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자 이고은 박사님의 <마음실험실>을 읽었습니다. 심리학책인듯 하면서 과학책인듯 하면서 에세이같기도 한 재미있는 책입니다. 아니 에세이같다기보다는 에세이에서 다룰 것 같은 주제를 심리학과 과학으로 풀어주는 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출판사는 심심, 푸른숲출판사의 교양 심리 서적 브랜드라고 합니다.  


<마음실험실> (이고은, 심심)


저자인 이고은 박사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과학자다운 사람입니다. 솔직히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 (그 중에 상당수는 과학자) 중에 이렇게 과학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저하고 비교하면요? 저는 과학 좋아하지 않습니다. 배운 게 그거라서 할 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야구 해설가나 음악이 하고 싶다니까요. 물론 잘 하지 못할 것 같지만요. 그러니까 저는 이고은 박사님의 과학 사랑에 신들메를 풀기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책 소개 인터뷰에서도 과학 이야기만 주구장창 하시겠습니까. ㅎㅎ 


인간의 마음, 과학으로 연구하긴 너무 복잡한, 과학이 아니기엔 너무 소중한『마음 실험실』이고은 (교보문고 인터뷰)


과학으로 연구하기엔 인간의 마음이 너무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과학이 아닌 것으로 연구하기엔 마음은 너무 소중해요. 마음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아니잖아요. 반복 검증으로 틀렸으면 바로잡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의 폭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유능한 도구가 바로 과학입니다. (위 인터뷰 중에서)


이고은 박사님이 연상시키는 첫번째 단어가 '과학'이라면 두번째 단어는 '마음'입니다. 아니 마음이라는 정적인 느낌의 단어보다 동사형으로 '마음씀'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심리 탐구의 객체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세세하게 관심 갖고 마음 쓰는 그 마음이죠. 너무 과찬을 하면 뭐 얻어 먹었나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이고은 박사님은 실제로도 참 주변을 잘 챙기고 세세하게 마음쓰는 분입니다. 그래서 <마음실험실>은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해보는 지적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감각으로, 삶으로, 시간으로, 사랑으로 마음쓰도록 만듭니다. (세번째 단어도 있는데, 그건 책과 상관이 없어서 생략! 궁금하시면 개인적으로 문의해 주세요.ㅋㅋ)    


<마음실험실>은 4가지 큰 주제(감각, 삶, 시간, 사랑)에 대한 18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감각의 실험실은 시각, 통각, 청각(음악)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2부 삶의 실험실은 마시멜로 실험으로 유명한 절제력, 이타적 거짓말, 확증편향, 자기충족적 예언, 노화, 죽음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다룹니다. 3부 시간의 실험실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했던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있고, 마지막 4부 사랑의 실험실에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있는 사랑의 원형, 이별, 질투, 불륜, 짝사랑의 마음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은 바로, 


"쓸모없는 마음의 기능은 없다."


라는 것입니다.     


<마음실험실> 저자의 글 중에서


그렇다고 저 문장이 요즘 유행하는(?) 자기연민이나 자기애 충만한 책들에 편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기연민이나 자기애 마저도 어떤 기능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이 책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동의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책 <솔직한 식품>이랑도 살짝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섣부르게 이거야, 저거야, 이렇게 해야 해, 저렇게 해야 해, 하지 않고 이건 왜 이렇고, 저건 왜 저런지 설명하고 "자, 이제 잘 선택해 봐"라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서 말이죠.   


이외에도 <마음실험실>에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 여럿인데 몇가지만 간단히 추려보면,


-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서 '사랑은 비둘기여라'는 왜 그렇게 들리는지 (24쪽)

- 타이레놀이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는지에 대한 실험 (35쪽)

- 음악과 기억, 그리고 회고절정(기억하는 것이 가장 많은 시기) 현상 (48쪽)

- 날씨와 통증과의 관계에 대한 스탠포드대 트버스키 교수의 실험 (86쪽)

- 뇌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합리화하는 쪽으로 동기화된 기계다. (98쪽)

- 노인들의 수술 전후 인지능력 회복 패턴의 남녀 차이 (122쪽)

- 미래기억 개념 (140쪽)

- 사랑의 프로토타입 조사 (190쪽)


등등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책을 사서 읽어보세요.    


