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재고로 쌓여있는 쌀을 처리하기 위해 쌀라면을 드시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쌀과 쌀 가공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우리나라는 “밥”이 가장 중요한 나라

우리나라에선 인사가"밥먹었냐?", “진지 드셨습니까?”일 정도로 “밥”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직장을 "밥줄"이라고 하고 "사랑이 밥먹여주냐?"라는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나라죠. 하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식량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에 1964년에 쌀막걸리 제조를 금지했고 학교나 관공서에는 분식과 혼식을 강제적으로 실시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마 어렸을 때 도시락 뚜껑열고 선생님께 잡곡밥 인증을 받았던 추억의 세대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식량 자급을 위해 식량 증산에 온 힘을 쏟았고 1971년에는 역사적인 통일벼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통일벼는 병충해에 강해서 당시 기존의 쌀보다 40% 정도 생산량이 많았고 그 이후로 여러가지 품종개량과 경작방법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수천년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죠. 

하지만 소위 정부미로 불렸던 통일벼는 자포니카 종과 인디카 종을 교배한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라서 1980년대 후반부터 점점 시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2. 자포니카 종과 인디카 종은 무엇인가요? - 쌀(벼)의 종류

벼(Oryza sativa)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자포니카 종(Oryza sativa subsp. japonica)과 인디카 종(Oryza sativa subsp. indica)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포니카 종은 흔히 일본쌀이라고 부르는데 인디카 종에 비해서 쌀이 덜 길쭉하고 아밀로펙틴의 함량이 높아 밥이 찰진 성질이 있습니다. 보통 한국, 중국, 일본에서 인기있는 쌀이죠. 

술술 흘러내리는 인디카쌀밥 (http://banquetexpress.com.au)

윤기가 흐르는 자포니카쌀밥 (http://kr.blog.yahoo.com/jinachoi74/609.html)


반면 동남아시아나 인도 쪽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인디카 종은 흔히 서양에서 주는 길쭉한 쌀로서 밥이 부스러지는 것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아마 인도식당에서 밥이 있는 음식을 시키면 포크 사이로 줄줄 흐르는 쌀을 보셨을 겁니다. 이런 쌀로는 쓰시같은 것은 만들 기가 어렵죠. 우리나라에선 인기가 없어도 세계적으로는 90% 정도가 인디카 종이고 더 많이 소비되는 쌀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쌀이 인디카 종인데 초기에 수입개방되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칼로즈(Calrose, 캘리포니아의 장미라는 뜻)는 자포니카 종이죠. 하지만 칼로즈는 자포니카 종치고는 아밀로펙틴 함량이 낮아서 우리의 식감과 달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통일벼는 전 서울대 농대 교수이셨던 허문회 교수님께서 자포니카 종과 인디카 종을 교배하여 만든 품종으로 병충해에 강해서 수확량이 높았지만 우리 입맛에 잘 맞지 않아서 1992년 정부가 수매를 중단하면서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그 이후로 수확량도 높으면서 맛이 좋은 쌀 품종들이 계속 새로 나오고 있습니다.

3. 현미, 백미, 주정미 등은 어떤 차이인가요?

쌀은 도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야지 우리가 먹을 수 있게 되는데 도정은 곡식의 겨층을 벗겨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보통 볍씨에서 외피를 벗겨낸 벼에는 배아(씨눈)와 겨층이 약 8% 정도를 차지하는데 겨층을 하나도 안벗겨낸 쌀을 현미, 겨층을 다 벗겨낸 쌀을 백미 또는 정백미(흰쌀)이라고 부르고 10분도미라고도 부릅니다. “1분도”는 0.8%를 벗겨냈다는 뜻으로 쉽게 말해서 3분도미는 2.4%를 벗겨냈다는 뜻이고 5분도미는 4%, 즉 겨층의 절반만 벗겨냈다는 뜻이 됩니다. 

도정률에 따른 쌀의 차이. (사진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Kome.JPG)


흔히 일본 청주의 경우에 다이긴조(大吟釀)를 제일로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약 50%를 깎아낸 쌀을 사용하고 긴조(吟釀)는 40%를 깎아낸 쌀을 이용합니다. 아주 간혹 다이긴조는 5분도미, 긴조는 4분도미를 사용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입니다. 이렇게 쌀을 많이 깎아내면 거의 순수한 탄수화물인 전분만을 가지고 발효를 하게 되기 때문에 맛이 깨끗하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쌀에는 탄수화물이 대부분이고 많은 단백질, 지방, 무기질 들은 주로 겨층이나 배유(씨눈)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고른 영양을 위해서는 현미가 더 좋다고 하겠습니다. 

4. 현미가 백미보다 좋은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는 현미를 먹자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미에는 백미보다 단백질, 지방질, 섬유질, 무기물이 더 많이 들어있는 반면 백미에는 탄수화물(전분=녹말)의 함량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백미에 이런 영양소들이 없는 것은 아니고 절반에서 3분의 1정도 밖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반찬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선 반찬으로 다른 영양소를 섭취하면 되긴 하지만 하루에 3끼씩 먹는 밥의 양이 상당히 많으므로 현미를 먹으면 더 섭취량이 늘어나게 되겠죠. 

두 번째는 현미에는 백미에 없는 몇가지 기능성 물질들이 있기 때문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감마 오리자놀과 옥타코사놀이라는 지방성분입니다. 감마-오리자놀은 식품첨가물로서 유지 식품의 산화방지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탄소수 28개짜리 포화지방알콜인 옥타코사놀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파킨스씨 병을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쌀 100kg에서 1g 정도 얻을 수 있는 미량 성분이므로 실제로 현미를 먹고 그 효능을 보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isovitexin 등의 플라보노이드 성분도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5. 쌀이 남아돈다는데 쌀 가공식품의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쌀 재고량이 늘어다면서 1986년에 혼식이 폐지되고 1990년에 쌀막걸리 제조가 허용되는 등 재고미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쌀은 주로 밥으로 사용되고 있고 가공용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5% 내외입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쌀의 가격이 밀의 가격보다 비싸다는 점, 그리고 쌀의 수급은 밀보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즉 가격변동폭이 크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있어서 면이나 빵을 만들기 쉬운데 쌀은 단백질 함량도 낮은데다 쌀 단백질은 그런 성질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곡류를 가지고 면을 만들 때, 밀가루를 제외한 나머지 면들은 늘어나는 성질이 부족해서 압출면밖에 못만든다고 합니다. 

그래도 최근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서 떡, 죽, 과자, 음료(식혜/아침햇살), 쌀라면 등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중화하는데 한계가 많은 상태입니다. 

6. 요즘엔 기능성 쌀들도 나오던데요.

오히려 연구자들은 쌀 자체의 기능성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벼의 품종 중에 색깔이 있는 벼를 이용하여 검은 콩의 성분인 Cyanidin-3-Glucoside등의 함유량이 많은 쌀을 개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아예 쌀에다가 플라보노이드나 비타민 등의 성분으로 피막을 입혀서 만드는 강화미들 (감귤쌀 등)을 개발하기도 하고, 아예 베타-카로틴 유전자를 집어넣은 황금쌀 (golden rice)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황금쌀은 2000년도에 사이언스지에 논문이 게재되어 유명해졌습니다만 유전자변형식물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실제로 사용하는데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베타 카로틴이 함유된 황금쌀 (http://en.wikipedia.org/wiki/File:GoldenRice-WhiteRice.jpg)



이 걸 올리려고 봤더니 이런 기사가 나왔네요.^^ '살 빠지는 밥'이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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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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