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이렇게 일교차가 클 때 감기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할텐데요. 요즘 여기 저기서 독감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고 독감 예방주사 (백신)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해서 오늘은 독감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1. 독감은 감기와 다르다.
일단 독감이라는 단어의 문제부터 좀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데요. 혹시 독감에 걸려보신 적 있으신가요? 병원에 갔더니 독감이라고 하던가요? 저는 몇 년전에 한 번 걸려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온몸이 쑤시고 쌍코피가 터지고 거의 2주일 동안 앓아 누웠습니다. 그 때 수업시간에 말로만 배웠던 독감이 이런 것이구나를 체험했지요. 특히 독감은 근육통이 매우 심합니다. 그래서 몸살 감기로 오인하기 쉽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해서 감기가 좀 심하게 걸렸으면 독감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사실 독감과 감기는 원인이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감기"라고 하는 질병은 원인 바이러스가 200종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영어로는 보통 flu라고 부릅니다. 감기는 cold죠. 그래서 영어로는 flu와 cold는 다르다는 느낌이 확실이 오는데 우리말로는 독감이라고 하니까 감기가 심해지면 독감, 이라고 오해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감이라는 말 대신 인플루엔자라는 말을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2.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 세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타입 C는 발견은 됐어도 거의 유행을 하지 않아서 아직까지는 큰 문제를 일으키거나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B는 한가지 타입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타입 A인데 이 A가 가장 다양한 종류들이 있습니다.
한번 쯤 들어보셨겠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징은 변종이 잘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입하거나 빠져나올 때 바이러스 표면의 두가지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하나를 H (hemagglutinin), 다른 하나를 N (neuraminidase)으로 표시합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H가 16종류, N이 9종류 (subtype)가 (수정) 2017년 12월 현재 H가 18종류, N이 11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하나에 H와 N을 다 가지고 있으므로 계산상으로는 144종 198종이 가능하죠.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대상을 숙주 (host, 영화 괴물의 영어 제목)라고 하는데 바이러스는 숙주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물에나 감염되는 것이 아니고 아형(subtype)에 따라 그 대상이 다르죠.
3. 사람과 조류만 독감에 걸린다? 개독감, 돼지독감, 말독감도 있다.
사람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144종 중에서 주로 세 종 (H1N1-스페인독감, H2N2-아시아독감, H3N2-홍콩독감) 정도였고 이들은 모두 H1, H2, H3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류에서 발견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모든 H종류와 모든 N을 다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서 사람들을 놀라게했고, 1997년 처음으로 H5 타입의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되어 사망자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조류독감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늘어서 조류독감 (Avian Influenza) 퇴치를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류독감 중에서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이 있는데 고병원성을 주의하면 되고 고병원성도 열처리를 하면 식품으로 섭취해서는 큰 해가 없습니다. 그리고 양계장을 하시거나 하는 분들은 특별한 주의를 하셔야 합니다.
한국역학회지 제27권 제1호, 2005. 6
사람이나 조류뿐만이 아니라 돼지도 독감에 걸리는데 돼지는 사람이 걸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거의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됩니다. 문제는 돼지들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죠. 또한 말독감도 있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개독감이 퍼져서 고생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많이 퍼져서 문제가 되니까 걱정이 많이 되시죠?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사실 독감은 점점 약해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독감의 대명사는 1918년-19년 겨울의 "스페인독감"인데요. 이 독감으로 죽은 사람은 무려 4천만, 통계에 따라서는 1500만명에서 1억까지 잡습니다. 1919년이 3.1절이 있었던 해잖아요. 그런데 그해 1월 매일신보라는 신문에 보면 이런 기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1957년 중국에서 시작된 아시아 독감 (100만명 사망), 1968년 겨울의 홍콩독감 (70만명 사망)등, 전세계를 강타한 독감이 있지만 희생자는 인구가 늘어난데 비하면 약간씩 줄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4. 독감예보와 예방주사
아시다시피 바이러스에는 약이 별로 없습니다. 보통 항생제라고 하는 것은 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감기엔 약기 없다고도 하지요. 사실 대부분의 감기약들은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뿐이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은 우리 몸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사람들이 독감예방주사 (독감백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독감 백신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면 그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을, 북반구는 그해 2월, 남반구는 9월에 발표하고 (남반구는 겨울이 6-8월) 백신 회사들은 그 예보에 맞춰서 백신을 만듭니다. 쉽게 생각하면 기상예보를 하듯이 올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보하는 것이죠. 왜 그렇게 미리 예보를 하는가하면 백신을 만들어서 검증하는데 6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 예보는 전세계 94개국에 있는 122 국가 연구소를 통해서 바이러스를 수집하고 WHO와 협력하는 전세계 4곳(Atlanta 미국; London, 영국; Melbourne, Australia; Tokyo, Japan)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결정합니다.
