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막걸리가 인기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여러가지 기사들이 눈에 띄네요. 마바리님께서 한 번 언급하시기도 했었죠.

막걸리가 돌아왔다
주류시장을 강타한 저도주 및 웰빙 열풍도 막걸리 부활에 한몫했다. 알코올 도수가 6~7도 안팎에 불과해 부담이 없는 데다 10여종의 필수아미노산과 유산균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막걸리, 건강 다이어트의 '묘약'?
" 막걸리에는 트립토판(필수 아미노산)과 메티오닌(필수 아미노산)성분이 있어서 체중 유지를 돕고 지방 저장을 예방한다"고 설명합니다. (중략) 막걸리는 만성변비 해답이기도 합니다. 막걸리에는 요구르트의 500배에 달하는 유산균이 들어있는데요. 최형록 한의사는 "막걸리에는 유기산이 들어있어 변비에 효과가 좋다"며 "유산균이 들어가 있는 김치와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파전과 함께 먹어야 효과가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런데 대체 누가 이런 소리들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막걸리에 유산균(젖산균)이 풍부하다는 소리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있군요. 그런데 그건 사실일까요?

유산균이 좋다고 하니까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다고 자랑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제가 본 최고로 스펙타클한 학회의 풍경이 있었는데 어느학회에서 한 교수님이 김치의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몇백배라서 좋고 이런 발표를 하는 도중 관련 회사에서 온 분이 강력하게 항의해서 모두들 뜨악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걸리에 요구르트의 500배의 유산균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군요. 

일단 요구르트에 유산균이 얼마나 들어있을까요? 예전 포스팅 (야쿠르트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할까?)에도 썼지만 흔히 먹는 야쿠르트형의 일반 요구르트는 1ml 당 1천만마리 이상, 농후발효유는 1ml 당 1억마리 이상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그 500배라고 한다면 대체 얼마나 들어있다는 것입니까?  (참고로 김치는 유산균이 최대가 되면 1ml당 8억마리 정도이고 액상 요구르트의 80배 정도입니다. 물론 최대로 유산균이 많아졌을 때를 기준이고 실제 호상요구르트와는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흔히 발효식품에는 유산균이 들어있다는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오해일 뿐입니다. 막걸리 (탁주)의 발효에는 유산균이 별로 관여하지 않습니다. 유산균은 발효과정을 통해 유산(lactate)을 생산하는 균인데 술은 알코올발효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산균이 막걸리 발효의 메이저 발효균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산균이 상당량 들어있다는 논문[각주:1]도 있는데 최종적으로 탁주 속의 유산균총의 수는 1ml당 830만마리 정도로 나와있습니다. 사실 이 숫자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유산균 측정배지인 BCP배지에서 효모도 자라서 값이 크게 나온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포도주 와인에서 유산균을 분리한 논문[각주:2]처럼 효모는 자라지 않도록 nystatin같은 항생물질을 넣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제가 직접해본 것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어쨌든 요구르트의 500배는 아닙니다. 

약,탁주 발효과정 중 미생물 균총의 변화, 한국식품과학회지, 2005, 37(1):61~66

 

참고로 대부분의 발효주(곡주)는 미생물이 곡물을 발효해서 만듭니다. 곡물은 탄수화물(다당류)이 주성분이죠. 그러므로 발효는 두가지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1) 탄수화물을 단당류(포도당)으로 가수분해하는 과정 : 주로 곰팡이 (Aspergillus)에 의해 분해
2) 단당을 알코올로 발효하는 과정 : 주로 효모 (Saccharomyces cerevisiae)에 의해 발효

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발효는 한가지 균을 접종하지 않고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에 의해 진행되는데 미생물이 당을 어떤 물질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발효산물이 결정됩니다. 그 대사과정을 몇가지로 정리하면,

1) 알코올 발효 : 포도당 ---> 2(에탄올 + 이산화탄소)로 전환
2) 이종젖산발효 (Phosphoketolase patheay) : 포도당 ---> 젖산 + 에탄올
3) 동종젖산발효 : 포도당 ---> 2(젖산)  
4) 초산발효 : 포도당 ---> 에탄올 ---> 초산
5) 혼합산발효 : 포도당 ---> 젖산 + 에탄올 + 초산 + 이산화탄소 등

입니다. 이중에 유산균은 2)번과 3)번의 발효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막걸리 발효는 1)번 알코올 발효를 통해서 일어나며 이 과정은 유산균이 아니라 효모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게다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누룩을 일본식 개량 누룩 (Koji)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는 거의 단일 곰팡이 (Aspergillus kawachii)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산균이 들어갈 가능성은 더 적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 막걸리인 산성막걸리의 경우는 누룩 1g 속에 다양한 미생물들이 있고 유산균도 30만 마리 정도 들어있지만[각주:3] 이정도 가지고 발효를 했을 때 과연 최종적으로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500배가 들어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알코올 발효가 진행될 수록 유산균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유산균편에서도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방송을 했더군요. 모르긴 해도 저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혹시 막걸리(탁주) 속의 유산균에 대한 다른 데이터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1. 약,탁주 발효과정 중 미생물 균총의 변화, 한국식품과학회지, 2005, 37(1):61~66 [본문으로]
  2. Occurrence of lactic acid bacteria and biogenic amines in biologically aged wines. Food Microbiology 25 (2008) 875– 881 [본문으로]
  3. 지방민속주(산성 막걸리)와 일반탁주의품질특성 비교연구, 부산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보 제12권, 48~62(2002) [본문으로]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