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과학칼럼 과학 오디세이에 쓴 세번째 글입니다. 원제는 "이거 먹으면 몸에 좋은가요?"이구요. 그 동안 블로그에서 했었던 이야기를 좀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원고지 12장에 다 쓰기는 어렵네요. 게다가 감기로 골골대며 약기운에 취한 바람에 뭔가 약간 마음에 안드는 글이 되어 버렸습니다. 뭐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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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과학오디세이] 이거 몸에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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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윗 글에 나오는 라면 기사는 1967년 9월 20일은 매일경제 기사입니다. 네이버 옛 기사 검색을 하시면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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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이거 몸에 좋은가요? 며칠 전 또 그 질문을 받았다. “누가 이거 먹으면 몸에 좋다던데 그런가요?” 까다로운 질문에는 반문이 가장 좋은 대답인 법. 그런 질문엔 이렇게 되묻는다. “몸에 좋은 것이 뭘까요?” 그 질문을 던진 분은 고민에 빠졌다. 몸에 좋은 것이란 대체 뭘까? 과거엔 그냥 고른 영양과 충분한 열량을 의미했다. 쌀밥에 고깃국이 대표적이다. 잘 먹지 못하던 시절엔 쌀밥 속의 탄수화물과 고깃국 속의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남들보다 성장 발육이 뛰어나고 건강해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아와 영양부족에 허덕이는 나라에서는 아직도 쌀밥에 고깃국이 진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생산되기 시작했던 시기의 신문기사를 찾다가 재미난 기사를 보았다. 그 옛 기사는 라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었다. “보통 국수와 달리 밀가루만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식용 기름을 비롯한 각종 첨가물들이 부원료로 들어 있어 맛과 영양가가 높다.” 심지어 라면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포화지방 덩어리 돼지기름인 라드를 “고급 동물성 식용 기름”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라면 속의 기름을 빼고 먹는 것이 좋다고 물을 두 번 끓인다는 사람도 있다. 식품 첨가물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통념들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기사를 쓴다면 독자들의 항의를 받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바뀐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영양가가 높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면 다시, 몸에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요즘엔 그것을 주로 ‘기능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예를 들면 항산화 효과, 면역 증강 효과, 콜레스테롤 저해 효과, 정장 효과, 항암 효과 등등 그 효과들도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식품 속에는 매우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에 저 중의 한두 가지 효과가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 동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성분도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 연구자들 가운데는 이런 농담이 있다. “어떤 식품을 가져와도 그 속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거나 항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여줄 수 있다.” 우리 몸에 좋다는 식이섬유를 예로 들어보자. 식이섬유는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들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위장관을 훑으며 콜레스테롤과 같은 물질들을 흡착시켜 몸 밖으로 빼낸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몸에 좋지 않은 물질만 배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도 함께 밖으로 배출시키므로 지나치게 섭취를 하거나 무기질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점점 국민 음료가 되어가는 커피 속의 카페인도 마찬가지다. 카페인은 칼슘 흡수를 저해한다고 알려졌으나 후속 연구에 따르면 “폐경기 이후의 여성으로서 칼슘섭취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하루에 카페인을 400㎎ 이상(커피 다섯잔 이상)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 특정 비타민D 수용체 유전자를 가진 경우”에만 칼슘 흡수를 저해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임산부의 경우엔 지나친 카페인 섭취가 유산 또는 저체중아 출산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어서 주의가 요구되지만 이 역시 하루 3잔 이상 마실 때의 이야기이다. 오히려 노인들의 경우는 카페인이 기억력을 증진시키고 인지 능력이 좋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몸에 좋은 식품의 대명사인 발효 식품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발효 식품은 유익한 미생물이 발효 과정을 통해 몸에 좋은 성분을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미생물을 접종하지 않는 이상 유익하지 않은 미생물이 함께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발효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 중에는 몸에 해로운 성분도 존재할 수 있다. 몇 해 전 외국산 와인에서 검출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에틸 카바메이트와 같은 독성 물질은 김치나 된장 등에도 미량 함유되어 있기에 발효 과정을 잘 제어하고 그 함유량을 검사해야 한다. 이렇듯 어떤 식품이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건강 상태와 식품 속의 함유량, 실제 섭취량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나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몸에 이로운 물질만 보고 장점만 이야기하거나 해로운 물질만 주목해서 단점만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의 건강에도, 바른 음식 문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대개 다시 질문이 돌아온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겁니까, 좋지 않다는 겁니까?” 이런 경우엔 참 난처하지만 요는 단답형의 답만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은 훨씬 복잡하니까, 그리고 과학자는 답을 내주는 사람이기보다는 답을 설명해주는 사람이니까 그렇다. 한두 가지 식품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 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1-10-23 20:16:47ㅣ수정 : 2011-10-23 20:1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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