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 (봉준호 『기생충』 보자마자 리뷰라기 보다는 단상들)에 이어서 바빠 죽겠을 때 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회차 관람기입니다.


역시 스포일러 만땅일테니까 주의하세요!!!


0. 다 죽는다


이거 이러다가 다 죽어, 가 기생충의 메세지라고 봅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죠. 


1. 계획


영화에서 송강호 가족들은 모두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영화에서 첫번째로 계획이 뭐냐고 묻는 사람은 송강호 부인 역의 장혜진 배우더군요. 그리고 비오는 날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아이들이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그 때 송강호의 답은 계획이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송강호는 계획 없이 이선균을 죽입니다. 우발적입니다. 이 영화를 계급의 영화로 놓고 봤을 때 <설국열차>와 가장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인 듯합니다. 계급투쟁 역사의 필연적 결과로 두 계급이 죽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가 이대로 가면 누구나 의도치 않더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먹을 것 좀 가져다 주라는 악인


막판 칼부림이 난무하는 이 영화엔 그다지 악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없습니다. 물론 송강호 가족은 사기꾼이고 악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냥 생존을 위해 적당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 최선이 남을 속여먹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정은은 장혜진의 발차기에 계단에서 굴러서 죽지만, 다음 날 파티에서 박소담에게 접시를 주고 지하실에 먹을 것을 좀 가져다 주라고 합니다. 그냥 내 이익을 위해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누구나 자기 이익만 위해 살면 의도치 않게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이죠.


3. 부자에게 경의를?


이정은-박명훈 부부는 그냥 부잣집 지하실에서 빌어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송강호 부부도 자기네가 이선균 가정 덕분에 먹고 살게 되었다고 감사의 건배를 합니다. 두 가정 모두 이선균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리스펙트!!! 남의 집에 몰래 산다거나 자기 신분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파국입니다. 흥미로운 감상평 중에 이선균 가족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대로 보면 이 영화는 부자들을 미화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존재하는 어떤 측면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 가져오는 자


빈자는 수석 따위 필요 없고 먹을 거나 사오라고 하고 부자는 먹을 거 전혀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빈손으로 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사오는 것은 부자.


5. 귓속말


이선균-조여정 부부가 마약을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이 많은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귓속말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 (봉감독님은 이런 이야기 나오는 상황 만들어 놓고 은근히 즐길 것 같은데...)


6. 혹시 꿈?


송강호와 최우식이 체육관에서 누워 대화를 한 뒤부터는 그냥 다 꿈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송강호가 지하실에서 나와서 최우식을 포옹하면서 끝나지 않고 다시 지하실의 최우식을 잠깐 보여주고 끝나는데 그 마지막 컷 바로 전까지가 말이죠. 그런데 두 번 보니 애매하긴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더군요. 게다가 작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그런 비슷한 중의적 장면(맨 뒷부분은 모두 유아인의 소설이라는 중의적 해석)이 있었는데 또 그렇게 하진 않았겠죠.


7. 살인의 사이클


장혜진이 이정은을 죽이고, 이정은의 남편 박명훈은 박소담을 죽이고, 박소담의 아버지 송강호는 이선균을 죽입니다. 빈자들은 서로 기생충이 되려고 싸우다 죽고 죽이고, 그러다가 호스트도 죽죠. 호스트가 죽으면 다 죽는 겁니다. 결국 계속 반복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메세지.


8. 비


비는 부자나 빈자 모두에게 내리지만 부자에게 비는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고마운 비이고, 빈자에게 비는 물난리를 선사하는 비입니다. 부자는 장난감 같은 인디언 텐트만 치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지만, 빈자의 반지하집은 똥물이 역류하죠.


9. 바퀴벌레 


송강호 가족 3명이 탁자 밑에 숨었다가 기어나오는 장면은 앞에 나오는 바퀴벌레 대사와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10. 기타 내용


- 손석희 사장님 대역의 자세 때문에 웃었습니다.  