출판계의 불황 속에서도 최근 뇌과학이나 심리학 책이 큰 인기라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엔 그 답을 문사철(문학+역사+철학)에서 찾았다고 한다면 요즘엔 과학에서 찾아보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 <마음실험실>을 추천합니다!!! 


[나중에 몰래 올리는 이벤트] 원하시는 선착순 세 분께 <마음실험실> 저자 친필 사인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비밀댓글로 성함과 주소 알려주세요.^^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이 블로그에 제가 쓰다 만 책 <극한미생물> 카테고리의 글에 보면 2007년 3월에 아키아는 4개의 문(phylum, 종속과목강문계의 문)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럼 12년이 지난 지금엔 몇 개의 문이 있을까요? 올 여름 학회에서 들은 바로는 무려 26개의 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흥미로운 아키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이 Asgard 입니다. 아스가르드라면, 그 왜 마블 영화 토르에 나오는 바로 그것??? 그렇습니다, 바로 그 아스가르드죠. 그리고 그 아스가르드 archaea에는 4개의 phylum이 있는데 Thorarchaeota (토르), Lokiarchaeota (로키), Odinarchaeota (오딘), Heimdallarchaeota (헤임달)입니다.^^


마블 영화에 나오는 토르, 로키, 오딘, 헤임달 (좌측부터)

 

제가 솔직히 마블 영화 중에 토르 시리즈는 한 편도 보지 않아서 어벤저스에 나오는 토르와 로키 말고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Odinarchaeota, Heimdallarchaeota를 보고도 이게 어디서 온 이름인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ㅠㅠ



아래의 사이언스 논문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키아는 세균의 일종인 archaebacteria (고세균)로부터 시작해서 Carl Woese에 의해 독립적인 Archaea domain으로 승격되었고, 이후 새로운 종들이 계속 발견되어 지금은 여러개의 superphylum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 대표가 TACK, DPANN, 그리고 아스가르드(Asgard)입니다. 원래 TACK는 Thaumarchaeota, Aigarchaeota, Crenarchaeota, Korarchaeota의 첫 자를 따서 만든 것이고 DPANN도 Diapherotrites, Parvarchaeota, Aenigmarchaeota, Nanoarchaeota, Nanohaloarchaea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인데, 이제는 계속 새로운 종들이 발견되어 더 여러 phylum이 속해 있습니다.

그림 출처: Science. 2017 Aug 1;357(6351)


하지만 아스가르드 superphylum에는 현재 4개(토르, 로키, 오딘, 헤임달)의 문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스가르드는 북유럽의 신들의 고장이라고 하죠. 원래 가장 먼저 분리된 균은 Lokiarchaeota인데 처음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노르웨이와 그린랜드 사이의 로키의 성(Loki's Castle)이라는 심해열수구에서 노르웨이 연구진과 스웨덴 연구진이 로키아키아(Lokiarchaeota)를 처음 보고하면서부터 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미국과 독일 연구진이 토르(Thorarchaeota)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결국엔 아스가르드까지 가게 되었죠. (그 분류 네이처 논문은 여기 클릭!) 


요즘 우주생물학 관련해서 혹시 외계에 미생물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아키아 같은 것이 아니겠느냐, 라는 추측이 많은데, 인간과 유사한(?) 아스가르드인들처럼 지구의 아스가르드균과 비슷한 생물이 존재하진 않을까요? 물론 이건 순전히 소설이지만 말입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지난 번 글 (봉준호 『기생충』 보자마자 리뷰라기 보다는 단상들)에 이어서 바빠 죽겠을 때 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회차 관람기입니다.


역시 스포일러 만땅일테니까 주의하세요!!!


0. 다 죽는다


이거 이러다가 다 죽어, 가 기생충의 메세지라고 봅니다.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죠. 


