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 표현으론 부족한 2020년의 추석연휴, 1박 2일 30시간 동안 <나의 아저씨> 16부작을 정주행했습니다. 2014년 바하마 크루즈에서 5박 6일 동안 밤마다 선실에서 <미생>을 봤었는데, 새로운 기록인 것 같네요. 드라마 안보는 것이 생활신조라는 말도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거 좀 재수 없는 말인 것 같아서요.


최근 가까운 몇 분들이 <나의 아저씨>를 강추해주셨습니다. 처음 드라마가 시작할 때 SNS에서 중년남성-젊은여성 스토리, 키다리아저씨는 필요 없다, 남성 판타지다, 등등 논란이 계속 되었던 것으로 기억해서 왜 그런 드라마를 추천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그걸 추천해주신 분들은 여성-남성-젊은층(30대)-중년층(4-50대) 등등 다양했고, 그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다들 좋은 드라마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실은 최근 몇 달 저의 고민은 괜찮은 어른(나이든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훌륭한 어른은 불가능할 것같고, 좋은 어른도 힘들테니, 그냥 큰 문제 없는 "괜찮은 어른"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최근 <트루스>라는 영화를 봤는데, 거기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기한 댄 래더 (미국 CBS 60 minutes의 진행자)를 보면서 더 "어른"에 대한 생각에 빠졌죠. 그런데 <나의 아저씨>가 좋은 어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라길래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후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의 아저씨>는 한마디로, 아팠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거에 영화, 책, 또는 드라마를 보고 무슨무슨 앓이를 한 경우가 없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좀 그 수위가 높았습니다. SNS에서 욕 먹던 것이 기억나서 그런지 살짝 삐딱한 눈으로 봤는데, 왜 드라마를 마친 뒤 사흘 내내 주제가인 <어른>만 반복해서 듣게 되고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픈 건지, 생각나는 얼굴들도 있구요. 지금 블로그에까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 아픈 이유가 뭔지 정리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나의 아저씨>가 저를 가장 아프게 만든 부분은 제 주변에 있었을, 이지안(이지은=아이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그냥 지나쳤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삶에 허덕거리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성실한 무기징역수"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어쩌면 저를 지나친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사정에 힘들어할 때, 나는 그들에게 눈길을 줄 여유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지.


그리고 이지안의 모든 위악적 행동들이 또한 마음아팠습니다. 극중 이지안과 같은 행동을 내 주변 사람들이 한다면, 아마 저는 그들을 멀리했겠죠. 불친절하고 싸가지 없고 악에 받혀있는 사람을 보는 건 괴로우니까요. 그래서 나의 눈과 기준으로만 그들을 판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경직된 인간들의 살아온 날들"과 "상처받아서 너무 일찍 커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되니까, 이지안의 모든 대사가 다 너무 슬프더라구요. 마지막에 도청한 것까지 이해한 박동훈(이선균)이 "내가 너를 알아"라는 말이 참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닌데 말입니다. (성경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마음 아픈 이유 중 하나는 아이유 이지은씨의 연기력도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얼굴만 봐도 살아온 이력이 보이고 마음이 찢어지는 느낌, 거기에 특유의 말투(밥 좀 사주죠, 한 대만 때려 주죠)와 낮은 톤까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페르소나>에서 봤을 때하고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군요. 


표정만 봐도 눈물이 나는...


<나의 아저씨>를 1박 2일에 몰아서 보다보니 몇회에 어떤 장면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뒤로 가면서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꼭 두 장면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하나는 누군가가 이지안을 한 번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것, 그런데 박동훈은 아닐 것 같고, 장례식장에서 고물상 할아버지가 안아주실 줄 알았는데 안아주는 장면이 없길래, 너무 지독한 것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맨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안아봐도 돼요?"라는 장면이...ㅠㅠ


그리고 또 하나 꼭 있었으면 했던 장면은 박동훈이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없어서 좀 서운했어요. 박동훈 아내의 불륜이야 분명히 잘못된 것이지만, 제게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불편한(?) 장면은 박동훈과 그 형제들이 너무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결혼하면 "네 부모집을 떠나"는 것이 맞죠. 그런데 맨날(정말로 거의 매일!) 같은 동네 모여서 술 마시고, 조기축구회 가서 축구하고 또 술 마시고 하니 아내가 좀 불쌍하기도 하더라구요. 후계동 사람들의 유사가족관계도 그렇습니다. 거기 모여 맨날 술마시는 아저씨들 가족은 다 잘 지내겠지요? 