- 두 가족에 속하지 않은 이정은 배우가 칸에 간 것 보고 뭔가 중요한 역할이겠구나 싶었는데 박명훈 배우도 칸에 같이 갔다네요. 하지만 그 수 많은 사진에 얼굴도 못내밀고...ㅠㅠ 좀 불쌍합니다.

- 처음엔 필라이트를 넷이서 먹다가 나중에 세명은 삿뽀로를 마시고 엄마만 필라이트를 마시는데 그게 셋은 이선균네 집에 취업을 했고 아직 엄마는 취업하기 전이라서 그렇다는 썰이 있었는데 그 때는 엄마도 취업을 한 후였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기생충 봤습니다. 개봉일에 혼자 가서 봤습니다. 스포일링 하지 말아달라는 봉준호 감독님 부탁도 있고 하니 SNS에 쓰기도 뭐해서 그냥 간단히 여기에 써 봅니다. 아마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은 큰 상관 없는 분들이겠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포함 주의!!!)


1. 어, 이건 좀 박찬욱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그런 이야기가 많군요. 봉준호와 박찬욱의 합체설에 공감했습니다. 반지하방은 봉준호스럽고 이선균의 저택은 박찬욱 느낌이 납니다. 


2. 조여정의 재발견. 이 영화로 연기상을 한 명만 줄 수 있다면 조여정씨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출중하지만 조여정씨 분량이 가장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분량도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배우와 합을 맞추는 역입니다.


3. 출연을 했는데 포스터와 관객과의 대화에 나올 수 없는 비운의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박명훈 배우. 그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그런데 그걸 미리 알릴 수가 없으니 무대 인사에도 못나오고 포스터에 등장도 못하고... 좀 안타깝네요.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4. 설국열차 생각을 안할 수는 없습니다. 설국열차가 직설적인 부자와 빈자의 계급투쟁이었다면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의 블랙 코미디라고나 할까요. 설국열차는 뒤집어 엎자(다른 길을 찾자)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기생충은 저들의 삶이 어떤지를 그냥 보여줍니다. 둘 다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5. 부자를 나쁘게 그리지 않습니다. 빈자를 동정의 시선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냥 뻔한 오락물이 되었겠죠. 부자는 딱 하나, 선을 넘지만 않으면 그만인 사람들입니다. 빈자는 악하고 거칠게 그립니다. 안타깝지만 그래서 사실적입니다. PC하지 않다고 욕을 먹을 것도 같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입니다.


6. "잘사는 사람들이 구김살 없고 성격도 좋아"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런 류의 말을 처음 들은 것이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김규항이었던가. 아무튼 긍정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인터뷰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7.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업고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상 받지 않았다면 300만명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만큼.  


8. 반대로 영화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제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는 <미션>같은 몇몇 작품을 빼곤 대중성과는 별 상관 없는, 아니 솔직히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상을 주로 받는 영화제인데 <기생충>도 영화제 영화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9.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비맞고 집에 갈 때 계속 내려가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는 것이겠죠. 언덕을 내려가다 계단을 내려가고 반지하로 내려가는 메타포


10. 저에게 이선균씨의 연관 검색어는 '짜증'. 왠지 몰라도 언제나 그 특유의 짜증 섞인 소리지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 파티 장면과 죽기 직전 장면 보면서도 짜증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11. 등장인물이 많고 서로 서로 투샷이 많은데 제일 인상적인 투샷은 이정은 장혜진 배우의 투샷. 그냥 가족 코미디 같던 영화가 공포물 같은 분위기로 바뀌는데 언니 언니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반전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12. 장혜진 배우님의 늘어진 배 내놓고 하는 능청스런 연기와 조여정씨 앞에서 기품 있는 집사같은 분위기의 연기 전환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둘 다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솔직히 <우리들>에서 말고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13. <기생충>에서 수업에 쓸만한 장면은 역시 복숭아 알러지. 그 외에 유행성 결핵과 기생충.  


