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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 속 논란의 물질 파라벤, 논점 정리

바이오매니아 2014. 10. 8.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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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약 속 방부제 역할을 하는 파라벤이라는 물질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jTBC 뉴스룸에서 이 문제 관련해서 좀 더 심층적인 보도를 했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꼭 물어야 하는 질문 몇가지가 빠진 것 같습니다. 일단 jTBC의 뉴스를 먼저 보시면,


[팩트체크] 커지는 '치약 공포증'…발암물질 논란, 진실은?





위의 jTBC 보도를 간단 정리하자면


1) 파라벤 성분과 트리클로산 성분이 몸 속에 쌓인다? 절반만 진실

2) 양치 후 7번 이상 헹구면 안전하다? 대체로 진실

3) 파라벤 치약을 쓰면 잇몸이 붓고 피가 난다? 대체로 거짓

4) 치약의 성분 표시를 보면 있고 없고를 분명히 금방 판별할 수 있다? 대체로 거짓


이라는 겁니다. 


일단 1번은 쌓이지 않는다가 좀 더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7번 이상 헹구면 5% 미만으로 남는데 만일 몸에 쌓인다면 5%도 매우 큰 양이 될테니까요. 또한 식품 중에도 파라벤이 있는데 그게 다 쌓인다면 큰 문제가 되겠죠. 물론 축적되지 않는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Metabolism of parabens (4-hydroxybenzoic acid esters) by hepatic esterases and UDP-glucuronosyltransferases in man.)


2번은 1번의 결과에 따라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구요. 3번은 대체로 거짓이라니까 넘어가지요. 4번은 설명이 좀 필요한데 치약엔 그냥 일반 치약이 있고 미백효과나 충치균억제효과 등 기능성이 있는 치약이 있죠. 기능성이 있는 치약엔 어떤 물질을 넣어서 그런 효과가 나왔는지 적게 되어 있고 그런 물질을 active ingredients라고 합니다. 트리클로산은 항생제이므로 어떤 치약이 치주균이나 충치균을 억제한다고 주장한다면 당연히 그 물질을 표기해야 합니다. 반면 파라벤의 경우는 치약의 기능을 주장하는 성분이 아니라 치약의 보존성을 높여주는 성분(inactive ingredients)이므로 대부분 그 성분을 적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씌어 있지 않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뭔가 좀 미흡한 것 같아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파라벤이란 무엇인가?


파라벤은 아래에 있는 모양의 구조식을 갖는 물질입니다. 보통 화장품 보존제(화장품에 균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물질)로 많이 사용되죠. 



파라벤 구조식 (출처:위키)

2. 파라벤은 종류가 다양한가?


윗 그림 오른쪽 상단의 R 자리에 어떤 것이 붙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 화학시간에 많이 배우는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 등등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jTBC 팩트 체크에서 EU에서 파라벤을 금지했다고 나왔는데 잘 보면 모든 파라벤이 아니라 특정 파라벤입니다.


금지된 것은 모든 파라벤이 아니라 특정 파라벤.



EU의 화장품 관련 규제 내용을 보면 

The SCCS confirmed that methylparaben and ethylparaben are safe at the maximum authorised concentrations. In addition, the SCCS noted that limited or no information was submitted by industry for the safety evaluation of isopropylparaben, isobutylparaben, phenylparaben, benzylparaben and pentylparaben. As a result, for these compounds, the human risk cannot be evaluated. Therefore, those substances should no longer be listed in Annex V and, given that they might be used as antimicrobial agents, they should be listed in Annex II to make clear that they are prohibited in cosmetic products.


한마디로 메틸과 에틸파라벤은 안전하고 뉴스에 나온 다섯가지 파라벤들(isopropylparaben, isobutylparaben, phenylparaben, benzylparaben, pentylparaben)은 업계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한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뉴스에서는 안전한 파라벤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파라벤은 종류가 다양하고 안전한 것도 있고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3. 미국에선 파라벤이 안전하다는 증명을 한 경우에만 쓰게 한다?


미국의 경우엔 기준치가 없다는 것이 안전하지 않으면 못쓰게 하기 때문이라는 인터뷰가 있던데 아래는 미국 FDA의 파라벤에 대한 보고입니다. 

