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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나꼼수 <나는 의사다>청취 소감

바이오매니아 2012. 4. 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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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팟캐스트가 인기입니다.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경제 관련 <나는 꼽사리다>, 유시민/노회찬의 <저공비행>, 오마이뉴스의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등등 종류도 많습니다. 물론 저처럼 아이패드나 태블릿도 없고 친구 아버지가 쓰시던 효도폰을 물려받아쓰는 사람은 듣기가 좀 불편하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mp3화일로 다운받아서 들을 수 있습니다. 가만 보면 요즘 차가 막혀도 운전이 괴롭지 않은 이유가 이런 팟캐스트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명박, 신박, 광박, 웅박

아무튼 요즘 뜨는 팟캐스트 중에는 소위 '의료계의 나꼼수'를 표방하고 나온 <나는 의사다>도 있습니다. 다른 인기 팟캐스트 프로그램들 대부분이 시사 문제에 대한 것인데 <나는 의사다>(나의사)는 조금 독특한 위치인 듯합니다. 의료계는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분야이면서도 뭔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지고 정서적으로도 거리감이 있는 분야죠. 그래서 '나의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궁금증이 확~ 땡기더군요.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부분적으로 군데 군데 듣다가 최근에 큰 맘먹고 처음부터 끝까지(7편) 정주행을 했습니다. 지금부터 그 소감을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아직 못들으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옆의 그림에서 보듯이 '나의사'에는 4명의 고정출연자가 있습니다. 모두 의사(doctor, 박사)이기 때문에 별명으로 무슨무슨 박 이렇게 불리는데 명박, 웅박, 신박, 광박 이렇게 4명입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명박은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박사, 웅박은 이화여대 산부인과 주웅 교수, 신박은 신재원 전 MBC 의학전문기자, 광박은 양광모 청년의사 편집장(양깡님^^)입니다. 첫회에는 단국대 서민 교수께서 함께 하셨는데 일신상의 이유로 하차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외부 초청인사가 함께 하지요. 

단국대 서민 교수님의 세바시 특강 (이 분이 빠진 것이 '나의사'의 큰 손실!!!)

현재 방송은 크게 두 세가지 꼭지를 가지고 진행되는데 "깨알 의학 상식", "뉴스 내시경", 그리고 그때 그때의 특별 주제입니다. 깨알 의학상식은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의학상식을 알려주는 코너이고, 뉴스 내시경은 최근에 화제가 된 의료 관련 뉴스를 소개, 설명,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지요.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특별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데 1회에서는 한미 FTA와 의료계, 2회에서는 비타민의 진실, 3회에서는 방어진료와 과잉진료 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나의사의 독재자(?) 명박님의 세바시 특강, '비타민의 진실'

전반적으로 제 느낌은, 제가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흥미롭고 유익합니다. 재미있다고 하고 싶지만 사실 그 부분은 좀 더 노력하셔야 할 것 같구요. (서로 리액션 좀 해주세요.ㅎㅎ) 타이레놀 '서방정'의 의미라든가, 비타민의 진실, 일반의약품 약국판매 문제, 의대 족보, 연질 캡슐과 경질 캡슐의 차이, 종양, 혹, 악성과 양성의 뜻, 5대 병원 쏠림 현상, 카제인 나트륨, 병원 의사의 인센티브에 대한 내용 등이 특히 기억에 나는군요. 다만 좀 더 개인 경험이나 사례들을 들어가며 설명해 주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과학과 의학은 같은 생명현상을 바라보는 눈이 좀 다릅니다. 조악하게 요약하자면 과학은 원리와 현상 중에서 원리를 좀 더 강조하고 의학은 현상에 좀 더 주목한다고 할까요? 과학자들은 수업시간에 항생제의 종류는 몇가지가 있고 그 원리는 무엇이고 효과는 어떻고 등등에 대해 배우지만 병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방하는지(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의학계의 생각과 그 주변이야기를 듣는 것은 여러가지 유익을 줍니. 물론 꼭 과학계가 아니더라도 요즘은 의학도 상식이 되어가는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유익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입니다.

