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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극장에서 세 번 보고 블로그에도 세번째 쓰는 기생충과 봉준호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두번째 글은 여길 참조!)


1. 세상에, 오스카 4관왕이라니! 이런 날도 오는 군요. 국뽕이고 나발이고 일단 기쁩니다. 게다가 작품상과 감독상이라니!!! 


2. 상을 받으면 좋은 영화고, 아니면 그만 못한 영화가 아니지만,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국 영화라서가 아니라 아카데미의 역사를 쓴 수상이어서 더 기뻤던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인종과 젠더에 닫힌 문을 조금씩 열던 아카데미가 이제 외국영화에도 그 문을 좀 열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3. 시상식의 하일라이트는 작품상이었지만 봉준호의 하일라이트는 감독상 수상 소감(보시려면 여기 클릭!)이었다고 봅니다. 그의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역시 훌륭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자기가 제일 빛날 자리를 남에게 내주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아는 사람. 누가 시상식에서의 Bong's speech를 모아서 유튜브 동영상 만들면 대박이 날 것으로 믿습니다. 그의 뛰어남은 유머러스한 스피치에서도 들어납니다. 


이미 누군가가 모아놓은 Bong's Speech!!!




4. 극장에서 세 번 보았고 심지어 스토리보드북과 각본집도 사서 읽었을 만큼, 기생충은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비현실적인 우화이면서 현실적인 사회물이고,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고, 코미디이면서 스릴러물인데 그 양쪽이 이질적이지 않고 짝 달라붙는 느낌!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드물었다는 생각입니다. 


난생 처음 구입한 <기생충>의 스토리북과 각본집!


5. 오랜만에 옛 영화잡지 키노를 펼쳐보았더니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준비하던 시절의 기사가 있더군요. 당시 가제는 <날 보러 와요>(영화의 원작인 연극 제목). 풋풋한 얼굴의 갓 서른 넘은 봉 감독님의 모습이 앳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를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죠. 


영화잡지 키노 2001년 3월호

  


6. 2001년에 키노에서 만든 <2001 키노 201 감독>이라는, 201명의 유명영화감독을 소개하는 두 권의 책 맨 끝에 스페셜 리서치로 실린 26명의 신인 감독 인터뷰가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신인감독들이 나중에 한국영화를 좌지우지하게 되는데(박찬욱, 임상수, 봉준호의 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아래 사진)를 찾아 읽었습니다. 그 중 8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적인데, "세상과 당신이 불화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순간들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셨네요.


"내가 창조한 영화 속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실제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때가 자주 있다. 그러다 문득, 결코 나는 이 사람들의 핵심을 알 수 없다는 절망감에 직면할 때가 있다. 영화를 한다는 건 결국 타인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과정일 것 같다. 따라서 고통은 계속될 것이고."


<2001 키노 201 감독> 2권의 봉준호 감독 인터뷰


7. <기생충>에 대한 여러 논란을 알고 있습니다. 봉준호의 대표작은 기생충이 아니다, 기생충은 가난한 사람을 모욕했다, 서구애들이 기생충 좋아하는 건 가난 페티시, 동양 페티시다, 부루조아 출신 감독이 상상으로 만든 허구세계다, 거대자본 CJ를 등에 업은 계급이야기는 이율배반적이다 등등. 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여기서 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비판에는 별로 공감이 가질 않네요. 영화보다는 영화 외적인 비판이란 생각도 들구요. 상을 받았다고 다 좋은 영화도 아니지만 당신 마음에 안들었다고 별 것 아닌 것도 아니니까요.


8. 학벌 폐지나 국립대 평준화 이야기하면서 자기 자식 서울대 보냈다고 욕하는 것, 특목고 폐지 주장하면서 자기 자식 특목고 보냈다고 욕하는 것, 빈부격차를 비판하면서 부자의 돈으로 영화 만들고 흥행시킨다고 욕하는 것, 뭔가 닮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얼마나 순결해야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요.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이율배반적입니다. 누구도 못하는 것을 너 혼자 하라는 건 심술이라는 생각입니다.