1. 계획


영화에서 송강호 가족들은 모두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영화에서 첫번째로 계획이 뭐냐고 묻는 사람은 송강호 부인 역의 장혜진 배우더군요. 그리고 비오는 날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아이들이 송강호에게 계획을 묻습니다. 그 때 송강호의 답은 계획이 없다, 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송강호는 계획 없이 이선균을 죽입니다. 우발적입니다. 이 영화를 계급의 영화로 놓고 봤을 때 <설국열차>와 가장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인 듯합니다. 계급투쟁 역사의 필연적 결과로 두 계급이 죽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가 이대로 가면 누구나 의도치 않더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먹을 것 좀 가져다 주라는 악인


막판 칼부림이 난무하는 이 영화엔 그다지 악하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없습니다. 물론 송강호 가족은 사기꾼이고 악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냥 생존을 위해 적당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 최선이 남을 속여먹는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정은은 장혜진의 발차기에 계단에서 굴러서 죽지만, 다음 날 파티에서 박소담에게 접시를 주고 지하실에 먹을 것을 좀 가져다 주라고 합니다. 그냥 내 이익을 위해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누구나 자기 이익만 위해 살면 의도치 않게 서로 죽고 죽이는 세상이죠.


3. 부자에게 경의를?


이정은-박명훈 부부는 그냥 부잣집 지하실에서 빌어먹을 수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송강호 부부도 자기네가 이선균 가정 덕분에 먹고 살게 되었다고 감사의 건배를 합니다. 두 가정 모두 이선균에게 감사를 올립니다. 리스펙트!!! 남의 집에 몰래 산다거나 자기 신분을 속이고 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파국입니다. 흥미로운 감상평 중에 이선균 가족이 불쌍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반대로 보면 이 영화는 부자들을 미화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저는 존재하는 어떤 측면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4. 가져오는 자


빈자는 수석 따위 필요 없고 먹을 거나 사오라고 하고 부자는 먹을 거 전혀 필요 없으니까 그냥 빈손으로 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사오는 것은 부자.


5. 귓속말


이선균-조여정 부부가 마약을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이 많은데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귓속말도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지? (봉감독님은 이런 이야기 나오는 상황 만들어 놓고 은근히 즐길 것 같은데...)


6. 혹시 꿈?


송강호와 최우식이 체육관에서 누워 대화를 한 뒤부터는 그냥 다 꿈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맨 마지막에 송강호가 지하실에서 나와서 최우식을 포옹하면서 끝나지 않고 다시 지하실의 최우식을 잠깐 보여주고 끝나는데 그 마지막 컷 바로 전까지가 말이죠. 그런데 두 번 보니 애매하긴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더군요. 게다가 작년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도 그런 비슷한 중의적 장면(맨 뒷부분은 모두 유아인의 소설이라는 중의적 해석)이 있었는데 또 그렇게 하진 않았겠죠.


7. 살인의 사이클


장혜진이 이정은을 죽이고, 이정은의 남편 박명훈은 박소담을 죽이고, 박소담의 아버지 송강호는 이선균을 죽입니다. 빈자들은 서로 기생충이 되려고 싸우다 죽고 죽이고, 그러다가 호스트도 죽죠. 호스트가 죽으면 다 죽는 겁니다. 결국 계속 반복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메세지.


8. 비


비는 부자나 빈자 모두에게 내리지만 부자에게 비는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고마운 비이고, 빈자에게 비는 물난리를 선사하는 비입니다. 부자는 장난감 같은 인디언 텐트만 치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지만, 빈자의 반지하집은 똥물이 역류하죠.


9. 바퀴벌레 


송강호 가족 3명이 탁자 밑에 숨었다가 기어나오는 장면은 앞에 나오는 바퀴벌레 대사와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10. 기타 내용


- 손석희 사장님 대역의 자세 때문에 웃었습니다.  

