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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장 이야기 451

폴 토마스 앤더슨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관람 후 단상

0. 폴 토마스 앤더슨 (줄여서 PTA)의 신작 (줄여서 OBAA)를 감상. 를 제외하고 그의 장편 전작을 다 보고 제 맘대로 PTA를 '도른자' 감독이라고 불렀는데, 이번에도 확실히 도른자답게 미친 영화를 하나 만들었네요. 1. 왜 폴 토마스 앤더슨을 PTA라고 부르냐, 잘난 척 하는 거냐, 라는 이야기가 있나본데, 그건 폴 앤더슨이라는 또 다른 감독이 있어서 그러는 측면이 있습니다. 폴 앤더슨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감독이자 밀라 요보비치의 남편. 이하 스포일러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2. PTA 영화의 특징이라면 정말 뭔가 좀 '도른자'가 주인공이라는 건데, 이 번 OBAA에서도 예외 없이 도른자들이 나옵니다. 그나마 주인공의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는 정상으로 보이지만, 그..

박찬욱 신작 <어쩔수가 없다> 1차 관람 후 단상

1. 감상 후 첫 느낌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의 영화라는 점. 점점 구조적인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경쟁자끼리 싸우는 영화가 많아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시대의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아마 구조적인 적(예를 들면 외국자본, 거대기업)과 싸우는 영화였으면 80-90년대 영화 같았다고 했을 수도. 이제부터 스포일러 또는 영화 내용 주의!!! 2. 갑자기 실직한 중년의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나는 꽤 감정이입 되었고 아마 우리 또래들도 그랬을 것 같은데,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음.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안되는 순간 영화가 마음에서 멀어질 것 같은 느낌. 3.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전부 거대한 저택에 사는, 우리가 흔히 ..

오스트리아 빈 여행기-도나우 타워

올 여름 막바지에 오스트리아 빈(영어로는 비엔나)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게다가 아내의 학회도 바로 옆 동네 슬로바키아에서 열려서 처음으로 함께 유럽을 다녀왔는데요.그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몇 편이나 쓸지 모르겠지만요. 비엔나의 첫 포스팅은 도나우 타워로 시작할까 합니다. 일단 제가 비엔나에서 처음 가본 장소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 장소 같아서요. 저에게 비엔나는 "퇴행의 도시"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아마 그 이미지에 걸맞게 비엔나 여행을 오시는 분들도 주로 합스부르크 왕궁들이나 미술관에 많이 방문하시죠. 게다가 빈 여행객들 중 상당수가 따라다니는 에도 나오지 않는 동네라서 그런지 현대적인 분위기의 오스트리아 센터나 도나우 타워 등은 많이들 안다니시더군요. ..

기다리던 봉준호의 미키 17 첫감상 단상

드디어 봉준호 감독의 을 봤습니다. 책을 읽은 것이 1년 반 전이니까 오래 기다리고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저의 첫 느낌은  이 시대 힘든 청춘에게 건네는 “봉준호식” 위로와 격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는 영화를 보자마자 생각나는 대로 생각들입니다. 당연히 스포일러 만땅일 예정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1. 봉준호 영화 중 유일한 사랑과 희망의 영화이자 해피 엔딩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그렇게 해피하진 않아요. 우리 현실을 우리가 잘 아니까요.  2.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김용균님과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건 희생자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을 위한 "봉준호식" 추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매우..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카터 센터, 애틀란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최악의 대통령이면서 최고의 전직대통령으로 불렸던 그였지만, 저에게 지미 카터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은 땅콩, 주일학교, 조깅, 김일성이죠. 도덕적인 사람은 현실 정치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사람이기도 하구요. 왜 저 단어들이 생각났는지 잠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땅콩  지미 카터(Jimmy Carter)는 조지아주 플레인스(Plains)라는 작은 마을에서 땅콩 농장주를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참고로 플레인스는 2020년 통계로 전체 인구가 573명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죠. 그러니 소위 워싱턴 정가의 사람들에게 카터는 아웃사이더로 보였을 겁니다. 때문에 그의 출신이 놀림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카터는 오히려 겸손함과 소박..

