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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진균 감염병 전세계 발생률 및 사망률 추정치

지난 주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실린 리뷰 논문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보도의 핵심은 대략 10년 전에 비해 사망자가 2배 가까이 늘어서 매년 380만명(전 세계 전체 사망자의 약 6.8%)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Global deaths from fungal disease have doubled in a decade – new study Better and more timely diagnoses of fungal diseases could save millions of lives a year. theconversation.com 여러 보도에 언급된 논문 제목은 Global incidence and mortality of sev..

2023년에 본 영화들 그리고 제13회 나만의 시상식

누구도 시키지 않지만 괜한 의무감에 하는 열세 번째 나만의 시상식입니다. 2023년에 본 장편 영화는 대략 120편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영화를 본 한 해였습니다. 그 다음은 코로나가 터졌던 2020년에 본 111편(+드라마 시리즈 2개)이었는데, 2023년에 드라마는 안봤지만 영화는 참 많이 봤네요. 그렇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넷플+왓챠+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등 OTT의 힘과 스티븐 스필버그와 웨스 앤더슨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2년엔 코엔 형제의 전작을 전부 다 찾아서 봤는데, 그게 나름 괜찮은 경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와 를 보고나서 스티븐 스필버그와 웨스 앤더슨 영화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죠. 2023년에 스필버그의 영화 10편과 웨스 앤더슨 영화 9편 (+단편 4편)을 몰아서..

헷갈리는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카스거비 뭐가 다른가요?

최근 유전자 치료(Gene Therapy)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유전자 치료란 환자의 유전자를 바꿔서 유전병을 치료한다는 것인데요. 특히 2020년 CRISPR/Cas9 유전자 가위법이 노벨상을 수상한 후 더 관심이 높아졌고, 이 유전자 가위 방법을 사용한 카스거비(Casgevy, 상품명 엑사셀)가 겸상적혈구증(낫적혈구증) 치료제로 영국에서 첫 승인을 받은 것이 지난 주에 크게 뉴스(아래 링크)가 되었지요. 오는 12월에 미국 FDA에서도 허가가 날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116973.html 노벨상 ‘유전자 가위’, 질병 치료 문 열었다…수십억 비용 걸림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

오베라는 남자 vs 오토라는 남자, 그리고 스웨덴과 미국

지난 주말 를 봤습니다. 는 스웨덴 소설이자 영화인 의 헐리웃 리메이크 작인데, 얼마 전 아내를 잃은 세상에 불만 많은 퉁명스런 노인네의 이야기입니다. 뭐 이든지 든지, 이런 영화는 많지요. 아무튼 영화는 그냥 대충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가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아련한 감정이 피어오르더군요. 그런데 영화 중 오토는 포드 자동차를 좋아하는 옆집 친구와 자동차에 대한 의견 때문에 절교를 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분명 볼보와 사브의 싸움일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그래서 다음 날 를 찾아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영화를 다 볼 생각은 아니고 자동차만 확인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 다르더군요. 그래서 보다 보니 끝까지 보았는데, 영화 속 작은 차이들이 생각보다 크게 보여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화제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vs 젭바운드) 3차 대전 간단 정리

지난 11월 8일 미국 FDA에서 일라이 릴리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를 허가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번 포스팅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의 100년 라이벌 두 회사 대진표가 확정되었는데요. 이를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https://v.daum.net/v/20231109080121142 美 FDA,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승인…한달치 140만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8일(현지시간)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용 신약 젭바운드를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젭바운드의 성분은 티르제파티드 v.daum.net 1. 100년 라이벌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이번 비만/당..

