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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燒酒)인가 소주(燒酎)인가

바이오매니아 2009. 11. 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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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주 안동燒酎는 바른 표기일까요?

우리 국민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주는 한자로 燒酒가 아니라 燒酎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특히 먹거리에 대해서 좀 안다 싶은 분들이 많이 그러시죠. 앞의 주자야 "술 주" 자 인데 뒤의 주 자는 무슨 주 자 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전국술 주" 또는 "진한술 주"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국술이 뭐냐구요? 사전적인 의미는 "군물을 타지 아니한 전국의 술" 또는 "세 번 내린 진한 술"이라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燒酒는 그냥 "증류한 술"이라는 뜻인데 원래 우리나라의 술은 燒酎 즉 "증류해서 얻은 순수한 술"이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하면서 燒酎가 진짜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주에 燒酎라고 써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일까요?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소주를 燒酎라고 썼을까요? 궁금해서 무려 조선왕조실록을 뒤져보았습니다. 혹시 조선왕조실록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것을 아시나요? 이거 생각보다 여러가지로 유용합니다. 유용하기로는 승정원일기도 있지요. 

아무튼 조선왕조실록에 소주에 해당하는 한자어 두가지를 넣고 검색을 해보면 어느 것이 더 나올까요? 답은 燒酒 입니다. 원문에 179번이나 나옵니다. 그러면 燒酎는 몇 번 나올까요? 아쉽게도 한 번도 없습니다. 전국술 주(酎) 자만 넣고 검색을 하면 10번 등장하는데 대부분 중국의 술과 관련되었거나 소주와 상관없는 내용들입니다. 승정원일기에서 검색해도 마찬가지인데 燒酒는 105건, 燒酎는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일부에서 燒酒가 아니라 燒酎라고 할까요? 그건 일본에서 소주를 焼酎라고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 소주회사들이 병에다가 燒酎라고 쓰고, 다시 그걸 본 사람들이, "어? 술 주 자가 아니네?" 하면서 燒酒가 아니라 燒酎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아닐까요? 일본은 증류주에는 酎를 사용하고 그냥 술에는 酒를 사용한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닌 것 같습니다. 증류주를 한자로 蒸留酒라고 쓰고 일본 위키에 나온 다른 증류주는 대개 酒 자를 사용합니다. 

증류식도 燒酎 희석식도 燒酎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중국에서도 일부 술에 酎자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사용된 것 같진 않고 순주(醇酎), 주금(酎金), 고묘주(高廟酎)라는 말이 있지만 일반적인 증류주를 燒酎라고 표기한 경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중국에서는 곡물을 발효해서 증류한 술을 백주(白酒 = 빼갈)라고 부르죠. 비슷한 말로 烧酒 (Shao-jiu)가 있는데 역시 술 주 자를 사용합니다.   

제가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정확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일본 위키에도 우리나라 소주를 ソジュ(燒酒, 韓国焼酎)라고 표기해 놓았는데 우리나라에선 오히려 소주를 燒酎라고 표기하고 그게 맞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주의 표기법은 燒酒가 더 타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찾아보니 국립국어원의 사전에도 燒酒로 되어 있네요) 물을 타는 희석식은 燒酒, 군물을 타지 않은 전통 증류식은 燒酎가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희석식 소주가 없던 시대에 우리 조상님들이 燒酒라고 써 왔다면 燒酒가 더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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