14. 위의 포스터에서 누워 있는 하반신은 누구인가 너무 궁금했는데, 그건 알 수가 없네요. 사실 포스터 처음 나왔을 때, 또 여자 죽는 이야기냐며 여혐 이야기가 잠깐 돌았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 죽는 사람은 남자 둘, 여자 둘. 이선균은 포스터에 있으니까 아니고 제 생각엔 지하실에 살던 아저씨가 아닐까. 


15.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술파티 하는 장면까지가 좀 길다는 느낌입니다. 이정은 배우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구요. 살짝 <지구를 지켜라> 생각이 나기도.


16.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계획".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죠. 


17. 흥행이나 평에서 <살인의 추억>을 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한국적인 세계로 돌아온 봉감독님이 반갑네요. 


18. jtbc 서복현 심수미 기자의 장면에서 웃음이. 크레딧을 못봤는데, 연기를 한 것이겠죠? 손석희 사장님이 나오긴 어려웠겠죠. ㅎㅎ


19. [총평]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 


일단 보자마자 감상은 여기까지 쓰고 한 번 더 본 후에 좀 더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0. 내 맘대로 써보는 봉준호썰


1. 이번 칸에서 <기생충> 평이 남달리 좋았는데 작년 <버닝>에서 당한(?) 것도 있고, 외국 평자들이 자꾸 작년도 수상작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언급을 하길래 아시아 영화에 가족 나오는 영화라고 불이익 받는 것 아닐까 살짝 불안했는데 황금종려상이라니!!! 감개무량!!!


2. 봉준호의 단편영화가 씨네21인지 키노인지에 나왔던 것 같지만,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일본에서 포닥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서 월급 백만원에 아내님 등처가 하던 시절.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박사 실업자를 다룬 영화라니, 천재가 나타났다고 대흥분. 그런데 평론가들이 점수를 너무 짜게 줘서 막 화를 냈던 기억이. 물론 그해 연말에 <플랜다스의 개>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재평가 되었지만.^^


3. <플랜다스의 개>는 수업에서 개고기 관련 이야기할 때, <살인의 추억>은 법의학 관련 분자생물학 기법 설명할 때, <괴물>은 돌연변이 설명할 때, <옥자>는 근육단백질이나 육종에 대해 설명할 때 소개하는데, 점점 <살인의 추억>을 본 대학생들이 적어지는 느낌. 하긴 그 친구들 유치원 때 나온 영화이니.ㅠㅠ


4. 사실 <기생충>도 제목을 딱 들었을 때, 우리 쪽 소재 영화인가 싶어서 걱정 반(옥자가 살짝 생각나서) 기대 반이었는데 다행히(?) 진짜 기생충은 등장 안하는 영화인듯. 아직 영화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생과 공생에 대해서 설명할 때 수업시간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기대 중!


5. 예전부터 친구들끼리 69년생 중엔 왜 뭔가 일가를 이룬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오래전에 제일 유명했던 건 하희라였고, 김완선, 양준혁 정도가 자주 등장하는 이름. 그럴 때마다 나는 언제나 봉준호가 있잖아, 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6. 이번에 칸에 가서 찍은 배우들 사진이 참 좋은데, 예전부터 봉감독님 덩치도 크고 헤어스타일 때문에 머리도 커보이니까 사진 찍을 때 가장자리에 서지 마시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 그냥 배우들 옆에 서지 않는 것이 정답. 그렇다고 영화 감독이 배우들 옆에 서지 않을 수도 없고. 그냥 감수하고 사셔야 할 듯. 뭐 칸느 그랑쁘리 감독인데!!!

사진출처: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7264186



7. 이런 세계적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고 속이 쓰리다. 제발 앞으로 가자!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영화 <설국열차>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괘념하신다면 통과해주시길!)