스위스에 대한 단상 (2023-10-28 ~ 11-02)

지금 하고 있는 국제 과제 때문에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취리히 대학에 다녀왔습니다. 가서 연구 내용 발표도 하고 실험 방법 등도 배우고 왔는데,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서 스위스 구경도 좀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멋진 광경에 감탄 했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길래 간단히 정리해 봅니다. 1. 잘사는 나라입니다. 1인당 명목 GDP 10만불 넘는 세계 3위. 1인당 명목 GDP 1위가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인 것처럼 대부분 1인당 명목 GDP 상위 국가들이 작은 나라지만 스위스는 그 중에서 규모가 큰 나라에 속하죠.(국가 GDP로 20위권?) 2. 자연의 엄청난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 많은 곳이 한마디로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보고 살면, 아둥바둥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관광..

중증 COVID-19 환자의 염증과 과도한 장내 진균의 관련성

이번 주 네이처 immunology에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장내 곰팡이의 불균형이 중증 COVID-19 환자나 장기 감염자에게 과도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입니다. 물론 그 순서는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중증 COVID-19 환자는 효모 캔디다 알비칸스를 포함하여 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 가지 곰팡이 종에 대한 항체가 약 4배 더 많이 생성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해당 곰팡이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마우스에게 COVID-19 환자에게서 얻은 진균들을 먼저 감염시킨 후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감염시킨 경우에, 진균 감염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만 감염시킨 마우스보다 더 많은 호중구가 동물의 폐에 침입하여 염증 반응을 활성..

글로벌 제약회사 순위 Top 50과 나라들 (아시아 제약회사들)

비만치료제 관련 포스팅을 하고 나니까 갑자기 전세계 제약회사 순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아보니 잘 정리된 2021년도 자료가 있더군요. 물론 저도 이전에 네이처의 Top 10자료를 포스팅(코로나 전과 후, 글로벌 제약회사 순위 변화)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찾은 2021년 Top 50위 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글로벌 제약 기업의 국가를 정리해 봤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업 순위를 시가총액이나 다른 기준들로 다양하게 매길 수 있지만 여기선 매출액 기준임을 밝힙니다.) 전세계 제약회사 순위 50위까지를 국가별로 봤을 때 가장 많은 나라는 당연히(?) 미국(16개 회사)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다음인 2위였는데, 2위는 일본이더군요. 50위 중에 7개 회사(다케다, 아스텔..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병 100년 전쟁 (feat 프레데릭 밴팅)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들은 팟캐스트가 있는데 경상대 백승만 교수님의 약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최근 비만치료제 전쟁을 하고 있는 일라이-릴리(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위고비)의 인슐린 시대부터의 뒷 얘기가 참 흥미로웠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인슐린 발견으로 노벨상 받은 "대인배"와 당뇨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그 대인배에게서 허락을 받고 인슐린을 만든 "사랑꾼"에 대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언더스탠딩 - 없어서 못 파는 삭센다 위고비는 1달러에 만들어졌다? 백승만 경상국립대학교 약학과 교수 여기서 그 대인배는 의사 출신 프레데릭 밴팅(Frederick Banting)입니다. 캐나다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이자 인슐린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유명한 사람이죠. 밴팅은 토론토대학 매클라우드 교수 연구실..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상 후 단상

0. 봤습니다. 생각할 것이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 내용을 흘려보내기 아쉬워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1. 재난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왔고, 아파트 하나만 빼고 다 무너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없는 영화일지 모릅니다. 기본 설정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영화가 많이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 여기부터 스포일러 주의 ------------- 2. 생각이 납니다. 빈부와 공간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남의 집에 들어가는 사람, 비극적 결말 등등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영화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 것도 비슷합니다. 는 이병헌이 아파트 노래를 부르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앞부분은 약간 코미디적이고 후반부에는 웃음기 싹..

