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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에게만 십자가를 지우지 마세요!

바이오매니아 2008. 7. 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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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지못미...

오늘 검찰이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내용에 대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했습니다. PD수첩 내용 상당 부분을 ‘의도적 오역’으로 결론 짓고 제작진에 공개 해명을 요구했다고 하는군요. 이와 함께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정운천 전 장관은 PD수첩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에서 써야할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지난 학기말 강의 시간에 광우병 토론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이 찾아온 자료들 중엔 사실 PD수첩보다는 EBS의 e지식채널이나 2006년 KBS 스페셜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을 훨씬 더 많이 인용했더군요. 그런데 왜 이 모든 십자가를 PD수첩에게 지우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저의 입장은 광우병에 대한 fact보다는 위험성을 강조하다 보니까 PD수첩 측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입니다. 과장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한 두군데 있구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매체에서 지적을 했고 PD수첩 측이 충분히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는 단순히 PD수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언론들이 같이 저지른 잘못이라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공개한 동영상과 광우병을 직접 연관짓는 것은 조금 무리한 연결입니다만 우리나라 모든 언론들이 다 같이 행했던 일입니다. 심지에 외국 언론의 보도에도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된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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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이 공개되었을 때의 워싱턴 포스트 기사. 광우병 위험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Cows that cannot stand up are supposed to be kept out of the food supply in part because they may be infected with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or mad cow disease. The disease is extremely rare in the United States, but of the 15 cases documented in North America, most in Canada, the majority have been traced to downer cattle.


문제는 PD수첩이 미국산쇠고기 수입 문제의 발화시점에 그 방송을 내보냈고 사회적 반향이 컸다는 것이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의 와중에 KBS의 “시사기획 쌈”이나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 문제의 핵심과 의제를 잘 정리한 방송이 아닐까 싶습니다. (갑자기 KBS빠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하지만 PD수첩의 방송에 신중하지 못하고 적절치 못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고 해서 PD수첩을 사법 처리해야 한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 잣대를 모든 언론에 공정하게 들이댄다면, 저는 모든 기자와 PD들이 다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언론에서 다루는 기사들에 수많은 잘못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아래는 제가 본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어이가 없고 화가 났던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강의 시간에 두고 두고 언급되고 있지요. 

올해도 여름이 오자 선풍기 괴담에 대한 보도가 또 등장했습니다. 선풍기 켜놓고 잠자면 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는 별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입니다. 단순히 선풍기가 조건이 아니고 음주라든가, 지병이라든가, 산소유무 등등의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선풍기 괴담과 함께 또 하나 유명한 괴담이 바로 설탕 괴담입니다. 설탕이 마약보다 나쁘다, 뭐 이런 내용들로 대부분 <슈거 블루스>라는 어처구니없는 책에 나오는 내용들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으므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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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국에 전화할 뻔 했던 바로 그 문제의 프로그램

그런데 작년 10월 KBS의 “위기탈출 넘버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설탕 괴담을 널리 퍼뜨린 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보시려면 위 링크에서 109회를 보시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설탕의 백해무익이니 하는 설명은 차치하고 이 프로그램의 큼직한 오류만 간단히 소개해보면,

1) 국립비만연구소의 논문으로 소개된 논문은 국립비만연구소와 상관없슴.
2) 무설탕 발효유에 각설탕 6개 분량의 설탕이 들어있다는 내용은 설탕이 아니라 당류 (sugars)를 잘못 해석한 것
3) 탄산음료 유해성 논문으로 소개된 논문에는 설탕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음
4) 말토덱스트린등의 설탕 대체제가 문제라고 했으나 말토덱스트린은 우리가 먹는 밥이 아밀라제에 의해 분해되면 생기는 물질임
5) 담배에 설탕함유를 설명하면서 고과당옥수수시럽, 전화당을 설탕으로 소개한 것은 오류.

등등입니다. 사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설탕 중독이라는 것은 심리학적인 용어지 의학적 용어라고 보기 어려우며 굳이 사용하려면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바꿔야 하고, 자막에도 오류가 있는 등등 다양한 잘못들이 존재합니다. 이건 거의 설탕에 대한 중상모략입니다. 만약 PD수첩이 사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폐지시켜야 마땅할 것입니다.

물론 정말로 위기탈출 넘버원을 폐지시키자는 것은 아닙니다. 위기탈출 넘버원은 방송의 오류나 과장에 대한 하나의 예에 불과하며 실제로 유사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오류들이 존재합니다. 당연히 방송뿐만이 아니라 종이매체나 인터넷도 마찬가지이죠. 때로는 오히려 더 심각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위 웰빙의 열풍을 타고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거나 과장된 내용들이 얼마나 많이 소개되고 있는지 일일이 모니터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 속에 이런 과장이나 오류들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로 이를 시정하는 것은 좋지만, 이와 별개로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 달성에 이를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정당과 정부가 수사를 촉구하고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반을 만들어 한 방송을 거짓말방송으로 몰아가면서 한 두가지 오역문제나 생방송 중의 코멘트를 침소봉대하고 원본 tape을 내놓아라 하며 언론을 무력화 하는 것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검찰 및 정치권의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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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는 방송에서 보게 해 주세요. 손정은 아나운서 힘내시길...



끝으로 PD수첩 팀 및 다른 언론들에게 한가지 부탁을 드리자면, 근본적으로 과학은 언제나 진행형이기 때문에 과학적 사실과 관련된 보도는 100% 진실만을 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의 유해성이나 유익성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경우 어느 쪽의 주장에 무게를 싣느냐는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 의견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학계나 산업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주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PD수첩의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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