하지만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이지안이 웃는 장면이 7화 마지막에나 잠깐 나올 정도로 내용은 암울하지만 따뜻한 드라마. 제가 보기엔 작가와 연출자 등등 만든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아요. 마지막회에 출연했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을 장례식장에 몰아 넣고, 거기서 마지막 촬영을 한 것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그 많은 조연 및 단역들에게 대사를 하나 하나 주고 얼굴을 비춰준 것까지. 드라마 크레딧 다 끝나고 "여러분들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입니다. 그것도 엄청"이라는 자막이 이해되더군요. 


<나의 아저씨> 마지막 화면, "편안함에 이르기까지 파이팅!"


(포스팅 후 찾아보니 이런 일화가 있었네요. 김원석 감독님, 멋진 분인 듯!)


후계동이라는 동네, 그리고 정희네라는 심야식당. 어디 가서 맞고 오면 우르르 달려나오고, 사연 있는 사람에게 다정하게 말 걸고, 재워 주고, 팔짱 끼어 줄 수 있는 사람들. 누군가에겐 정감 있고 따뜻한 공동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에서 촌스럽다고 생각되는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걸 가장 매력적으로 그렸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비현실적인 것 같았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비현실적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혹시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속으로 그런 공동체를 동경하면서, 남들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지레 현실에 저런 게 어딨어, 라고 말해버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욕 먹게 만들었던 "한국판 키다리 아저씨"는 페이크였습니다. 불우한 소녀와 대기업 부장님의 이야기로 비슷한 스토리일 것 같지만 사실 아이가 아저씨를 도와주는 드라마입니다. 아니 서로 도와주는 드라마, 다른 세대와 환경을 이해하자고 주장하는 드라마입니다. 작은 선의가 선의를 불러오는 이야기.


아무튼 간만에 길게 여운이 남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은 오랜만이네요. 추천해주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께, "파이팅!"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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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라보라 2020.10.07 1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 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쓸 기회가 적어졌습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의 정리가 되지 않기에, 그냥 제 생각을 블로그 칼럼 형태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얼마나 자주 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특정한 매체에 기고하려고 쓴 글이 아님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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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란 누구인가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현재까지 (믿을 순 없지만) 북한을 제외하고 내가 아는 모든 나라에 퍼졌다. 처음엔 동아시아 일부 국가 이야기인줄 알았던 나라들에서도 난리가 났다. 특히 잘 사는 나라들에서 그렇다. 전 세계 사람들이 어찌할 줄 모르고, 기회가 왔다는 듯이 그냥 평소에 욕하고 싶었던 사람을 욕하고 있다.

 

그래도 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전문가를 찾는다. 그런데 누가 전문가일까? 의사? 바이러스학자? 보건학자? 진단검사개발자? 항바이러스제 개발자? 식약처 관계자? 방송의 코멘테이터? 의협 관계자? 재야의 숨은 고수?

 

얼마 전 한 방송국 의학전문기자의 글을 SNS에서 보았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국내 최고 전문가라고 알려진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었고, 답을 알고 있는 "실무형 진짜 전문가"는 만나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그 기자가 지목한 실무형 진짜 전문가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직접 연구하는 학자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주치의였다. 아마도 우리는 그 "실무형 진짜 전문가"의 의견을 더 중시해야 할 것 같다. 분명 동의한다.

 

그런데국내 최고 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그냥 관련 학회 회장이나 무슨 거창한 자문회의 감투를 쓰고 있었던 사람일 수 있겠다. 대부분 그런 감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매우 정치적이고 공부할 시간에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다 안다. 아니면 여기 저기 말과 글을 많이 흘리고 다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실무형 진짜 전문가"는 정말 문제 해결의 구세주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 역시 우리는 안다. 오히려 직접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그 일에 매몰되어 주변의 다른 일에 무지한 경우가 꽤 많이 있다. 그러니까 자기가 해온 일에 대해서는 최고이지만 옆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는 모를 수 있다는 말이다. 때로는 직접 그 분야의 실험을 하는 사람보다 책상에서 남들이 뭐하나 구경만 하는 사람이 더 많이 알 때도 있다. 어려움은 여기서 생긴다.

 

재난 영화에서는 어딘가 숨어 있던 과학자가 홀연히 나타나 자기만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갖고 최선의 해답을 내주지만, 우리 삶은 영화가 아니다. 아니, 분명 우리 삶의 어떤 문제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작가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고의 상황 판단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할 뿐이다. 그럼에도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장담하면 대부분 사기꾼이나 허풍쟁이다.

