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보통 sugar라고 하지요. 하지만 sugar는 당(그리스어로saccharide)의 의미도 있습니다. 화학적으로 설탕은 sucrose이지요. 그리고 sugars라고 복수로 쓸 경우에는 "당류"라는 뜻으로서 여러가지 당을 이야기합니다.
지난 학기에 설탕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아직도 국내 방송에서 설탕의 유해성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 번은 정말 방송국에 전화를 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장의 한 복판에는 바로 이 책이 있습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건질만한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일단 1975년에 쓴 책이니만큼 전혀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고, 책에서 예를 든 것들이 무슨 19세기나 기껏해야 1970년대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과장된 내용들, 예를 들면 설탕이 아편보다 나쁘고 방사선 낙진보다 더 위험하다라는 주장, 개에게 설탕과 물만 먹여버렸더니 도중에 죽어버렸다는 1816년의 실험 등등을 과학적 근거라고 버젓이 방송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일단 영양학이나 생화학에 대한 기본이 안되어있는 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돈주고 산 것을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설탕의 유해성을 과장한 책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책도 있습니다.
우연히 열차를 기다리다가 구입한 책인데, 이 책은 처음에 이야기한 것럼 아예 제목의 번역부터 문제입니다. Sugars That Heal, 번역하자면 당류가 치유한다, 치유하는 당류, 뭐 이렇게 해야죠. 이걸 설탕이 병을 고친다고 해놓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다행이 내용에는 설탕이라는 말을 별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글리코영양소 판매하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려고 만든 책 같습니다. 일단 저자인 에밀 몬도아 박사는 매나텍의 기술고문 출신입니다. Pubmed에서 Mondoa EI 로 검색해보니 논문은 하나도 안나오는데 의학박사라고 하네요. (뭐 MD면 논문을 안쓸 수도 있겠지만 한 편도 없는 것은 좀...)
그래도 위의 책보다는 읽어볼 만한 약간의 내용이 있습니다. 일단 그나마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쓴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디 아픈 사람이 무얼 먹었더니 나았다더라, 라는 간증이 가득하고 면역, 암, 알레르기, 당뇨, 바이러스 및 세균 감염증 등 거의 만병통치약의 느낌이 들도록 글리코영양소를 선전하는 책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뭐 설탕이 나쁘지 않다거나 글리코영양소는 다 가짜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 나와있는 소위 교양과학서적(?)들의 위험성, 특히 유해성이든 이로움이든 그 효과에 대한 지나친 과장이 판치고 불명확한 개념들이 너무 선정적(?)으로 독자들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아무튼 설탕이 욕보는 세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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