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든 것

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책 영화 음악 그리고

기다리던 봉준호의 미키 17 첫감상 단상

바이오매니아 2025. 3. 1. 22:46
반응형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봤습니다. <미키 7> 책을 읽은 것이 1년 반 전이니까 오래 기다리고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저의 첫 느낌은  이 시대 힘든 청춘에게 건네는 “봉준호식” 위로와 격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영화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생각들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 만땅일 예정입니다.

 

미키 17 포스터

 

-----------------(스포일러 주의)-----------------

 

1. 봉준호 영화 중 유일한 사랑과 희망의 영화이자 해피 엔딩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그렇게 해피하진 않아요. 우리 현실을 우리가 잘 아니까요. 

 

2.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김용균님과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희생자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을 위한 "봉준호식" 추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매우 개인적이지만 정치적이면서 사회적인 이야기입니다. 

 

3.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걔네들에겐 우리가 에일리언 이잖아!". 자꾸 크리퍼를 외계인(에일리언)이라고 하니까 나샤가 걔들이 여기 주인이고 이 행성에 찾아온 우리가 에일리언이고 하는 장면입니다. 물론 예고편을 보지 않았다면 "죽는 건 어떤 느낌이야?" 라든가 "Have a nice dead!" 같은 대사가 더 기억에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4. 악당 케네스 마샬은 트럼프 + 일론 머스크입니다. 마크 러팔로는 트럼프 흉내를 내고 있고, 일론 머스크 처럼 테라포밍과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세상에 뿌리고 싶어합니다. 영화를 먼저 찍어서 지극히 우연이라지만 저격을 당하는데 얼굴에 총알이 스치는 것도 트럼프를 연상시키죠. 그리고 아마 한국인들에겐 다른 어떤 부부가 보일 것 같구요. 

 

5. 인간은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한 사람에게 책임지우고 그를 무시하는데, 크리퍼들은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온 종족이 다 함께 모여서 시위를 합니다.  

 

6. 솔직히 SF적인 즐거움은 거의 없습니다. 웅장한 우주와 새로운 행성, 멋진 비행선과 화려한 신무기, 이런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휴먼 프린팅 기계가 좀 새롭지만 그것도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소재만 SF이고 추레하고 칙칙한 우주선과 낡아보이는 트럭과 화염방사기, 눈발 날리고 동굴에 숨어 사는 벌레들, 이런 풍경이 대부분입니다. 배경은 우주 행성이지만 그냥 우리 사는 곳과 같은 현실처럼 보이죠. 

 

7. 영화 속 가장 흥미로운 존재는 "크리퍼"인데, 크로아상과 곰벌레, 강아지와 (봉준호 영화 속) 괴물을 섞어 놓은 듯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숭고한 존재로 나오죠. 귀엽기도 하구요.

 

8. 봉준호 특유의 "삑사리"가 영화 처음부터 나옵니다. 이번에도 괴물처럼 머더 크리퍼 첫 등장 장면에서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죠. 

 

9. 종교에 대한 풍자가 강합니다. 심지어 헨델의 메시아 음악까지 나오죠. 종교와 기업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통일교를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만, 뭐 개신교도 소비자 지상주의라고 비판을 받고 있죠. 

 

10. 영화를 보고 나오니 아래 포스터의 의미가 확 들어왔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뒤의 그림자(?)가 16개 이고, 어찌보면 크리퍼처럼 보이더군요.

 

 

11. <기생충>에서는 주인공들이 대만 카스테라 하다가 망했는데, <미키 17>에서는 마카롱 가게 하다가 망했습니다. 왜 마카롱인지 조금 궁금하더군요.

 

12. 봉준호 감독은 크리퍼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 칭찬하더군요. 뻥카와는 다른 어떤 표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13. 토니 콜렛의 "소스(sauce)"에 대한 의도는 알겠는데, 그렇게 공감이 되진 않았습니다. 

 

14. 극 중 "카이 (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의 캐릭터가 좀 아쉽습니다. 어느 편인지 미키를 좋아하는 건지 마샬에 대한 태도 등등이 좀 모호합니다. 

 

15. 앞부분의 보이스 오버 설명이 좀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들이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일까요? 아니면 제가 이미 이 스토리에 익숙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16. 배우들의 연기가 다들 좋습니다. 토니 콜렛과 스티븐 연의 캐릭터가 좀 흥미로웠고, 크게 주목 받은 배우들 외에 특히 눈에 띄는 배우는 도로시 역의 팻시 페란(Patsy Ferran)이었습니다. 봉준호 영화 속 과학자들이 다들 좀 바보같은데 그나마 선역이라고나 할까요.

 

도로시 역의 Patsy Ferran

 

17. <옥자>의 목소리를 낸 이정은 배우처럼 크리퍼의 목소리를 누가 냈을까 궁금했는데 프랑스 배우 애나 무글라리스(Anna Mouglalis)라고 합니다. 거의 음향 보정 없이 그 목소리 그대로 썼다고 하더군요. 아래 동영상 들어보시면 보기와 다르게 목소리가 매우 독특함을 아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BoGAS-Qc0

18. 아무튼 기대하는 것을 다 뒤집는 영화입니다. 슬픈 사람의 영화이지만 코미디이고, 멋진 SF를 기대하지만 식판에 흑임자죽이나 짜서 먹고, 외계 괴물이 나오지만 순둥이 곰벌레들이고, 인간의 머리를 터뜨려 죽일 것 같지만 뻥이고,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해피 엔딩인 영화.  

 

 

(한 번 정도 더 볼 것 같으니까 더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다음에 또!)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