엔니오:더 마에스트로, 2023년 여름 최고의 작품

올 여름 화제작이 많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최고라고 칭송을 마지 않았던 를 드디어 극장에서 감상했습니다. 인디 영화 치고는 깜짝 흥행이라고도 하는데 상영관을 찾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현대 영화 음악의 산증인인 엔니오 모리꼬네 영감님의 일생을 연대기 순으로 자세히 설명하는영화였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 영감님 본인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인데 감독은 의 주세퍼 토르나토레입니다. 그런데 주세페 감독이 을 감독했을 때가 30대 초반으로 거의 데뷔작이었다고 하네요.ㅎㅎ 엔니오 영감님이 참여한 영화가 400편 좀 못된다는데, 초기에 참여한 이탈리아 영화들은 잘 몰라서 약간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리즈와 이후로는 낯 익은 음악과 영화 장면이 글자 그대로 주마등처럼 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항진균제 내성 피부백선 확인 (feat. 좀비 곰팡이)

오늘 CNN 뉴스에 나온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항진균제 내성 피부백선 환자가 첫 보고 되었다고 합니다. First US cases of treatment-resistant ringworm found in patients in New York City 피부 백선(ringworm)은 영어로 worm이 들어가니까 벌레에게 물렸거나 벌레에 의해 감염되는 건가 싶지만 실은 40여 종의 곰팡이(진균) 감염에 의해 발생합니다. 링웜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닌데, 이번엔 첫 항진균제 내성 케이스라는 것이고 Trichophyton indotineae라는 최근 발견된 곰팡이에 의해서 생겼다네요. 이 Trichophyton은 대표적인 피부곰팡이 (Dermatophytes)로 사람의 무좀균도 이 종류입니다. 사실 피부 곰팡이 감..

고맙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오스카 수상 소감-제이미 리 커티스

저는 시상식 수상 소감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미리 알려 주고 하지 않는 시상식이요. 좋아하는 사람이 상을 받으면 수상 소감을 꼭 찾아보는 편입니다. 수상자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주요한 시상식, 특히 영화 시상식 수상소감은 자주 찾아봅니다. 아마 제가 가장 많이 돌려 본 수상소감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소감이었을 겁니다. 특히 감독상 수상할 때 마틴 스콜세지와 퀜틴 타란티노 감독님 언급한 것, 그리고 텍사스 전기톱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자르고 싶다는 이야기 등 그의 재능이 드러나는 장면은 상을 받은 것 이상의 멋짐폭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전에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을 받아서 배우나 제작사에 감사할 필요가 없어 시간이 넉넉했지만요. 아마 봉준호 감독 이외에도 화제가 되었던 수상 소감이 많이 ..

키아누 리브스 이름을 붙인 항진균제 키아누마이신(keanumycin)

오늘 CNN에 흥미로운 뉴스가 실렸습니다. 독일 연구진들이 genome mining 기법을 이용해서 새로운 항진균제를 발견했는데, 그 이름을 키아누마이신 (keanumycin)이라고 명명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키아누마이신은 바로 영화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이름에서 가져왔고, 그렇게 명명한 이유는 '존 윅'과 '매트릭스' 같은 영화에서 악당을 잘 처단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키아누마이신에 대한 논문은 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실렸는데 키아누마이신 A, B, C 세 물질이 실렸습니다. 물질 구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lipopeptide 계열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리포펩타이드 물질들은 항균효과, toll-like receptor..

천사의 몫을 훔쳐 먹는 위스키 곰팡이 Baudoinia compniacensis

유명한 미국 위스키(버번) 회사 잭다니엘의 숙성 창고 건축 계획이 소송에 휘말렸다는 BBC 보도가 최근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소위 "위스키 곰팡이(Whiskey fungus)" 때문인데요. 위스키 숙성 창고에 공기 필터를 설치하라는 것입니다. 양조장이나 베이커리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곰팡이가 건물 벽에 얼룩을 만들거나 식물에 달라붙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보두애니아 (Baudoinia) 속 곰팡이들에 의해 일어납니다. Baudoinia라는 이름은 앙토낭 보두앵 (Antonin Baudoin)이라는 19세기 프랑스 꼬냑 지방의 한 약사이자 꼬냑 농업산업화학연구소 소장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무려 1872년에 꼬냑 증류소 주변 건물의 검은 얼룩에서 곰팡이를 처음 보고한..