그래서 매년 A중에서 두 타입, B에서 하나, 이렇게 3종류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일기예보가 잘 안맞아서 불평을 많이 받듯이 독감예보도 잘 안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1988년부터 지난 20년 동안 4번 잘 맞추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는데, 97-98년에는 매우낮았고 1992-93, 2003-04, 2007-08에도 낮은 확률을 보였습니다. 보통 예방율이 70-90% 정도면 잘 match가 되었다고 하는데 작년이 50%도 안된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독감환자들이 매우 많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mismatch가 되어도 약간의 예방효과는 있습니다.
5. 독감 예방주사는 언제, 누가 맞아야 하는가?
요즘이 바로 독감예방주사를 맞는 시기이죠. 왜 그런가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는 보통 2월 중순이 최고조인데 그 전후 3주를 제일 주의해야 하는 시기이고 다시 그 전후 3주가 유행성 독감 주의시기라고 봅니다. 그러면 보통 1월에서 3월말까지의 시기이죠. 독감예방주사로 보통 2주 후부터 항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4주가 되면 효능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보통 만들어진 항체는 6개월 정도 효능이 지속되기 때문에 10월말까지는 맞아야 겨울 동안 약효가 지속되게 되는 것입니다.
http://www.cdc.gov/flu/weekly/weeklyarchives2007-2008/labsummary07-08.htm
독감백신을 맞을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꽤 되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맞으셔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우선접종대상자라고 하는데요. 주로 몸이 허약하셔서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2차감염으로 진행되어서 위독해질 수 있는 분들입니다.
1. 임신 3개월 이상의 임산부
2. 50세 이상의 노인 (65세 이상은 더욱)
3.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호흡기, 심혈관,대사성질환자, 신장 기능, 면역 저하 환자 등)
4. 요양시설등에서 장기간 머무르고 있는 경우
5. 가족 중 독감에 걸렸을 때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사람이 있을 경우
6. 6개월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 및 가족, 유모
7. 6 - 23개월(CDC는 5살까지 권장)의 어린이 (6개월 - 23 개월 아이는 소아과 의사 상담 후)
8. 조류독감위험장소(가금류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나이 상관 없음)
9. 보건소, 검역원, 병원등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렇지만 맞지 말아야 하는 분들고 계십니다. 어떤 분인가 하면,
1. 생후 6개월 이하 아기
2. 이전 부작용자 (특히 신경계통)
3. 계란 알러지 있는 사람
4. 발열 환자.
여기서 계란 알러지는 백신을 만들 때 계란에서 바이러스를 키워서 만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필요한 독감백신과 같은 의약품은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시중 유통 전에 국가가 다시 한번 품질을 검사하는데 올해 우리나라에 검사신청한 독감백신양은 1590만명이 맞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6. 독감예방주사 맞고 감기에 걸렸다? 독감예방주사는 효과가 없다?
