전톨적인 물리학 쪽이 강했던 것은 일본의 도제식 시스템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일본은 교수가 죽거나 은퇴를 한 이후에도 계속 그 분야의 연구를 이어나가는 전통이 있고, 소위 좋은 대학일수록 외국 박사들 보다는 일본의 자기 연구실에서 배출한 사람을 후임으로 뽑아서 연구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것이 지나친 순혈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에 바꿔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100년이 넘는 전통을 바꾸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더군요. 

3,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버스기사의 관계(?)

그런가 하면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 주변의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녹색형광단백질 (자외선을 쪼여주면 녹색 빛을 내는 단백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는데요.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연구소의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0) 박사와 미국 컬럼비아대 마틴 챌피(61) 교수,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로저 첸(56) 교수가 그분들입니다. 여기에도 일본인 연구자가 한 명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제 첸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구요. (중국 로켓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첸쉐썬(錢學森•97)의 당질(堂姪•오촌조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는 녹색형광단백질을 해파리류에서 처음 발견한 공로로 이번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고등학교 시절 나가사키현에 살다가 원자폭탄의 피폭을 받아서 잠시 시력을 잃었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 공부를 계속해서 일본에서 발광물질인 루시페린 (반딧불의 형광물질)이라는 물질을 연구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1962년 바닷속 해파리(Aequorea victoria)에서 자외선만 쪼여주면 저절로 형광을 발하는 녹색형광단백질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시모무라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나머지 두 명, 마틴 챌피(61) 교수와 로저 첸(56) 교수는 그 녹색형광단백질을 이용해서 신경 조직 발달이나 암 세포 증식 등 이전에 눈으로 보이지 못했던 과정들을 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해 냈는데요. 문제는 그 녹색형광단백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파리의 유전자가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당시 연구를 진행중이던 챌피 교수와 첸 교수에게 유전자를 제공해 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분이 더글라스 프래셔 (Douglas Prasher) 박사라는 분입니다. 이 분은 1992년 처음으로 녹색형광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낸 사람이죠. 하지만 현재 이 분의 직업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현재 이 분은 미국 알라바마주 헌츠빌이라는 시의 한 자동차 판매소에서 셔틀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를 발견한 이후에는 연구비가 다 끊겨서 콜럼비아 대학에서 NASA (미우주항공국)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거기서도 연구비가 끊겨서 2006년 봄에 실직을 해서 지금 버스 운전을 한다는 소식입니다. 제가 궁금해서 이분의 논문들을 찾아봤더니 유명한 과학 저널인 science 및 유명저널에 논문이 실렸을 만큼 한 때 과학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1997년 이후엔 발표한 논문이 한 편도 없더군요. 아마 유전자 발견 이후에 다른 과학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모양입니다. 미국 라디오 인터뷰를 들어보니 가능하다면 다시 연구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하던데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인 첸교수와 챌피 박사가 알라바마주에 온다면 밥 한끼는 사야되지 않겠냐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물론 과학의 역사에 남을만한 중요한 유전자를 찾아낸 사람이 버스운전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또 미국식 시스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과거에 유명한 연구를 한 사람이라도 성과와 실적이 따라주지 않으면 과감하게 퇴출시키기도 하는 것이죠. 일본식 시스템과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시스템이 더 좋은가를 이야기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참고내용들

버스운전하는 더글라스 프래셔 박사 이야기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95545761
The GFP site  http://www.conncoll.edu/ccacad/zimmer/GFP-ww/GFP-1.htm
노벨상 수상자들 평균나이는? http://www.almaz.com/nobel/papers/age/ 
노벨상 공식 사이트 http://nobelprize.org/index.html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

유가와 히데끼(湯川秀樹) 1949년 물리학상
도모나가 신이찌로(朝永振一郞) 1965년 물리학상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岡成) 1968년 문학상
에사기 레어나(江崎玲於奈) 1973년 물리학상
사또 에이사구 (佐藤榮作) 1974년 평화상
후구이 겐이찌 (福井謙一) 1981년 화학상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1987년 의학 생리학상
오에 겐자부로 (大江健三郞) 1995년 문학상
시라카와 히데키(白川秀樹) 2000년 화학상
노요리 료지노(野依良治) 2001년 화학상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2002년 물리학상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2002년 화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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