1. 제겐 존경하는 두 명의 선배님이 계십니다. 두 분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은 류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겠거든 OOO에게 가서 물어 보고 의논해 봐라." 전공 지식 이야기가 아니라 복잡한 세상 속에서 판단과 결정의 순간에 의견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그 중 한 선배의 아내분께서 쓰신 책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저자분은 제가 전에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저를 사로잡고 울렸던 책 <나의 성소 싱크대 앞>을 쓰신 분입니다. 제가 책 출간 소식을 듣고 바로 주문한 이유입니다.


2. 이 책을 집어든 또 하나의 이유는 '불안'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독 집착하는 몇가지 주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불안입니다. 한국 사회는 불안이 모든 집단에서 추동력이다, 보수는 북한이 처들어올까봐 안보불안, 진보는 세상이 망할까봐 환경불안, 교육은 학벌불안, 종교는 지옥불안, 보건의료식품업계는 건강불안, 대학은 학령인구불안, 산업계는 경제불안 등등, 불안으로 한국 사회를 끌고 간다, 는 것이 제가 가끔 어디 가서 강연을 하게되면 떠드는 내용입니다. 제가 쓴 책의 주제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그 불안 중의 최고 불안, 모든 사람들이 걸렸다가 대학을 가고 나면 나은 듯 보였다가 자식이 생기면 다시 반복되는 입시와 교육의 불안에 대해서 다룬 책입니다.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 (이수진/정신실, 우리학교)


3. "꽃다운 친구들"이라는 단체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습니다. 1년이라는 방학을 가지면서 인생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청소년들,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아이에게도 슬쩍 한 번 물어봤다가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죠. 80년 전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보여줬던 그 컨베이어 벨트 같은 삶은, 쉽게 멈추지 않습니다. 고장이 나지 않고는 말입니다. 이 책은 그 어려움에 도전한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4. 보수건 진보건, 아이건 어른이건, 모두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입니다. 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 교육입니다. 이건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이익과 불이익이 달려 있습니다. 아니, 자신보다 더 중요한 자식의 이익과 불이익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북유럽, 누구는 미국, 누구는 또 다른 어느 나라의 사례를 가져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야기하지만 결국 선호만 있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그 어떤 사회적 문제에 정답이 있겠습니까만 이 교육 문제는 정말 복잡하고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5. 앞서 <모던 타임즈>의 컨베이어 벨트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너무 오래전 이야기이고, 차라리 <설국열차>의 예가 더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미친듯이 달리는 열차 속에서 계급 투쟁과 생존권 투쟁이 벌어질 때, 감독이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이 미친 질주에서 벗어나 멈주면 안돼?" 그래서 송강호는 열차를 폭파시키고, 질주는 끝이 납니다. 추워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바깥 세상은 생각보다 춥진 않았고 곰도 살아 있었습니다. 거기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곰의 밥이 되었을지, 곰을 잡아 먹으며 살아남았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6. 이렇듯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는, 조향미 시인의 시와 같은 '탈선'을 한 아이들과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가 때론 눈물겹고, 때론 기특하고, 때론 아프고, 때론 웃깁니다. 하지만 교육의 목표가 좋은 성적이나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성장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습니다.  


조향미 시인의 <탈선> (92쪽)


7.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부 <방학이 1년이라고?>는 "꽃다운 친구들(꽃친)"을 시작한 이수진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꽃친이 시작되었고,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쳤고, 그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2부 <방학이 1년이라서!>는 정신실 선생님과 딸 채윤이의 꽃친 체험기이자 성장기입니다. 1부가 양적연구 같은 이야기라면 2부는 질적연구인 셈이지요. 그래서 2부에선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갈등과 질문과 대답이 있습니다.  