9. 어찌보면 한국영화 중흥을 이끌었던 90년대 말 데뷔한 감독 세대들이 정점에 올라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영화를 보면 걱정이 많이 앞서기도 하죠. 작가주의와는 거리가 멀고 흥행만을 위해 기획된 영화들, 물량공세에 비해 빈약한 이야기들, 이제 새 세대 감독들이 나와서 이런 우려를 씼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 최근 신인 감독들의 작지만 단단한 영화들이 호평을 받았는데, 그 분들이 뒤를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10. 이런 거 누구나 다 아는 사족이지만 노벨상 받는다고 과학이 발전하는 것 아니듯이 로컬 영화제 상 받는다고 한국영화가 좋아지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받으면 괜히 기분은 좋잖아요.^^


11. [진짜 사족] 누가 아래 사진 보여주면서 1969년생 중엔 왜 초대형 스타가 별로 없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봉준호가 있다고 했습니다. 찾아보니 이 때가 2013년...ㅎㅎㅎ


1969년생 연예인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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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그덕분에 과거 국내에서 있었던 바이러스 감염 사태와 방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메르스 때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셨던 분들이 지금 아주 큰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아래 @Juneyuwall님 트윗을 보면 그간의 상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Juneyuwall 님 트윗 (https://twitter.com/Juneyuwall/status/1221798700206313472?s=20)

그런데 아무도 관심 없지만 제 눈을 사로잡은 데이터가 하나 있었으니, 2003년 국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ARS) 감염자가 3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나, 싶어 찾아보니 제 책에는 1명이라고 적어 놓았더군요. 뭐가 맞는지 궁금해서 구글을 찾아보았더니 영문위키에는 4명이라고 나오고, 다른 곳에서는 0명이라고도 하더군요. 그래서 정확한 감염자가 몇 명인지 찾아보았습니다. 0명이든 1명이든 3명이든 4명이든 엄청 방역을 잘한 것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말이죠.


솔직한 식품 94쪽


일단 가장 믿을만한 국제보건기구 WHO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SARS 발병 통계(2003년 12월말까지의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엔 우리나라의 사스 감염자가 3명(전원 남성), 사망자 0명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주요국가 사스 감염자 및 사망자수 (WHO data 재가공) (https://www.who.int/csr/sars/country/table2004_04_21/en/)


그런데 2004년의 대한내과학회지에 이와 관련된 논문이 case report로 실려 있더군요. 논문제목은 "한국에서 경험한 유입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추정 환자 3예"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첫번째 환자는 41세의 남성 중국 유학생, 두번째 환자는 81세의 필리핀계 미국인 남성, 세번째 환자는 대만 여행을 다녀온 28세 남성입니다. WHO의 데이터와 사례 날짜가 일치하며 평균 나이도 맞는 것으로 봐서는 이렇게 세 케이스가 SARS 감염자인 듯합니다. 

임수 등, 대한내과학회지 : 제 67 권 제6호 2004 p655-661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세 환자의 검체를 모두 미국 CDC에 보내서 SARS-CoV IFA (면역형광법) 항체 검사를 의뢰하였는데 모두 음성이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세 명 모두 SARS-CoV 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 중국 여행을 다녀온 SARS 추정 환자(probable case)이긴 했으나 확진 환자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SARS 국내 감염자는 0명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물론 PCR 방법도 IFA 방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WHO에서는 추정환자의 통계를 사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논문에선 이렇게 결론을 내려 놓았습니다. 


"추정 환자 사례가 모두 SARS가 아니었을 가능성, 실제 SARS 환자였지만 검체의 채취 방법, 채취 시기, 운반 과정 등의 문제로 위음성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왜 <솔직한 식품>에는 1명이라고 적어 놓은 것일까요? 정확한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저 이야기는 김치가 사스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외신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당시 어느 외신인지는 모르지만 중국과 인접한 한국에서 SARS가 1명 밖에 없는 이유 어쩌고 하면서 보았던 듯합니다. 그런데 그런 외신을 찾아보려니까 검색에 걸리질 않네요. 아무튼 국내 사스 감염자 1명은 분명한 오류인 듯하므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물론 아무도 관심이 없겠지만 말이죠. (5쇄를 찍는다면 수정해달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만 5쇄를 찍을 날이 올지는 잘 모르겠군요.^^)


아무튼 국내 사스 감염 확진자는 0명, 추정 환자(probable case)는 3명이 맞을 듯합니다. 아울러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잘 대처해주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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