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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똥차들 이야기

바이오매니아 2008. 7. 1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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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이 있어서 어느 선배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이,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네가 정말 애국자구나” 이러시더군요. 왜 그런 말씀을 하셨나 생각해보니까 아마 제 차가 조금 심하게 낡은 차였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제 차가 뭐냐구요? 97년 구형 프라이드 흰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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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의 지존, 프라이드!

 

아마 요즘 대학교 선생 중에 이런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예 안 가지고 다니시는 분들은 계시지만요. 바로 그 교수님이 아예 차를 안 가지고 다니시는 진짜 애국자(?)이십니다.

한때는 집이 있으면 부자, 차가 있으면 중산층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면허를 딴지도 벌써 7년이 되었네요. 30이 넘도록 면허도 없다며 구박을 받았으나 아이가 생기고 버스도 안다니는 대전의 연구단지에 근무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면허를 땄지요. 전북 어디의 컨테이너 합숙소에 가서 1박 2일 특훈을 받고 딴 면허였습니다. 그리고 2001년 여름 난생 처음 산 첫번째 똥차가 130만원주고 산 92년식 현대 엘란트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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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아직도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엘란트라

1주일만인가 주행중 엔진이 퍼져서 수리를 하고 등등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서울-대전 왕복도 하고 그랬는데 그만 어느 여자분의 겁없는 불법 유턴에 정면충돌 사고가 나서 차는 운명을 다하고 저는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지요. (그래서 아직도 허리가…^^)

그리고 그 보험금과 보상금으로 2002년 봄 다시 새(?) 차를 산 것이 150만원짜리 94년식 대우 뉴프린스. 이번엔 아주 튼튼한 차였지만 차를 산 다음날 기름이 엥꼬나서 견인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알고보니 기름이 낮아지면 들어오는 등이 고장이 났던 것이었죠. 전 주인이 고속주행을 한 번도 안해본 차였는지 아니면 탱크주의 대우차 답게 차가 무지하게 무거워서 그런지 시속 100km이상 달리기가 버거웠지만 만족스럽게 잘 타다가 미국에 가게 되는 바람에 회사 사람에게 싸게 넘기고 미국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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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겁고 튼튼한 프린스

우와, 자동차의 천국, 미국! 차를 구하려니까 자동차 회사도 많고 차종은 더더욱 많아서 뭘 골라야할지 모르던 차에 동네 중고차 딜러에게 좋은 차가 나왔다고 해서 그냥 얼떨결에 고른 차가 그 유명한 96년식 혼다 어코드 V6 (2003년 봄). 미국에서 나올때까지 가장 오래탔던 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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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탄 애증의 자동차 어코드 V6

그 유명한 베스트 셀링카 혼다 어코드지만 솔직히 제가 가장 애먹은 차가 바로 이 차입니다. 에어컨, 히터, 라디에이터, ABS펌프, 페인트, 등속죠인트 등등 제게 수 많은 중고차 상식을 알려준 차이죠. 매번 새차만 몰아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결코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죠. 미국은 한 번 미캐닉에게 차를 맏기면 1주일씩 걸리고 그러니까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어코드 광고... 하지만 내 경험은 별로...)

게다가 제가 차를 가지고 나가면 제 아내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고 해서 세컨드 카를 구해서 제 일생에 차 두 대를 가져본 호사를 누리기도 했는데 바로 그 차가 92년식 볼보 940 turbo였습니다. 어느 대학 교수님께서 오래 타시던 차였는데 저희에게 아주 싸게 팔고 가셨던 차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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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solid car인 볼보. 포드가 인수해서 미국에서 만드는 볼보는 예전과 다르다고...


역시 튼튼한 차의 대명사 볼보인지라 이미 12년이 지난 차였지만 튼튼하게 씽씽 달리기는 잘 했습니다. 볼보와 싸브(Saab)는 모두 스웨덴 차들인데 스웨덴 차들이 특히 튼튼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스웨덴이 추운 나라라서 길이 많이 얼고 접촉사고도 많고 하기 때문에 왠만큼 부딪혀서는 찌그러지지도 않도록 차를 튼튼하게 만든다는 말이 있더군요.

그러다가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시기로 한 다음에 패밀리카인 미니밴으로 차를 바꾸자는 의견이 나와서 볼보를 팔고 산 차가 바로 미니밴인 2000년식 토요타 씨에나입니다. 10000불이나 줬으니까 여태껏 샀던 차의 액수를 다 더한 값보다 비싼 차였죠. 역시 토요타답게 조용하고 내구성 좋고, 흠잡을 곳 거의 없는 차였습니다. 이 차를 몰고 동남부의 죠지아에서 동북부의 맨 꼭대기 메인까지 왕복 2580마일 (약 4128km)을 9박 10일간 달려서 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차를 팔 때, 가장 마음이 짠했던 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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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시에나. 차도 그립지만 저 뒤의 우리집-은 아니고 아랫집-도 그립군요.



한국에 들어와서는 한 반년은 또 차없이 뚜벅이로 살았는데, 부산엔 왜 이렇게 산과 언덕이많은지, 아무래도 차 한대는 있어야 겠다 싶어서 다시 100만원주고 구입한 차가 바로 이 97년식 구형 프라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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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를 본 조카녀석의 한마디, "고모부차, 티코에요?", "이놈아, SUV다!"



중고차의 지존답게 여전히 잘 나가지만 그래도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은 무리일까 싶어서 시내에서만 몰고 다니죠. 장거리를 갈 때는 열차나 버스를 이용하거나 렌트를 할 생각입니다. 여름이라서 가족끼리 놀러가려고 하니까 자꾸 좀 좋은 차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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