8. 단순히 미친 대한민국 학교제도에서 뛰어내려 1년간 쉬면서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는 안될 이유들이 이 책 속에 많이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힘들지 않게 얻을 수 있는 것이 값진 것일리는 없죠. 그래서 그 길을 잘 마친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고맙기까지 합니다. 옆에 있으면 용돈이라도 좀 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9.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몇 부분을 적어 보았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깨우침은 꼭 필요합니다. (24쪽)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데 부모라는 요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29쪽)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찾는 게 직업보다 먼저 중요한 것 같아. (64쪽)


놀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외로움이다. (편해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중, 76쪽)


부모가 불안을 거스르는 의연함을 기르는 데 1년의 방학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96쪽)


여유라는 말의 헬라어 'schole'는 학교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132쪽)


우리 사회에 건강한 어른이 적은 것은 사춘기를 제대로 보낸 사람이 적은 탓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146쪽)


힘겨운 갈등 속에 머무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궁극적으로는 내면의 힘입니다. (163쪽)



10. 간결하게 잘 쓰인 책입니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책 내용이 머릿 속을 쉽게 떠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좋은 책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11. 사실 요즘엔 대안학교도 많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이런 갭이어(Gap Year)나 안식년 제도 등을 제도화 하는 것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상황의 성숙 없는 서툰 제도화가 문제를 더 가중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길도 있다, 이런 길로 가보자는 뜻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꽃친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도권이건 비제도권이건 다양한 교육의 모습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하길 기원해 봅니다. 



* 여담이지만 맨위에 언급한 선배님의 가족이 아빠의 직업을 설명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불평을 자주 했다고 들었는데, 이젠 엄마의 직업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남들이 가지 않은 길(미답지)을 가는 사람들의 숙명이겠죠.^^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제가 듣는 과학 팟캐스트는 3가지입니다.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과학과 사람들)

과장창 (과학으로 장난치는 게 창피해?)

과학자는 아니지만


솔직히 모든 에피소드를 다 듣지는 않습니다. 주로 제 분야랑 관련된 이야기를 골라 듣구요. 양자역학, 천문학 이런 것 중에 관심 있는 것만 듣지만 사실 큰 관심이 없어요. 예전엔 분야 따지지 않고 다 들었는데, 뭐라는 건지 잘 모르겠고 들어도 자꾸 다 까먹더라구요. 


제가 즐겨 듣는 과학 팟캐스트들


과학하고 앉아있네폭 넓은 과학상식을 배울 수 있고 핫한 뉴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소위 온-오프라인 유명인사들이 진행하는 만큼 중간 중간 드립도 재미있는데 아쉽게도 바이오쪽 이야기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곽재식 작가님과 이용 기자님의 참여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의학-생물학 쪽은 누군가의 감수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새 시즌 시작하면서 극한 생명체 이야기를 했는데, 만약 누가 양자역학이나 천문학 이야기를 저렇게 했으면 아마 욕 좀 먹지 않았을까 싶어요. 450도에서 자라는 새우 이야기 등은 제 블로그에도 간단히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과장창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님들이 주제를 정해서 스토리에 맞춰 이야기를 해줘서 좋습니다. 깊이가 그렇게 깊지는 않지만 솔직히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 맞는 포맷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정모 선생님이나 김상욱 교수님 등 초대손님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비전문가 윤태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해서 진입장벽을 더 낮춰주는 것 같습니다. 과학 팟캐스트를 처음 듣는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방송이 아닐까 싶네요.


과학자는 아니지만은 과학보다는 과학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학책 팟캐스트라고나 할까요? 진행하시는 분들이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 저널리스트, 출판계 등등 과학계 주변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출연자들이 본인이 읽은 과학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인데, 단순하게 책 내용뿐만 아니라 책 및 내용 비평까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가장 재미있게 듣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고 작년 연말부터 새 에피소드가 올라오지 않고 있어서 혹시 문닫는 것 아닌가 살짝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책 좋아하시는 분들(특히 과학자)이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과학책의 판매량이 늘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과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조금씩 느는데 과학 팟캐스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학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에게도 그 내용이 쉽지 않아서 소위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데, 앞으로도 좋은 방송 계속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과학자는 아니지만 빨리 업데이트 해주세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