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들의 가장 좋은 예는 배추김치입니다. 일단 지금과 같은 고추가루 들어간 김치는 임진왜란 이후에나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이고, 결구배추가 중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이 1700년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라고 하니까 "지금과 같은" 배추 김치의 역사는 길어야 150년이 채 안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김치의 역사가 150년이 안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술 좀 드시는 분들이나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일본술(사케) 이야기만 나오면 긴조, 다이긴조, 이런 이야기 많이 하죠. 긴조는 도정을 40% 이상한 쌀로, 다이긴조는 50% 이상 한 쌀로 빚는데, 지방과 단백질이 없어져서 술 맛이 깨끗하고 뭐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긴조니 다이긴조 같은 사케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요? 정답은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방식의 도정을 할 수 있는 기계가 나온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긴조슈(吟醸酒)의 시작은 다이쇼 시대 (1912-1926)라고 합니다.
그냥 식품에 대한 글을 보다보면 우리 전통은 그게 아니다, 라는 주장을 자주 듣게 되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유행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이 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더군요. 이럴 때 써먹을 말이 이런 거죠.
사실은, 원래 땅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루쉰, 《고향》(1921년)
윗 인용의 출처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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