2024년에 본 영화들 그리고 제14회 나만의 시상식

매년 연말에 한 해 동안 본 영화를 정리한 지 올해로 15년을 맞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24년엔 113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1년 동안 수도 없이 자정을 넘어 퇴근할 정도로 엄청나게 바빴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영화를 본 느낌입니다.  제게 2024년의 영화는 이 가장 유력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로 바뀌었습니다. (몇 번 은퇴를 번복하신 바 있지만) 켄 로치 감독님의 은퇴작인 는, 예의 켄 로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에도, 계엄과 탄핵 등의 우리 사회 상황과 맞물리면서 올해의 영화로 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24년 동안 제 머리 속에 가장 남았던 단어는 "식사와 환대 (또는 연대)"였습니다. (팀 체스터, IVP) 속에 로버트 캐리스의 누가복음 연구가 언급되..

대부도와 제부도, 서해랑 해상케이블카 (2)

앞의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정류장은 두 곳이 있습니다. 전곡정류장과 제부정류장. 위치는 대략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사진 중간의 길이 간조시간에 통행 가능한 길인데, 아마 간조시간에 케이블카를 타면 밑으로 뻘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희는 물길이 닫히기 전에 제부도로 들어와서 제부--->전곡 --->제부 왕복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사람이 적고, 물때도 맞을 것 같아서요.   건물이 예쁘고 한적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주차가 무료라는 것도요.   루프탑에 올라가면 더 시원한 광경이 펼쳐지고 사진찍는 곳들이 있습니다. 참고로 전곡정류장에는 루프탑 경치가 건물에 가려져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발 아래로 저희가 차로 지나온 길이 보입니다. 이미 물이 다..

대부도와 제부도, 바닷길 여행 (1)

어느 가을 날 갑자기 어디론가 가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차 막히는 곳은 싫어서 가까운(?) 대부도와 제부도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대부도 가는 길에 동춘서커스단이 공연하는 곳을 지나갔습니다.  대부도에서 일단 점심을 먹습니다. 장소는 조만간식당. 2인 손님의 경우는 바닷가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재미있는(?) 식당이죠. 영종도 을왕리에도 분점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2인석 한 자리가 비어서 앉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간조시간이어서 바다가 아니라 뻘이 보인다는 것.   대부도에서 바라보면 인천 송도가 건너편에 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걸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차로는 삥 돌아와야 하죠.   밥을 먹고 제부도로 향하는 길에 바다향기수목원이라는 곳이 있다길래 들러보았습니다. 주차도 입장료도 모두 무..

베테랑2, 류승완의 선택은 시대의 변화에 대한 반성?

를 봤습니다. 뭔가 갸우뚱하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내가, 또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확실히 좀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더니 9년의 세월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1편이 나왔던 2015년에는 선명한 나쁜 놈만 때려 잡으면 속 시원하고 정의가 실현될 것 같았는데, 9년 동안 우리 사회가 정신 없이 바뀌었기에 영화도 바뀐 것 같더군요. 류승완 감독은 속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여주려는 것 같았고, 그래서 영화가 혼란스럽고 마냥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누가 봐도 나쁜 놈과, 나쁜 놈을 비호하는 나쁜 놈과, 나쁜 놈을 처단하는 나쁜 놈과, 나쁜 놈을 처단하는 나쁜 놈으로 먹고 사는 나쁜 놈들 사이에서, 나쁜 놈을 처단하라고 욕하는 나도..

빅토리 세 번 보고 알게 된 것들

영화 에 대해서는 이미 감상을 블로그에 쓴 바가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은 일단 아래 글을 참고해주시구요.  빅토리, 우리 인생을 응원하는 영화 (+ 염지영, 박세완) 빅토리, 우리 인생을 응원하는 영화 (+ 염지영, 박세완)며칠 전 기분이 좀 꿀꿀해서 밤에 혼자 회사 건물에 있는 극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상영 중인 , . 중에 고민하다 가장 상영관이 적은 로 결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저 3편의 영화 중biotechnology.tistory.com  여기서는 빅토리를 극장에서 세 번 보고 알게된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극장에서 세 번이나 봤냐구요? 그렇습니다. 사실 지난 몇주 개인적으로 좀 힘든 일들이 있었는데 빅토리를 처음 보면서 위로 받고, 두번째 보고 용기를 내고, 세번째..