에리트리톨 (Erythritol) 심장마비 뇌졸중 유발 논란?

최근 설탕대체 감미료인 에리스리톨 (erythritol)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여준다 (정확하게는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몇가지만 이야기하고 가려고 합니다. 1. 에리트리톨은 인공감미료인가? No! 아닙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도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미생물에 의해서도, 즉 발효를 통해서도 만들어집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다시피 에리스리톨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들은 대부분 발효식품 (사케, 미소된장, 간장, 와인)입니다. 산업적으로 생산할 때도 효모의 일종인 Moniliella pollinis 같은 균을 이용해 발효해서 만듭니다. 그런데 왜 네이처 메디슨이라는 엄청 유명한 저널에서 논문 제..

Socially Dangerous 2023.03.02

미국 CDC, 다제내성 쉬겔라균 (drug-resistant Shigella) 감염 경고

쉬겔라 세균(Shigella)은 우리가 흔히 세균성 이질이라고 부르는 쉬겔라증(shigellosis)을 일으키는 병원균입니다. 쉬겔라 감염은 주로 식수나 음식으로 감염되고 급성 염증성 장염을 일으켜 심한 설사를 일으키죠. 특히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적은 양의 균 (10-100 CFU)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죠. 우리나라 법정 감염병을 1급부터 4급까지 나누는데 2급 감염병에 속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 미국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항생제 저항성 쉬겔라(drug-resistant Shigella)에 대한 경고를 발표해서 많은 언론에서 뉴스로 보도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Shigella XDR 균주가 점점 문제가 되고 있다..

교수직을 그만두면서 (또는 블로그를 다시 열면서)

(문서를 수정하다 실수로 예약을 누르는 바람에 글 작성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원글은 2022년 3월 초에 작성했습니다.) 지난 2월 말에 15년(14년 6개월)간의 교수직을 그만두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앞으로 10여년 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데, 그 좋은 사학연금 손해도 엄청 큰데, 도대체 왜 그만두느냐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이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좋은 선생이 되지 못할 것 같아서." "가족과 같이 살고 싶어서." "연구와 수업만 하고 살 수 없어서." "논문과 보고서 쓰기 싫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고 싶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읽고 쓰면서 살고 싶어서." "교수가 될 때의 목표를 이룰 수 없어서." "(학내)정치..

어른 김장하 선생님과 "줬으면 그만이지"의 문형배 헌법재판관님

"저는 요즘 제가 오래 믿었고 지켰던 가치들이 정말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위의 말은 최근 황망한 일을 당한 선배님께 내놓았던 제 고민이었습니다. 그 선배님은 본인이 믿는 가치를 따라 멋지게 제 2의 인생을 살아 오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공동체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파편화된 요즘에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시는 분이죠. 그 때 그 선배님이 김장하 선생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에서 몇차례 스쳐 갔던 분이죠. 이젠 누구의 이야기도 의심스레 듣는 저는, 그 분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남 돕는데 썼다면, 일해서 번 것이 아니라 부동산을 많이 사뒀을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ㅠㅠ) 며칠 후 밤 늦게 아내와 함께 유튜브에 있는(지금은 비공개로 전환..

2022년에 본 영화들 그리고 제12회 나만의 시상식

올해도 역시 어김 없이 돌아오는 나만의 시상식입니다. 코로나 덕분에 1년에 100편이 넘는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지만, 2022년은 코로나가 풀린 만큼 영화도 덜 보게 되었습니다. 2022년에 본 영화는 모두 66편이니까 딱 2019년으로 돌아갔네요. 하지만 극장에서 본 영화는 최근 10여년 중에 2022년이 가장 적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4년 연구년 보냈던 해 제외). 솔직히 개봉 (상업)영화 최악의 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볼만한 영화가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학교를 떠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부산영화제도 못가고, 다양성 영화관을 찾아가지도 못했구요. 대충 세어보니 극장에서 본 영화가 9편 밖에 안되네요.ㅠㅠ(어쩐지 CGV, 메가박스 회원등급이 전부 VIP에서 일반으로 추락했더라니...) 그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백수린, 창비)

