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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선주자 과학기술 공약비교, Science Debate 2008

바이오매니아 2008. 11. 4. 15:57

1. 미국 차기 대통령 선거와 과학기술 공약

9월 25일자 네이처 커버

오늘 밤이면 미국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됩니다. 미국은 매우 독특한 방식의 선거제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 여론조사로는 승패를 알기 어렵습니다. 매케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지만 지난 2000년도 선거에서도 죠지 부시 현 대통령이 총 투표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을 이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날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양당제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나라이고, 이 두 정당이 두고 있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약간 다릅니다. 그 때문에 여러가지 정책에 있어서도 차이를 보이죠. 그런데 우연히 어느 외신을 보다가 두 후보의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을 비교해 놓은 sciencedebate2008.com 이라는 사이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과학은 정치와 별개의 객관적 사실을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은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좋던 싫던 아마도 미국 차기 대통령의 과학기술 정책이 우리의 미래가 나아가는 일종의 방향타 또는 하나의 푯대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두 후보의 과학기술 공약과 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2. 과학자들의 반란

그 이전에 한가지 말씀 드릴 것은, 현재 미국 대통령 죠지 W 부시는 미국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공공의 적"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교수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약간 극단적인 경우이고, 또 그 분 연구분야가 부시 대통령이 가장 비판을 받았던 환경 분야였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지난 8년이 과학이 퇴보한 시기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했으면 지난 9월 미국의 노벨수상자 61명이 차기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단체 서한을 보내는 등 집단 행동까지 했겠습니까. 게다가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마틴 챌피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노벨수상자 모임에 가입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 실행에 옮겨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이 함께 그 지지서명에 사인을 하기도 했습니다. Youtube에는 챌피교수의 오바마 지지발언 동영상 (아래)이 인기를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죠지 부시 대통령이 과학자들에게 인기가 바닥인 이유가 몇가지가 있을텐데, 첫째는 "부시 행정부 기간 동안 정부의 지원 부실로 미국의 핵심적 과학 기관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과학 지원에 있어서 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개입되곤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환경문제, 줄기세포연구와 같은 생명윤리 문제, 석유나 국방쪽에 돈을 많이 쓰면서 기초투자에 인색하다는 등 전반적인 연구분위기를 해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곤혹스러운 것은 매케인 공화당 후보측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임자와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래서 누가 되든지 미국의 과학자들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외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3. 매케인, 부시의 그늘을 벗어라

일단 앞서 말씀드린 sciencedebate2008.com 이라는 사이트를 보면 두 후보의 공약을 14가지 주제로 요약해 놓았습니다. 그 14가지는 혁신(Innov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 에너지(Energy), 교육 (Education),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대유행과 생화학적 안전(Pandemics and Biosecurity), 유전학 (Genetics), 줄기세포(Stem Cells), 해양(Ocean Health), 물(Water), 우주(Space), 과학적 통합(Scientific Integrity), 연구(Research), 건강(Health), 이렇게 14가지입니다.

이 중에서 매케인 후보가 현 부시 대통령과 큰 차별점을 보이는 부분은 지구온난화와 줄기세포연구 분야입니다. 먼저 지구온난화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 지구온난화문제를 전 지구적으로 해결하기위해 온실가스 감축 합의를 한 교토의정서에 부시 대통령이 계속 사인을 거부해서 전세계적인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매케인 후보는 이전부터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초당파 의원들"과 함께 미국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법안을 제출하는 등 이 문제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알려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하는 cap & trade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60%까지 낮추자고 하여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80%까지 낮추자고 한 오바마보다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매케인 후보측이 상당히 신경쓴 또 한 분야가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분야입니다. 현 부시대통령이 연방 연구비로는 배아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었던 수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망이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공화당원인 레이건 전 대통령 가족들도 부시 대통령에게 "종교를 정치에 이용한다"며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지요. 그래서 그런지 매케인은 일단 연방 기금으로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연구를 허용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다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긋자는 입장이지요.

이렇게 매케인 후보측에서는 현정부에게 있어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환경과 생명공학 기술분야에 있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4.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들 : 에너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 관련 공약은 아마 에너지에 관련된 것입니다. 사실 최근의 석유값 파동과 그 이전의 곡물값 파동에서도 보았듯이, 에너지는 현재 과학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일단 두 후보 모두 지나친 석유의존을 탈피하고 대체 에너지 개발을 지지한다고 말을 하고는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서로 많이 다른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바마 후보측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더 적극적인데 반해 공화당 매케인 후보 측은 원자력 발전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 석유에 대한 공약 :

오바마 후보는 석유회사에 대해 ‘초과이윤세’를 부과하여 그 돈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을 지원하고, 연비기준을 강화해서 2030년까지 미국 석유사용량의 35%를 감축하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반면, 매케인은 석유 문제를 풀기위해 미국 연안에서 석유를 시추할 것을 주장하면서 (오바마는 제한적 시추 주장) 오바마측의 연비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대신 자동차 업체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차 구매자에 대해 세금혜택을 부여하여 사용량을 줄여가겠다고 합니다. 특히 매케인은 자동차의 배터리 기술을 혁신해 전기자동차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석유사용량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3억불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2) 원자력에 대한 공약 :

아마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자 공약은 바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공약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시다시피 원자력은 과학기술계의 오래된 뜨거운 감자입니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아주 유명하면서도 경각심을 주는 사건이기도 했지요.
 