 

여기엔 두 가지 중요한 과정이 놓여 있다. 첫째는 최고의 상황판단이고 두 번째는 최선의 결정이다. 최고의 상황 판단에는 아주 실무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꺼내놓는 사람 말이다. 데이터 없이 지레 짐작으로 하는 이야기는 도움이 안된다. 여기엔 "실무형 진짜 전문가"가 딱이다.

 

하지만 최선의 결정까지 그의 몫일까? 나는 그건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최선의 결정이 언제나 완전무결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실무적인 전문가에게 모든 짐을 지울 것이 아니라, 그 결정을 책임질 행정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최선의 결정에는 온갖 변수들을 고려할 훈수꾼도 때론 필요하다. 혹시 모를 파장이나 주변의 상황을 넓게 볼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한국 사회에 흔한 소위 자문위원회 같은 조직이다. 물론 아무말러들을 초대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국내 최고 전문가도 아니고, 노쇠한 학계 원로들을 뜻하는 것도 아니며, 주제넘게 나서는 (어떤) 사회학자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그 분야를 잘 이해하면서도 "실무형 진짜 전문가"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조언해줄 또 다른 전문가들이다.

 

학문적 뿌리가 깊지 않고 학문 다양성도 부족한 한국사회는 전문가들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문가가 없지는 않다. 그들을 쓸 줄 모르는 것이 더 문제다. 그래서 나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전문가의 분야다. 최고의 상황판단을 위한 전문가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데 우린 전자만을 찾는데 너무 시간을 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사진출처: 굿모닝 충청 http://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229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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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크릴 오일과 관련해서 부산 MBC에서 문의가 와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뒀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뒤늦게 크릴 오일과 크릴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보이더군요. 그리고 과학과 사람들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에서 다루기도 했구요. 그래서 자료를 블로그에 옮겨 봅니다.


1. 크릴 새우는 새우가 아니라구요?


크릴이 새우와 비슷하게 생긴 갑각류라서 크릴 새우라고 많이 부르지만 실제로 새우와는 종이 다릅니다, 새우는 십각목(Decapoda), 크릴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이랍니다. 뭐 솔직히 동물 이름은 워낙 다양하고, 형태적으로 비슷한데 전혀 다른 종도 많아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무튼 크릴은 전세계 바다에 분포하는데 특히 남극해 지역의 여러 생물들(고래, 바다표범 등)의 먹이로 유명한 생물입니다. 크릴은 플랑크톤을 먹고 살죠.

크릴의 모습


2. 그럼 크릴 오일은 무엇인가요? 


크릴은 어마어마한 양의 수산자원이지만 쓸 곳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일단 사람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불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크릴 가공품의 불소함량을 줄이기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결국 크릴을 그대로 먹기는 힘들기 때문에 사료나 낚시 미끼로 쓰다가 사람들은 크릴에서 기름을 짜서 쓰게 됩니다. 그게 크릴 오일입니다. 크릴 오일의 주성분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인지질, 오메가-3지방산, 그리고 아스타잔틴(항산화물질이며 양식연어에 사용한다는 그 색소?)입니다. 이 물질들은 전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된 물질들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질 개선이나 혈행개선에 도움, 인지질(레시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아스타잔틴은 눈의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3. 그런 물질들이 골고루 들어 있으니까 뭔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보통 크릴 오일 제조사측에서 주장하는 효능은 기본적으로 3가지입니다. 첫째는 인지질이 물에도 기름에도 잘 섞여서 지방이 분해되고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 둘째는 인지질의 함량이 40-50% 이상으로 높아서 두뇌 건강, 치매 예방에 좋다. 셋째는 항산화물질인 붉은색 색소 아스타잔틴이 들어 있어서 노화방지, 산화방지 등등의 효능이 있다. 넷째는 다른 기름과 달리 화학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어떤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 물질을 먹었을 때 기능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량 이상을 섭취해야 기능성을 나타내는(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1g (1,000mg) 짜리 크릴 오일 캡슐 속에 오메가-3 지방산류가 120mg, 항산화물질인 아스타잔틴이 300ug 정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오메가-3 지방산이나 아스타잔틴이 다 건강기능식품 원료이지만 크릴 오일에 함유된 양은 건강기능식품이 요구하는 양에 못미치는 것이 문제죠. 건강기능식품이라도 되려면 아스타잔틴을 하루 6mg 이상 먹어야 하고 오메가-3 지방산도 하루 500mg 이상 먹어야 하는데 크릴 오일 캡슐 두 개를 먹으면 아스타진틴은 10분의 1양 밖에 안되고 오메가-3 지방산의 양도 절반 정도이니까요.


