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포스팅 ("KISTI의 과학향기"마저 이러면 안되는데...)에 대해 모기불님께서 KISTI의 과학향기의 글이 "물엿과 High-fructose corn syrup 를 같은 개념으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선의의 해석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말이 조금 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품공업에서는 물엿 (corn syrup)과 HFCS는 다른 것으로 취급합니다. 잘 모르는 분들이 영어로 보면 둘 다 corn syrup 이 있어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옛자료를 뒤져보니 물엿은 DE (dextrose equivalent)가 20이상이고 20 이하면 maltodextrins (말토올리고당)이라고 하는군요.
간단히만 적어보면 물엿은 전분을 가수분해나 산분해(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하여 만드는데 완전 포도당화가 아니고 주로 maltose (맥아당)가 주성분이지만 포도당이나 작은 분자의 올리고당이 섞여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효소는 알파-amylase와 베타-amylase (말토스 생산효소), pullulanase (가지치기 효소) 등입니다.
"Starch: Chemistry and Technology" 2nd ed. Roy L. Whistler et al., p613 Academic Press
하지만 HFCS는 모깃불님이 쓰신 것처럼 알파-amylase와 glucoamylase로 일단 완전 당화하여 포도당을 만들고 xylose isomerase (XI)를 사용하여 포도당을 과당(fructose)로 전환시킵니다. 원래 XI는 미생물에서 xylose를 xylulose로 전환시키는 효소인데 기질 친화도가 낮은 포도당도 과당으로 전환시키는 성질이 발견되어 산업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조금 전문적으로 말하면 aldose와 ketose를 상호 전환하여 이성질체를 만들어주는 효소죠.
최초로 발견된 XI는 포도당에 비해 xylose에 친화도가 160배 높았지만 단백질 공학적인 방법으로 최근에는 오히려 포도당에 더 기질 친화도가 높은 glucose isomerase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모깃불님이 인용하신 Wiki의 설명은 조금 부정확해서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원칙적으로 모든 효소는 조건이 맞으면 가역적이고 이성화효소 (isomerase) 역시 상호 평형이 되면 더 이상 반응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XI가 포도당을 과당으로 전환하다가 과당이 42% -43% 정도가 되면 반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평형이 됩니다. 이 상태에서 그냥 단순 refining 해서 팔면 그게 HFCS-42입니다.
그런데 그 HFCS-42를 크로마토그래피를 거쳐서 포도당과 과당을 분리하면 과당이 90% 함유된 HFCS-90이 나오게 되고 이것과 HFCS-42를 섞어서 꿀과 조성이 더 가까운 HFCS-55를 만드는 것입니다.
HFCS와 과당에 대해서는 "사과도 먹으면 살찐다? Fructose index"라는 포스팅에 설명을 했으니까 참고하세요. 그러고 보니 그 기사에서도 기자가 HFCS를 잘못 이해하고 썼네요. 하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의 번역에서도 잘못 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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