- 두 가족에 속하지 않은 이정은 배우가 칸에 간 것 보고 뭔가 중요한 역할이겠구나 싶었는데 박명훈 배우도 칸에 같이 갔다네요. 하지만 그 수 많은 사진에 얼굴도 못내밀고...ㅠㅠ 좀 불쌍합니다.

- 처음엔 필라이트를 넷이서 먹다가 나중에 세명은 삿뽀로를 마시고 엄마만 필라이트를 마시는데 그게 셋은 이선균네 집에 취업을 했고 아직 엄마는 취업하기 전이라서 그렇다는 썰이 있었는데 그 때는 엄마도 취업을 한 후였습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기생충 봤습니다. 개봉일에 혼자 가서 봤습니다. 스포일링 하지 말아달라는 봉준호 감독님 부탁도 있고 하니 SNS에 쓰기도 뭐해서 그냥 간단히 여기에 써 봅니다. 아마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분들은 큰 상관 없는 분들이겠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포함 주의!!!)


1. 어, 이건 좀 박찬욱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그런 이야기가 많군요. 봉준호와 박찬욱의 합체설에 공감했습니다. 반지하방은 봉준호스럽고 이선균의 저택은 박찬욱 느낌이 납니다. 


2. 조여정의 재발견. 이 영화로 연기상을 한 명만 줄 수 있다면 조여정씨에게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출중하지만 조여정씨 분량이 가장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분량도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배우와 합을 맞추는 역입니다.


3. 출연을 했는데 포스터와 관객과의 대화에 나올 수 없는 비운의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박명훈 배우. 그의 등장과 함께 영화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그런데 그걸 미리 알릴 수가 없으니 무대 인사에도 못나오고 포스터에 등장도 못하고... 좀 안타깝네요.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4. 설국열차 생각을 안할 수는 없습니다. 설국열차가 직설적인 부자와 빈자의 계급투쟁이었다면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의 블랙 코미디라고나 할까요. 설국열차는 뒤집어 엎자(다른 길을 찾자)는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기생충은 저들의 삶이 어떤지를 그냥 보여줍니다. 둘 다 이대로 가면 파국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5. 부자를 나쁘게 그리지 않습니다. 빈자를 동정의 시선으로 그리지도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그냥 뻔한 오락물이 되었겠죠. 부자는 딱 하나, 선을 넘지만 않으면 그만인 사람들입니다. 빈자는 악하고 거칠게 그립니다. 안타깝지만 그래서 사실적입니다. PC하지 않다고 욕을 먹을 것도 같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페이소스가 있는 영화입니다.


6. "잘사는 사람들이 구김살 없고 성격도 좋아"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이런 류의 말을 처음 들은 것이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면 김규항이었던가. 아무튼 긍정적으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인터뷰가 계속 생각났습니다. 


7. 아주 대중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업고 관객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지만, 상 받지 않았다면 300만명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만큼.  


8. 반대로 영화제가 좋아할 만한 영화였습니다. 제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영화는 <미션>같은 몇몇 작품을 빼곤 대중성과는 별 상관 없는, 아니 솔직히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이 상을 주로 받는 영화제인데 <기생충>도 영화제 영화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9.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탈출해서 비맞고 집에 갈 때 계속 내려가는 것은 분명 의도가 있는 것이겠죠. 언덕을 내려가다 계단을 내려가고 반지하로 내려가는 메타포


10. 저에게 이선균씨의 연관 검색어는 '짜증'. 왠지 몰라도 언제나 그 특유의 짜증 섞인 소리지르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 파티 장면과 죽기 직전 장면 보면서도 짜증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11. 등장인물이 많고 서로 서로 투샷이 많은데 제일 인상적인 투샷은 이정은 장혜진 배우의 투샷. 그냥 가족 코미디 같던 영화가 공포물 같은 분위기로 바뀌는데 언니 언니 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반전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12. 장혜진 배우님의 늘어진 배 내놓고 하는 능청스런 연기와 조여정씨 앞에서 기품 있는 집사같은 분위기의 연기 전환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둘 다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솔직히 <우리들>에서 말고는 본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크게 흥하시길 빕니다.