광박님의 세바시 특강, "블로그, 의사의 인생을 바꾸다"

하지만 몇가지 한계가 보이기도 하는데요. 일단 좋게 이야기해서 일단 출연진이 너무 착합니다. 팟캐스트의 특성이라는 것이 누구 눈치 안보고 검열같은 것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인데 네 분 모두 여기저기 눈치(?)를 많이 보는 느낌이 들더군요. 의료계의 치부나 문제를 드러내자니 내부 반발이 걱정되고, 국민들의 잘못된 정서를 지적하자니 욕먹을까봐 두렵고,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매회 마다 독자 리뷰를 소개하는데, 물론 독자 리뷰를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기본적인 자세이지만, 그런 것에 지나치게 신경쓰면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과감하게 본인들이 갈 길을 가야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문제가 발생하는데, '나의사'가 가려고 하는 길이 아직까진 잘 안보인다는 겁니다. 출연진 사이에 전공분야가 다 다르고 의견이 다른 경우도 많고 뭔가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는 느낌이라서 '나의사'가 뭘 하자는 것인지 아직도 좀 불명확해 보입니다. 뭐 우리는 공통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쭉 늘어놓고 끝내는 것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것처럼 보여서 매력을 떨어뜨립니다. 특히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반론이 들어오는 것은 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의학 상식을 전해주는 정도에서 그치기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내용, 의료계와 사회와의 문제점, 나의사가 아니면 듣지 못할 내용을 들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을 하기에는 청취자들이 어렵다고 불평할까봐 걱정하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실력입니다. 어려운 말 하지 마라, 영어 쓰지 마라, 이렇게 할 것이 아니라 그걸 하나 하나 설명하면서 이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죠. (특히 단어 뜻!!!) 우리 국민들 황우석 사태때 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까지 학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고, 대한민국은 전국민의 80%가 대학을 가는 나라입니다. 다만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려고 하기보다는 한 두가지의 주제를 차근차근 깊이 있게 설명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특히 자료를 충분히 소화하고 본인들이 잘 아는 이야기를 해야지 좀 더 재미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자를 따로 하나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리뷰 중에 명박의 말이 많다, 독재자다, 이런 내용이 꽤 있는 모양인데(저는 아이튠즈 댓글은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올리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과 같은 포맷에서는 계속 이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컨텐츠가 많은 분이 사회까지 보니까요.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의 김용민씨처럼 누군가 질문만 툭툭 던져줘도 훨씬 진행이 부드러워질 수 있을 듯합니다. 아예 의사가 아닌 사람이든지, 아니면 언론계에 계신 광박이나 신박이 사회를 보고 질문도 던지는 방식으로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박이 출연중인 손바닥 TV 애정의(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의사) 1편 - 박명수씨 같은 역할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나의사에서 식품 또는 식생활과 관련한 여러가지 내용이 나오고 있는데요. 원래 식품은 식품공학과, 식품영양학과, 조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약대, 의대, 보건학에서 보는 시각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통합적인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각 분야에서 사용하는 연구 방법과 그 한계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에서의 효능은 의학에서 이야기하는 효능과는 원론적으로 좀 다릅니다. '비타민의 진실'은 저도 전부터 고민하던 참 흥미로운 주제였는데 듣다보니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생기더군요. 예를 들어 천연과 합성의 차이라든지, 수용성과 지용성의 차이라든지 등등... "콜라의 비밀"이나 '카제인 문제'도 그렇습니다. 설탕과 인공감미료, 카제인산 나트륨과 카제인의 차이, 뭐 이런 부분도 할 이야기가 많은 분야인데 좀 아쉽더군요. 물론 제 분야라서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죠.

쓰고 보니 참 길게도 썼네요. 이게 아무래도 '학교 선생 정신'(전문가 용어로 '꼰대 정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냥 나의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생각나는 것 주절댄 것이니까 혹시 이 글을 보게 되시면 무시하시거나 참고하시거나, 마음대로 하시고 좋은 방송이나 계속 들려 주세요.^^ 아무튼 본 블로그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분명 흥미로워하실 내용이 많으니까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덧붙여서 

1. 제가 앞으로 듣고 싶은 주제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 병원 인센티브 제도의 문제
- 의사가 바라보는 건강기능식품의 문제
- 의학전문대학원의 문제
- 의료관련 언론의 문제 
- 의학 연구 방법론 (코호트, 메타분석 등등)
- 건강보험 의료수가의 문제점 
- 의료계에서 바라보는 의대 쏠림 현상의 문제점 등등입니다. 

2. 피부과나 정신과 등 다른 과 의사분들도 좀 게스트로 모셔 주시길... 개인적으론 박경철 원장님 원츄! 

3. 사소한 것이지만 6회의 카제인 편에서 모유에는 카제인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제인은 포유동물의 젖에서 나오는 단백질로서 모유에도 카제인은 있습니다. 다만 우유 단백질의 80% 정도가 카제인인데 모유에는 30-40% 내외라고 하죠. (양깡님이 언급하신 식품공학과 교수가 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봤습니다.ㅎㅎ)

4. 불가능 할 것 같지만 좀 자주 해 주세요. 열흘에 한 번 씩??? ^^

5. <나는 과학자다>나 <나는 교수다>는 안나오나요? (물론 저부터도 듣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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