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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니아 in 언론/과학오디세이(경향신문)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설탕의 죄악

바이오매니아 2012. 2. 19. 22:11

이번 주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의 주제는 '죄악세'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는 다른 주제로 쓰려고 준비하다가 마침 네이처에 이 논문이 실린 것을 보고 주제를 바꿨습니다. 저는 설탕이 마약보다 나쁘다는 류의 지나친 설탕 혐오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만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서방 문화권에서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게다가 전세계적으로 죄악세가 이슈가 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설탕 소비가 워낙 높다 보니 이런 논문이 네이처에 실리게 된 것이 아닐까 싶네요. (논문에도 나오지만 미국인 1명이 1년 동안 마시는 탄산음료의 양은 216리터, 작은 콜라캔 617캔, 거의 하루 1.7캔을 마십니다. 안마시는 사람이 있을테니 마시는 사람들은 심각한 양을 마시는 것이죠.) 

특히 최근엔 과당(fructose)에 대한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이처의 위 논문을 보면 설탕이 아니라 과당이 함유된 감미료를 지목하고 있죠. 당지수(Glycemic index)대신 과당 지수(Fructose index)를 쓰자는 이야기가 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적인 죄악세 도입은 약간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의심을 하게도 되는데요. 우리 정부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서 슬쩍 운을 띄워본 것 같더군요(올해 안에 술. 정크푸드에 죄악세 부과한다.) 담배 가격을 올려서 흡연을 줄이려는 시도가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과연 앞으로 사태의 추이가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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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설탕의 죄악

선과 악, 죄와 벌은 과학이 다루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때때로 과학은 이에 대한 판단근거를 제공한다. 이달 초에 흥미로운 논문 하나가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제목은 ‘설탕에 대한 유독한 진실’. 과학 연구 논문이라기보다는 보건학 논문이다. 긴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설탕을 담배나 술과 같은 유해물로 취급하자는 것인데 이런 논의는 최근 세계 각국의 ‘죄악세(sin tax)’ 논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죄악세란 보통 술, 담배와 같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의 소비를 줄이거나 제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런데 이제 설탕이 그 명단에 오르기 직전인 것이다. 여기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덴마크 정부가 포화지방 함량이 2.3%를 넘는 식품에 ‘비만세(fat tax)’를 부과한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뒤이어 영국 총리도 비만세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천명했고, 프랑스에서는 2012년부터 ‘청량음료세(soda tax)’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켄터키 프라이드 할아버지가 국민 표준체형이라는 놀림을 받는 세계 최고 비만국가 미국은 어떨까? 미국인은 하루에 설탕으로 섭취하는 칼로리가 600㎉가 넘고 청량음료로 섭취하는 열량은 170㎉ 이상이다. 보통 500㎖ 용량의 작은 페트병 청량음료 하나엔 설탕을 비롯한 당류가 50g 넘게 들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만은 저소득층에게 더 심각하다. 흑인 출신으로 사회운동을 했던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해 보이고 취임 초기 죄악세 도입을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청량음료에 대한 죄악세 논쟁은 1994년부터 시작되었고 2009년 현재 33개 주에서 청량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뉴욕주와 같이 18% 세금을 부과하는 곳도 있지만 평균세율은 5.2% 정도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세율로 소비를 막기엔 역부족이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조세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사실 설탕은 조금 억울하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류의 탄수화물이다. 포도당은 우리가 매일 밥으로 설탕보다 훨씬 많은 양을 섭취하고 있고, 과당은 과일 속에 주로 들어 있는 당이라는 뜻이니 몸에 그렇게 나쁠 이유가 없다. 설탕이 혈당을 높일 것 같지만 실은 밥이나 빵이 설탕보다 혈당을 더 높인다. 단순당이라서 나쁠 것 같지만 소장에서 분해되어야 흡수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동물성 식품도 아니고 인공 합성식품도 아니고 심각한 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 하나, 확실하게 나쁜 것은 충치 유발 정도다.

모든 식품이 그렇듯이 오히려 설탕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육체노동을 하는 곳에서는 원기 회복을 위해 설탕물을 마신다. 대학시절 수해복구 봉사를 갔을 때 농민들이 타준 설탕물국수는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단맛을 내는 물질들은 설탕 말고도 많지만 다른 감미료를 넣고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설탕의 죄는 무엇일까? 첫째는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말한 대로 “너무 싸고 아주 맛있고 매우 사용하기 좋아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설탕의 죄일까, 설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죄일까? 영화 <넘버3>에 나오는 “죄가 무슨 죄냐, 죄를 짓는 놈들이 나쁜 거지”라는 대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엔 설탕의 새로운 죄가 점점 밝혀지고 있다. 그건 바로 설탕을 구성하는 과당 때문이다. 과당은 다양한 과일 속의 당분이고 설탕보다 단맛이 더 강하지만 혈당을 높이진 않는다. 이 때문에 설탕이 나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식품학자들은 포도당으로부터 고과당옥수수시럽(HFCS), 액상과당, 결정과당 등을 만들어 여러 제품에 사용했다.

그런데 지나치게 많이 과당을 섭취하면 요산을 만들어 고혈압을 일으키거나 간에서 지방으로 전환되어 중성지방 수준을 상승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부여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심혈관계 질환에 사용되던 포도당지수 대신 과당지수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설탕의 반이 과당이므로 설탕이 억울하다고만 할 수 없는 입장으로 다시 국면은 전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 연방정부의 적자 타개책으로 만만한 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식품에 대한 죄악세가 도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도 생각하면서 소득도 올리는 좋은 방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청량음료 가격을 두 배로 올려야 원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으므로 그냥 세금만 조금 올려서는 비난만 더 받을 일이다.

반면 식품업계에선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과당이 없고 칼로리는 설탕보다 낮고, 당도가 너무 높아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물성도 설탕과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설탕만큼 싸고 맛있고 사용하기 좋은 소재를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달콤한 욕망을 제어하는 방법을 찾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이한승|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2-19 21:13:39수정 : 2012-02-19 21: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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