13. <기생충>에서 수업에 쓸만한 장면은 역시 복숭아 알러지. 그 외에 유행성 결핵과 기생충.  


14. 위의 포스터에서 누워 있는 하반신은 누구인가 너무 궁금했는데, 그건 알 수가 없네요. 사실 포스터 처음 나왔을 때, 또 여자 죽는 이야기냐며 여혐 이야기가 잠깐 돌았는데,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화에서 죽는 사람은 남자 둘, 여자 둘. 이선균은 포스터에 있으니까 아니고 제 생각엔 지하실에 살던 아저씨가 아닐까. 


15. 송강호 가족이 이선균 집에서 술파티 하는 장면까지가 좀 길다는 느낌입니다. 이정은 배우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구요. 살짝 <지구를 지켜라> 생각이 나기도.


16.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계획".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죠. 


17. 흥행이나 평에서 <살인의 추억>을 넘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한국적인 세계로 돌아온 봉감독님이 반갑네요. 


18. jtbc 서복현 심수미 기자의 장면에서 웃음이. 크레딧을 못봤는데, 연기를 한 것이겠죠? 손석희 사장님이 나오긴 어려웠겠죠. ㅎㅎ


19. [총평]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 


일단 보자마자 감상은 여기까지 쓰고 한 번 더 본 후에 좀 더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Posted by 바이오매니아

0. 내 맘대로 써보는 봉준호썰


1. 이번 칸에서 <기생충> 평이 남달리 좋았는데 작년 <버닝>에서 당한(?) 것도 있고, 외국 평자들이 자꾸 작년도 수상작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언급을 하길래 아시아 영화에 가족 나오는 영화라고 불이익 받는 것 아닐까 살짝 불안했는데 황금종려상이라니!!! 감개무량!!!


2. 봉준호의 단편영화가 씨네21인지 키노인지에 나왔던 것 같지만,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일본에서 포닥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서 월급 백만원에 아내님 등처가 하던 시절.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박사 실업자를 다룬 영화라니, 천재가 나타났다고 대흥분. 그런데 평론가들이 점수를 너무 짜게 줘서 막 화를 냈던 기억이. 물론 그해 연말에 <플랜다스의 개>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재평가 되었지만.^^


3. <플랜다스의 개>는 수업에서 개고기 관련 이야기할 때, <살인의 추억>은 법의학 관련 분자생물학 기법 설명할 때, <괴물>은 돌연변이 설명할 때, <옥자>는 근육단백질이나 육종에 대해 설명할 때 소개하는데, 점점 <살인의 추억>을 본 대학생들이 적어지는 느낌. 하긴 그 친구들 유치원 때 나온 영화이니.ㅠㅠ


4. 사실 <기생충>도 제목을 딱 들었을 때, 우리 쪽 소재 영화인가 싶어서 걱정 반(옥자가 살짝 생각나서) 기대 반이었는데 다행히(?) 진짜 기생충은 등장 안하는 영화인듯. 아직 영화를 안봐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생과 공생에 대해서 설명할 때 수업시간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큰 기대 중!


5. 예전부터 친구들끼리 69년생 중엔 왜 뭔가 일가를 이룬 유명한 사람이 별로 없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오래전에 제일 유명했던 건 하희라였고, 김완선, 양준혁 정도가 자주 등장하는 이름. 그럴 때마다 나는 언제나 봉준호가 있잖아, 라고 이야기를 했다는!


6. 이번에 칸에 가서 찍은 배우들 사진이 참 좋은데, 예전부터 봉감독님 덩치도 크고 헤어스타일 때문에 머리도 커보이니까 사진 찍을 때 가장자리에 서지 마시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 그냥 배우들 옆에 서지 않는 것이 정답. 그렇다고 영화 감독이 배우들 옆에 서지 않을 수도 없고. 그냥 감수하고 사셔야 할 듯. 뭐 칸느 그랑쁘리 감독인데!!!

사진출처: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7264186



7. 이런 세계적 감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고 속이 쓰리다. 제발 앞으로 가자!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