FDA believes that at the present time there is no reason for consumers to be concerned about the use of cosmetics containing parabens. (지금 단계에서 파라벤 화장품의 사용에 대해서 걱정할 이유는 없다)

비록 2007년 10월에 업데이트 된 것이지만 미국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은 제가 저희집 치약과 비누 등을 찾아봤는데 치약에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inactive ingredients 이기 때문에 표기가 없었고 화장품에는 표기가 되어 있더군요. 아래는 그 사진입니다.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파라벤이 다 들어 있네요. 즉, 미국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이고 EU에서 금지한 파라벤들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물으려면 국내 치약엔 어떤 파라벤들이 들어있냐고 물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딸아이가 쓰는 세안제의 성분


4. 식품 속에도 파라벤이 들어 있다?


놀라실 지 모르겠지만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인터뷰에서도 이 질문을 하지 않더군요. 파라벤이 식품 속에 얼마나 들어있는지에 대한 논문(Liao C1, Liu F, Kannan K. Occurrence of and dietary exposure to parabens in foodstuffs from the United States. Environ. Sci. Technol., 2013, 47 (8), p3918–3925)을 보면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옵니다. 잘 보시면 대부분의 음식물에 파라벤 성분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품 속 파라벤의 함량


그런데 더 문제는 이 논란을 야기한 인터뷰를 하신 분도 최근에 주목받은 본인 논문의 맨 마지막에 이 사실을 적어 놓았다는 겁니다.  

The daily intake of parabens from dentifrices was predicted to be insignificant compared with the intake from food; however, parabens can be ingested from dentifrices.(치약-연마제-로부터 파라벤을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치약으로부터 매일 섭취하는 파라벤의 양은 식품으로부터 섭취하는 양과 비교했을 때 큰 의미가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인터뷰는 파라벤이 심각한 문제인 것처럼 하신 것일까요?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 논문의 맨 마지막에 파라벤 사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되어 있는데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마치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을 치약에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해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느 언론도 주목하지 않겠죠.)


5. 파라벤은 환경 호르몬 또는 발암물질인가요?


파라벤이 에스테로겐 활성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FDA에서 밝혔듯이 2005년 리뷰논문에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에 노출되는 최대량 정도로는 에스테로겐 활성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발암물질이라고 이야기하는 물질은 거의 대부분 IARC 목록에 들어 있는데 파라벤은 아직 거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큰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파라벤 논쟁을 촉발시키고 계속 연구하는 과학자가 영국의 독성학자인 필리파 다브르(Philippa D. Darbre) 교수인데 이분이 최근 몇몇 중요해 보이는 논문들을 계속 발표하고 계시고 아마 이런 결과 때문에 유럽에서 파라벤에 대한 규제가 조금 더 강화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독성학자가 아닌 저로서 이 논문을 평가하기는 좀 어렵고 아마 EU 소비자 위원회의 가장 최근 리뷰가 인터넷에 있으니까 좀 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제가 이 파라벤 관련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파라벤의 위험 여부를 가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1)국정 감사 시즌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2)뭔가 새로운 과학적 증거나 발견의 제시도 없이, 3) 이미 외국에서 오래 전부터 논쟁해왔고 그 때문에 나름 기준도 세워져 있는 것을, 4) 방송과 포탈에서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 jTBC뉴스에선 식약처장의 발언이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했지만 사실 식약처장의 발언이 답입니다. 전 세계 그 누구도 이런 논란에 당장 답을 낼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저들은 왜 우리와 같은 논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특히 매년 국정 감사 시즌만 되면 이런 논란이 있습니다. 기억나는 것만 꼽아봐도 원두커피에 곰팡이 독소가 있다는 9시 뉴스 보도(2008년)로 난리가 난 적도 있고 불량유해식품이 6천톤 넘게 그대로 유통(2010년)되었다고,  군인들에게 발암물질 함유된 식품을 먹였다(2011년)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저는 저 대부분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지만 왜 현재까지의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기준치를 새로 만들도록 촉구하거나 새로운 법령을 만들거나 하는 방식이 아니라, 치약쓰면 안된대, 커피에 독소 있대, 이런 식으로만 소통되는지 잘 모르겠고 그게 아쉽습니다. 사실 저런 문제제기는 재탕, 삼탕이거나 이미 조치가 끝났거나 기준치가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없거나 한 것들로 기준치를 만들자, 원료 검사가 끝나기 전에 제품을 못만들게 하자, 뭐 이런 대책이 나와야지 매년 비슷한 뉴스들이 나와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드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몇 년 전에 신종플루 유행하고 손씻기 운동이 막 번질 때, 비누 속 항생제 트리클로산 때문에 매우 시끄러웠던 것, 이젠 다들 기억도 못하고 이번 치약 논란에서 화제도 되지 않고 있지요. 파라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만 지금처럼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래는 누구도 점칠 수 없습니다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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