2022년의 마지막 책을 읽었습니다. 백수린 작가님의 에세이 입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기록을 찾아보니 2020년의 첫 책으로 백수린 작가님의 짧은 소설집 를 읽었고, 2021년의 첫 책으로는 산문집 을 읽었더군요. 2022년 벽두엔 아니었지만 마지막엔 또 이 책을 읽었으니 뭔가 한 해의 끝과 시작에 함께하는 작가님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벽두에 읽었던 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 리스트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런데 이번 책 도 그 리스트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느끼며 읽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은 백수린 작가님이 최근 이사한 "언덕 위의 집"에서의 삶과 사랑하는 반려견 "봉봉이"를 통해 배운 사랑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언덕 위의 집이라고 해서 해운..

WHO에서 처음 발표한 병원성 곰팡이 리스트과 치명적인 균들

최근 곰팡이 감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으로 fungal priority pathogens list를 발표했습니다. 아마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대부분은 익숙한 균들일텐데요. 이번 리스트에서는 1) 치명적인 최우선순위 그룹 (Critical Priority Group), 2) 고우선순위 그룹 (High Priority Group), 3) 중우선순위 그룹 (Medium Priority Group) 으로 나누어 총 19종의 균을 선정하였는데, 곰팡이 감염병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토론을 통해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그 중에 "치명적인 최우선순위 그룹"에 포함된 4개의 균만 한 번 살펴보자면 1) Cryptococcus neoformans는 진균성 뇌수막염을 ..

2022 원헬스 항생제내성 국제심포지엄 참석 소감

지난 주말에는 흥미로운 심포지움에 다녀왔습니다. One Health 항생제 내성 국제심포지엄이었는데요. 아침부터 오후까지 간만에 하루 종일 앉아서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기억해둘 필요도 있어서 블로그에 간단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일단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 (R&D)" (이하 줄여서 '원헬스 사업')은 "항생제 내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 및 예방을 통해 국민을 항생제 내성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자,‘국내 항생제 내성균 국가 관리대책 확립을 위한 사람-동물-환경-식품 간 내성기전 및 전파규명 연구개발’을 목표로 추진된 사업"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항생제 내성에 대한 연구 사업들은 부처별로 다양하게 있었는데, 이 원헬스 사업의 특징은 7개 부처(질병관리청, 식약처..

<힐빌리의 노래>의 평에 대한 단상

최근 영화 를 봤습니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윤여정 배우님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타던 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글렌 클로즈가 후보로 올랐던 영화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두 영화 모두 할머니가 손자를 구원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어서 비교가 되곤 했죠. 물론 영화화 이전에 책으로 번역되어 꽤 많이 알려졌었죠. 저는 팟캐스트 그알싫에서 조성주 소장님이 소개해 줘서 알게 되었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 대해 흥미로운 것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라 영화에 대한 평들이었습니다. 론 하워드 감독이 수작과 범작(졸작도?)을 왔다 갔다 하는 감독이지만 영화를 특별히 못찍거나 배우들의 연기가 나쁘거나 하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또는 ..

<헌트>의 이웅평 귀순 사건과 기억의 왜곡

이정재 감독의 영화 속 황정민씨가 연기한 이웅평 귀순 사건이 화제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웅평씨가 귀순 할 때 난리가 났었다, 사이렌 울리고 방송에서 실제 상황이라고 그랬다, 전쟁나는 줄 알았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제 본 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들은 영화 팟캐스트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일종의 집단적 기억 왜곡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다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걸까요? (아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은 저도 수십년간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영화 의 배경이 되는 1983년은 비행기 관련 큰 사건사고가 네 건이나 있었습니다. 1) 1983년 2월 25일의 이웅평 귀순사건(미그19) 2) 1983년 5월 5일의 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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