하지만 혹시 백신 맞았는데 독감에 걸렸다, 이런 이야기하시는 분을 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이 경우는 두가지 경우가 있는데 먼저는 본인은 독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독감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독한 감기에 걸렸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아닌 것이죠. 독감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 감염은 막지를 못합니다.
다른 하나는 독감백신을 만들 때 예상한 예상이 빗나가서 실제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입니다. 작년 독감백신의 예방률은 40% 정도밖에 안되어서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보통은 70에서 90% 내외인데 말이죠. 그러니까 독감백신을 맞아도 감기에도 걸릴 수 있고, 독감에도 걸릴 확률은 낮지만 있는 셈입니다.
또 최근에 <예방접종 어떻게 믿습니까>라는 책이 나오면서 아예 예방주사를 맞추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 중에서 수은 보존제가 자폐증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많이 떠돌고 있습니다. 보통 수은은 백신이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우려에 따라 최근에는 수은을 백신에 사용하는 것을 감소하는 추세에 있죠. 그렇지만 자폐증 아이들은 계속 늘고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과연 수은이 자폐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독감백신에는 아직 수은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7. 독감 치료제도 있나요?
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N단백질을 저해하는 단백질과 바이러스의 이온 채널 (M2 protein)을 저해하는 두 종류가 있는데 Neuraminidase 저해제로는 oseltamivir (상표명: Tamiflu)와 zanamivir (상표명 Relenza)이 있습니다. 이 중 Tamiflu는 급성 정신착란을 일으켜 청소년 자살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상하게도 모두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하지만 올해 1월 일본 과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약 때문이 아니라 독감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M2 protein 저해제로는 amantadine and rimantadine 등이 있는데 보통 치료제보다는 독감 예방약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끝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독감은 건강한 사람들은 그냥 아프고 끝나는 질병입니다. 예방주사는 위험성을 낮추어 주는 것이지만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의 하나 독감에 걸리면 그 사람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앓고 병이 낫는지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고른 식사와 운동으로 자신의 체력을 기르고 면역력을 기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 겨울도 모두들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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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보》에 나타난 3·1운동 직전의 사회상황
http://www.i815.or.kr/media_data/thesis/1990/199007.html
Tamiflu와 자살 관련 논문
Adolescent jump case in Japan associated with influenza but not oseltamivir.Pediatr Infect Dis J. 2008 Jan;27(1):88-9.
독감예방주사 동영상
http://healthlog.kr/15
수은 의심 백신.
http://healthlog.kr/319
임신 중 독감주사 맞아야 한다.
http://blogs.kormedi.com/395
우선접종대상자
http://healthlog.kr/182
조류독감 논문 good!
http://kscm.or.kr/pdf/2004%5B1%5D.9.pdf
조류독감 MBC
http://imnews.imbc.com/mpeople/journalnote/721914_3900.html
식약청 백신 현황
http://www.kfda.go.kr/open_content/news/press_view.php?menucode=103004000&seq=1576
올해 신청된 독감백신은 WHO등의 추천에 따라 A형 독감 바이러스 주 H1N1은 A/Brisbane/59/2007-like로 H3N2는 A/Uruguay/716/2007-like, B형 독감 바이러스 주는 B/Florida/4/2006 또는 B/Brisbane/3/2007 바이러스 주로 제조된 것으로서 ‘08.9.15 현재 166 롯트가 국가검정 신청되어 8개사 14개 품목 72롯트에 대해 출하 승인되었다(붙임 1 참조) 현재 신청된 량은 당초 계획된 158 롯트보다 많은 량으로서 1,59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된다고 식약청 관계자는 말했다.
Flu facts
http://www2.doh.wa.gov/phepr/handbook/korean_pdf/flu_korean.pdf
CDC Flu
http://www.cdc.gov/flu/
ABC News
http://abcnews.go.com/US/wireStory?id=4299208
'바이오매니아 in 언론 > 굿모닝 사이언스(부산MBC)'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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