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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괴담 딱지치기

바이오매니아 2011. 11. 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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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칼럼 과학 오디세이에 쓴 네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은 여러가지로 좀 힘들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주제를 다뤄야겠다고 미리 써두었던 내용인데도 말이죠. 일단 주제가 좀 민감한 주제이고 원고지 13장 이내로 글을 길게 쓸 수가 없으니 제 입장을 다 다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1주일 내내 썼다 지웠다, 예를 넣었다 뺐다가, 고생을 했습니다. (광우병과 PD수첩 이야기가 결국은 날아갔습니다. 언젠가 이 부분만 다시 이야기해 볼 생각입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괴담이라는 딱지를 "함부로" 붙이지 말자, 그리고 법적인 단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 블로그를 자주 찾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역시 괴담의 폐해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런 정보를 바로잡으려고 나름 노력해 왔습니다. (누구는 괴담 격파 블로그라고까지...과학블로그인데.. ㅠㅠ)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다 괴담이라 부를 수는 없을 뿐더러 진보나 보수나 모두 논쟁적인 정보를 진영논리에 의해 괴담이라고 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괴담을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용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한다든지, 증권가 찌라시 같은 것을 유포하는 행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학 오디세이]괴담 딱지치기 (원문보기)

전문을 다 보실 분들은 위의 링크를 클릭!!!

참고로 본문 중의 아홉가지 의학 미신에 대한 정보는 아래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허구로 밝혀진 의학 상식들
6가지 잘못된 의학 상식에 대한 새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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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괴담 딱지치기

간단한 건강 상식 테스트를 해보자. 다음 중 잘못된 정보는 모두 몇 개인가? 1)하루에 물 8잔을 마시면 건강해진다. 2)사람은 두뇌의 10%만 사용한다. 3)죽은 뒤에도 머리카락과 손톱은 자란다. 4)면도 후 털이 더 굵고 짙게 자란다. 5)침침한 불빛에서 책을 읽으면 시력이 나빠진다. 6)병원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위험을 초래한다. 7)설탕은 과잉행동장애를 일으킨다. 8)밤에 음식을 먹으면 살찐다. 9)숙취는 해소될 수 있다. 

영국의학회지(British Medical Journal)라는 의학저널이 있다. 저런 곳에 논문 한번 내봤으면 싶은 역사 깊고 유명한 저널이다. 이 저널은 연말이 되면 재미있는 기사를 싣곤 한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의학 상식, 이른바 의학 미신에 관한 기사다. 위의 아홉 가지 건강 상식은 모두 그 저널의 뉴스에서 소개한 의학 미신들이다. 이 모든 것이 의학 미신이라니, 과연 정답을 맞힌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정말 저 모든 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은 맞을까? 

모든 것을 쉽게 기록 가능한 시대가 되었기에 이제 정보는 어디나 넘쳐난다. 대장균은 두 배가 되는 데 20분이 걸리지만 정보의 복제는 수백배 빠르다. 게다가 가끔 변종 세균이 생기듯이 정보도 변형된다.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고 오해가 끼어들어 전혀 엉뚱한 내용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세상에는 많은 잘못된 정보들이 있다. 그중에는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거짓임을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있고 전문가들마저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있다. 하지만 평소 이런 정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신문의 생활 정보 기사에서 흥밋거리 정도로 다룬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걸리고 정치가 개입하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괴담’이라는 딱지가 붙고 자칫하면 신문 1면으로 옮겨져 정치인들의 비난과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위의 아홉 가지 정보도 언젠가는 괴담의 근거가 될 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 사회를 괴담 사회라고 비판하는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사회가 괴담 사회라면 그건 그만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사회적 소통을 위한 기본적 신뢰가 낮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

“이게 과일이에요, 채소예요?”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과일과 채소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 다년생 목본은 과일, 일년생 초본은 채소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정확하진 않다. 씨를 가지고 있는 식물의 씨방이 자라서 된 가식부분을 과일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채소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기준도 모호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확실히 아는 것이 있으니 바로 토마토가 채소라는 것이다. 왜 꼭 토마토는 채소라고 하고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을까? 왜냐하면 미국 대법원이 1893년에 토마토는 채소라고 판결한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1880년대 후반 미국에선 수입하는 과일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채소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법이 통과됐다. 

그러자 어떤 식물이 과일이냐 채소냐에 따라 세액 차이가 생기게 되었고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의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그리고 결국 대법원은 토마토가 채소라고 판결하였는데 그 이유는 토마토가 저녁 식사에는 사용되지만 후식으로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영양적인 목적으로 먹으면 채소, 즐거움을 위해 먹으면 과일이라는 분류법도 생겨났다. 하지만 사전적으로나 식물학적으로 토마토는 과일에 가깝다. 아니, 사실 과일인가 채소인가의 구별은 큰 의미가 없다. 세금 문제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잘못된 정보에 정치가 개입해서 괴담의 딱지를 붙이고 사법적 판단을 하기 전에 과학계의 시스템을 참고해 보길 권하고 싶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실증적인 논문 발표를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증거 중심으로 접근해 보론과 반론을 내놓아 그 주장을 검증하고 오류를 바로잡는다. 만일 과학자가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구속하거나 입을 막아 버린다면 수많은 과학자들을 위한 교도소를 크게 확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괴담 믿는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면 정보 유통 구조와 사회적 신뢰 문제를 점검해봐야 한다. 물론 악의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때문에 사회적 비용 낭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사람들의 입을 막거나 잡아넣겠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 사회의 신뢰는 더 떨어지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세균 잡겠다고 함부로 항생제를 남용하면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더 고생할 수 있다.

<이한승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ysbiomat@gmail.com>

입력 : 2011-11-20 21:02:24수정 : 2011-11-20 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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