4. 그래서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인가보군요.    


일단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 (어유의 일종)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허가받은 건강기능식품이지만 크릴 오일은 아직까진 일반 식품이라는 거죠. 물론 크릴 오일의 기능성과 관련된 몇몇 연구 논문들이 있지만, 수 없이 많은 논문이 있고 오랫 동안 먹어온 오메가-3 지방산도 최근 효능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실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함부로 효능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나중에 새로운 기능이 밝혀져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연구가 덜 되었거나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5. 크릴 오일이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다고도 하던데 어떤가요?


이 때문에 인지질 함량이 높은 걸 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크릴 오일의 주성분인 인지질은 인체 세포막의 주요 구성 성분이며 양극성 물질이라 기름을 녹이고 물에도 잘 녹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소위 ‘걸 그룹 주사’라고 잘 알려진 지방분해주사인 ‘PPC’ 주사의 성분과 같아서 살빠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소릴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지금은 금지된 것으로 아는데 PPC(Polyene Phodphatidylcholine) 주사제는 원래 간경변 치료제로 개발된 것으로 식품이 아니며 피하지방에 주사해서 지방세포의 세포막을 직접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효과가 있으나 주사를 맞는 것과 구강으로 섭취하는 것은 기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럽습니다. 그리고 인지질이나 불포화지방산도 먹으면 기본적 열량이 있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고 보기는 더 어렵다고 봅니다. 


6. 그렇다면 크릴오일 복용을 피해야 하거나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크릴오일은 기본적으로 식품이기 때문에 큰 해가 될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이나 식이보조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위장관련의 배의 불편한 느낌, 식욕감퇴, 가스, 설사 및 메스꺼움 등이 있는데 그 정도가 아닐까 싶구요. 아마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분들은 주의하셔야 할지 모르겠고 다만 오메가-3 지방산 제품도 마찬가지인데 산패가 쉽기 때문에 1년치나 몇 개월치를 한꺼번에 사서 드시는 것 보다는 소량을 자주 사서 먹는 편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오일 속 불소함량에 대한 표기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7. 크릴 남획으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떨까요?


가장 많이 보이는 글이 과거에 비해 크릴의 개체수가 80% 감소했다는 것인데, 그런 아티클이 많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2년 전 가디언에는 40%가 감소했다는 기사도 있었구요 (예전 논문도). 저는 생태학자가 아니라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서는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크릴 오일 때문에 크릴을 남획해서 크릴의 개체수가 감축된다는 것은 조금 믿기가 어렵습니다. 크릴은 개체수가 어마어마한데 사실 인간들이 많이 잡지 않던 어종이었거든요. 쓸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요. 혹시 불소저감법이 개발되어 가공식품으로 개발이 된다면 그 때는 또 모르겠지요. 다만 크릴의 개체수와 빙하의 양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 이상은 제 능력 범위 밖이라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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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논란의 시작은 "미국 FDA "한국 코로나 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기사에서 시작. (현재는 내용 중 일부가 수정되었습니다.)


1. 오늘 아침 사단의 원인은 미국 청문회에서 한국 진단키트가 적합하지 않다는 소릴 듣자마자 저게 무슨 뜻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일단 질러버린 언론에 있다고 생각함. 


2. 대중들은 항체진단이 뭔지 분자진단이 뭔지 모르니, <미국 FDA "한국 코로나 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라는 제목만 보고 또 싸움이 붙을 수 밖에 없음. (하긴 아래의 미국 하원의원도 헷갈렸으니, 심지어 의사출신 의원인데...)


3.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미국 FDA가 한국 진단법은 not adequate하다고 말했다는 것은 not accurate이 아님. 즉 진단방법의 부정확함이 아니라 긴급승인같은 과정으로 한국 키트를 사다 쓰는 것이 부적절함을 뜻하는 것으로 보임. 아직까지 법적 허가나 제한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  


4. 그런데 제목을 저렇게 달고, 내용은 전공자가 봐도 이해할 수 없게 써 놓았으니, 사람들은 뭐야, 뭐 엄청 진단 잘한다고 하더니 뻥이었냐, 이런 소리 하는 것임.