매케인은 오는 2030년까지 45개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바마는 원자력 발전을 통해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방안이 마련될 때가지는 원자력 발전소의 추가 건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비용, 안전, 폐기물, 핵확산위험 등을 참고한 새로운 핵발전기술을 선호한다는 선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3)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공약 :

매케인이 재생에너지보다는 원자력에너지를 선호하는데 반해 오바마는 재생에너지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금 지원과 함께 2012년까지 재생자원으로부터 얻은 전기 사용 비율을 10%, 2025년까지 25% 사용을 연방법으로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10년간 신재생 에너지에 1500 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비식량작물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현재의 식량값 상승이 바이오에탄올 때문이기 때문에!)

매케인은 오바마가 주장하듯 전기 생산량의 일부를 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하도록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연방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또 다른 종류인 바이오에탄올 개발을 위한 보조금 지급문제에 있어서도 역시 매케인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5.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 한가지 : 우주 개발/탐사

에너지와 함께 두 후보가 큰 차이를 보이는 다른 한 분야가 우주개발 및 탐사에 대한 입장입니다. 우주개발은 사실 강대국의 각축장으로 엄청난 돈과 인력이 필요한 분야인데요.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은 우주개발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아무래도 미국 공화당이 강한 미국, 세계 리더로서의 미국, 이런데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매케인의 슬로건도 “강한 아메리카”이구요. 사실 이 우주개발은 미국의 국방계획하고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이미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스타워즈 계획을 발표하며 우주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2006년 10월엔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제협정에 구애받지 않고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학기술분야에서 현 죠지 부시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매케인 후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인데요. 일단 공약의 길이가 매우 길고 , 우주 탐사에 대해서 더 열정적입니다. 우주 탐사가 최고 우선순위 (top priority)인데 그래야 미국이 리더로 남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무인 달탐사선을 위해 3천만불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또한 러시아와의 우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우주개발 예산을 증액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오바마후보는 강력하면서도 균형잡힌 민간 우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관리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을 강조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는데요. 지난 달 과학저널 네이처지에서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것이 미국에 가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오바마 의원은 "미국이 우주에서뿐 아니라 이곳 지구에서 교육과 과학, 기술, 환경, 국가안보 등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우주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항공우주국(NASA) 개혁과 민간우주프로그램 강화 계획을 밝혔습니다. 우주계획은 국가주도가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데 민간의 참여를 언급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6. 기타 차이점들

기타 나머지 몇몇 부분에 있어서도 두 후보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먼저 IT분야의 육성에 있어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매케인 후보가 나름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구글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유리해지는 반면 매케인이 승리하게 되면 AT&T로 대표되는 통신회사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오바마의 지지자로 에릭 슈미트 구글 CEO, 투자의 달인이라는 워렌 버핏, 존 톰슨 시만텍 회장 등이 있는 반면, 여성 CEO로 유명했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CEO나 멕 휘트먼 e베이 회장 등은 예상을 깨고 매케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1) IT 분야.

일단 오바마는 빈곤퇴치 및 농촌 소외 현상을 퇴치하는 데 웹을 중요한 무기로 간주하고 있어서 시골 및 저소득 계층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50억달러의 보조금을 사용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또 연방정부에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를 새롭게 만들겠다고 제안했고 통신사업자가 모든 인터넷사이트에 동일한 전송속도를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 망 중립성(Net Neutrality)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있어서는 현재의 저작권법은 시대에 맞지 않아 개정돼야 할 대상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반면 매케인은 거대 통신회사들과 비교적 '코드'가 통하는 편이라고 하는데요  AT&T 같은 거대 기업을 탄생시킨 통신산업 합병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오바마가 추진하는 망중립성 법안이나 통신보조금 정책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한다는 입장이죠. 반면 매케인 후보는 “온오프 가릴 것 없이 전 세계로 확대되는 불법 복제를 척결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지식저작권이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각종 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발 저작권 통상 압력 강화도 예상할 수 있겠지요.

2) 연구비

과학계가 가장 관심을 갖는 기초연구에는 오바마가 더 적극적입니다. 일단 오바마측은 다음 10년 동안 기초연구예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명확한 수치를 제공한 반면 매케인측은 앞으로 과학연구를 위해 예산을 늘리겠다고 말은 하지만 하지만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7. 종합

1) 오바마가 이길 경우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연구개발, 기초과학분야 연구비 지원, IT 산업 등에는 다양한 투자 확대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우주개발 등의 거대 국가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매케인이 이길 경우

원자력 발전, 석유산업, 통신 산업, 하이브리드 자동차 산업, 우주개발 및 무인 달탐사선 등의 분야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생에너지 분야나 기초과학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이므로 앞으로 어떤 방향이 새로운 누가 될 지는 내일 낮 쯤이면 결정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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