빅토리, 우리 인생을 응원하는 영화 (+ 염지영, 박세완)

며칠 전 기분이 좀 꿀꿀해서 밤에 혼자 회사 건물에 있는 극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당시 상영 중인 , . 중에 고민하다 가장 상영관이 적은 로 결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저 3편의 영화 중에 아내에게 나랑 같이 극장에서 보지 않을 영화 골라달라고 했는데 무슨 영화인지 몰라서 아내가 고른 것이 빅토리였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큰 만족을 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첫 감상은 뭐 엄청 잘 만들었거나, 이야기가 새롭고 탄탄하거나 대단한 영화적 성취가 있는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게 뭔가 내 삶에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 영화를 응원하고 싶어지더군요. 여성 서사와 지방학생 서사와 언더독 서사 등등이 섞여 있는데 예전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 생각이 특히 많이 났습니..

교토국제고 고시엔 결승 진출과 일본 고교 운동부 시스템

일본의 여름 고시엔 (夏の甲子園)에서 한국계 고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결승에 진출한 것이 큰 화제입니다. 한국에서의 뉴스는 한국어 교가가 NHK를 통해 울려퍼졌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저는 저런 문화가 계속 지속되는 것이 더 흥미롭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v=9PlKInF1GKE  여름 고시엔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토너먼트에서 전승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 토너먼트의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지역예선을 통과해야 하죠. 올해 교토지역예선에서는 73개의 팀이 맞붙었고, 교토국제고는 거기서 1위를 한 것입니다.    그래도 교토는 73개 팀이니까 좀 나은 편입니다. 도쿄와 같이 학교가 많은 곳은 동부와 서부로 나눠서 예선을 치루는데 올해 동부..

패터슨, 인생을 예술로 만드는 아~하의 순간

오래 묵혀두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씨네필이나 평론가들의 평은 좋은데 엄청 재미있을 것 같진 않고, 뭔가 좀 진지하게 분위기 잡고 봐야 하는 영화들이죠. 최근 가 화제인데, 상영하는 곳도 별로 없고 시간도 맞추기 힘들어 약간 꿩 대신 닭이라는 느낌으로 을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코로나의 재방문으로 약간 쉴틈이 생긴 까닭이기도 하구요.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착 가라앉은데다, 평론가들의 상찬 덕분에 기대감을 낮춰 잡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소해 보이는 인생을 예술로 만드는 좋은 영화였네요. 마지막 어느 장면에선 잠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세상 누군가에겐 등단해야 시인이고, 좋은(?) 저널에 논문 써야 과학자고, 메달 따야 운동 선수고, 국전 입선..

시대의 어른, 김민기를 추모하며

얼마전 제 주변 소셜 미디어에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넘쳤습니다. SBS에서 방영한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다큐멘터리 3부작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 잊고 있었던 이름입니다. 하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기도 하죠.   찾아보니 김민기 선생님에 대해서 26년 전에 쓴 글이 이 블로그에도 있더군요. 아마도 98년도에 지하철 1호선을 보고 와서 쓴 글인 것 같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이렇게 썼었습니다. "그는 내 청소년기의 우상이었으며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었다고. 제가 평생 누군가를 우상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쩌면 그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김민기라는 인물은 정말 전무후무한 사람입니다. 군사독재시절의 희생자이면서 신화적 존재였으나, 그 모든 추앙을 ..

우연히 만난 부산 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책 <부산미각>(문학동네)

지난달 부산 학회에 갔다가 제가 애정하는 “우연한 서점”에서 우연히 산 책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학동네에서 나온이라는 책입니다. 은 부산과 관련한 여러 음식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사실 ‘웅어’를 제외한 다른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거나 들어본 내용이었고 대부분 제가 라디오 방송할 때 다뤘던 내용이지만, 군데군데 숨어 있는 부산에 대한 역사적 소개와 그 연관성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부산의 옛 이름 ’동래‘는 동쪽의 신선이 사는 세상 봉래(蓬萊)의 약칭이라거나, 조선인이 최초로 설립한 민간은행인 경남은행의 전신이 구포은행이라거나, 영도의 여러 이름(영선동, 청학동, 봉래산)은 신선이나 도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 등 단순하게 부산 음식 뿐만 아니라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잘 버무린 솜씨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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