5. 원래의 한국일보 기사는 두 개의 청문회 동영상(시간순서와 동일 날짜인지의 여부는 모름)에 나오는 마크 그린 의원의 두 번의 발언을 섞어 버려서 더욱 뒤죽박죽의 기사가 되어버림.


6. 마크 그린 의원이 FD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서면 답변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적절(adequate)하지 않으며, FDA는 비상용으로라도 이 키트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는 것은 아래 동영상 1:03:18부터 나옴



7. 하지만 저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테스트가 부정확하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허가와 긴급사용에 대한 것으로 보임. 왜냐하면 그 다음에 바로 한 회사가 그걸 사서 미국에서 팔고 싶다고 하고 FDA가 우리는 긴급사용허가도 하지 않을 거라고 했기 때문. 


"On the South Korean tests, we've had a lot of comparisons of how they've done testing much faster than us. I have a letter from the FDA, They says the South Korean test, I wanna make sure this is on the record, the South Korean test is not adequate. A vendor wanted to purchase it and sell it and use it in the United States and the FDA said "I'm sorry we will not even do an emergency use authorization for that test." 


8. 여기까지는 오역(또는 문맥파악)의 문제인데, 또 한가지 문제가 발생. 마크 그린 의원이 “한국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immunoglobulin)만 검사하지만 미국 것은 복수의 항체를 검사한다”고 말했다는 것을 보도한 것인데 그 장면은 아래 링크의 동영상에 나옴. 이 동영상에서 마크 그린 의원의 좌석 뒷모습이 바뀐 것으로 보아 동일한 시간이 아닌 것으로 보임.


https://www.c-span.org/video/?470224-1/dr-fauci-warns-congress-coronavirus-outbreak-worse


9. 위 동영상 1:05:35 부근에서 마크 그린 의원은 "어제 CDC랑 NIH와 통화하기론 한국은 하나의 항체를 쓰는데 어쩌고 저쩌고...왜 우리 방법이 더 좋은지 설명해주세요."라고 질문하는데 이건 테스트 방법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잘못된 것임. 그래서 CDC 수장도 "네가 물어본 건 다른 것이고 지금 쓰는 건 분자진단법이야. 어쩌고 저쩌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음)라고 대답함.


10. 오히려 진짜 중요한 부분은 같은 동영상 56분 30초부터 쿠퍼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 여기서 한국 진단키트의 문제는 미국에서 허가(규제)문제 (Currently no under the regulatory issue)이고 오히려 한국은, 미국엔 없는 초고속(High-throughput) 플랫폼이라 빨리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함. 


11.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1:05:55부터의 하이스 의원의 질문과 답.


질문 "우리 테스트가 한국 테스트보다 더 정확합니까?"

답변: 저는 우리 테스트가 정확하다고만 말하지 비교하진 않겠습니다.

다시 질문 : 그래서 한국 테스트도 정확하단 겁니까?

답변 : 그럴 겁니다(I'd assume)만 전 우리 것이 정확하다고만 말하겠습니다. (남의 나라 것은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미)


12. 그러므로 결론. 


1) 한국 진단법이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은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FDA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법적 규제로서는 쓰지 못한다는 것으로 봐야 함.  

2) 마크 그린 의원의 첫번째 발언은 항체검사법에 대한 것이 아니고 두번째 발언은 항체검사법에 대한 것임


13. 내가 정말 슬픈 이유는 왜 이런 것이 논란이 되어야 하는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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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율쌤 2020.03.15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우리가 언론이랑 싸우는지 코로나랑 싸우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정리해주셔서 넘 감사합니다!

  2. 블롬달 2020.03.16 2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ClO2 가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가능한가요???
    바이러스가 비말이나 에어로졸의 액체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것이 맞지요?
    바이러스 자체가 산소와 닿으면 사멸하는 것으로 아는데 비말이나 에어로졸에 이 가스가 닿아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 Favicon of https://biotechnology.tistory.com BlogIcon 바이오매니아 2020.03.16 2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건 결국 농도나 접촉방식의 문제일텐데, 이산화염소도 단백질을 산화시켜서 제 역할을 못하게 할테니 바이러스의 감염력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군요.

  3. 피그말리온 2020.03.17 0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쉽게 정리해주셨네요. 역시나 슬퍼지고요.

  4. Favicon of http://tv.dasiboa.live/movie BlogIcon 영화다시보기 2020.09.16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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