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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2012년의 과학자, 제임스 카메론

바이오매니아 2012. 12.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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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날 경향신문에 실린 올해 마지막 칼럼입니다. 언제 짤릴지 모르기 때문에 끝내기 전에 쓰고 싶은 몇가지 주제가 있었는데 그래도 연말에는 뭔가 한 해를 결산하는 내용을 써야 할 것 같아서 정한 주제가 '올해의 과학자'입니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이 누군가 싶은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싶은 분들도 계실 것 같군요. 예, 바로 그 사람,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Deep-Sea Challenge 프로젝트 (http://deepseachallenge.com 캡쳐)


아래 칼럼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제임스 카메론이 2012년 3월에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을 단독으로 탐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1960년에 트리에스테 호를 타고 들어간 2명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인간의 손이 닿은 것이죠. 사실 트리에스테 호의 탐사는 그 깊은 곳에 들어갔다는데는 의의가 있지만 20분만에 창에 금이 가기 시작해서 금방 다시 나와야 했다고 합니다. 자체 동력도 없어서 바닥에서 이동도 불가능했구요. 그래서 눈으로 관찰한 것 말고는 아무 기록이 없다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카메론은 자신이 설계한 유인잠수정을 타고 직접 심연의 밑바닥에 내려가 3D 카메라로 세시간 넘도록 촬영과 기록을 했다고 합니다. 


심해 유인탐사선 트리에스테호와 딥 챌린저호의 차이점 (2012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발표 사진)


더 중요한 것은 그게 그냥 다큐멘터리 제작이나 심해를 배경으로 한다는 <아바타2>에 사용할 장면을 구하는 목적만이 아니라

심해 생물의 거대증(gigantism)

여러 과학자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다는 것입니다. 이 Deep-Sea Challenge 프로젝트의 과학적 성과는 올해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에서 Scripps의 Douglas Bartlett 박사가 "Deep-Sea Trench Microbiology: Diversity and Genomics"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9월에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극한미생물학회에서도 "The benefits of James Cameron’s Deepsea Challenge Expedition to Hadal Microbiology"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발표를 하더군요. 


사실 칼럼이 너무 길어져서 마지막에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한 유명 영화 감독이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우리 사회를 생각하니 조금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영화 만들어서 번 돈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기업이나 유명인사들은 왜 이런 과학 프로젝트들을 시도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 프로젝트가 대부분이고 기업도 정부 돈 받아먹으려고 하는 경우는 많지만 사기업이나 개인들이 이런 내용의 연구나 탐사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물론 기업이나 뜻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하려고 해도 같이 할 만한 연구자가 없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여기까지 읽고 그게 무슨 제임스 카메론이 다 한 것이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 것이지,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혹시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뒤에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고 (방수)시계와 관련된 회사인 롤렉스의 후원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카메론 감독의 역할을 무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칼럼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대한 이야기를 넣을까 끝까지 고민하다가 도저히 분량을 못맞추겠어서 그냥 빼버렸습니다. 솔직히 자동차를 그렇게 좋아하신다는 모 그룹 회장님은 왜 이런 프로젝트나 자동차 관련된 프로젝트를 못하시나, 뭐 이런 글을 마지막에 넣었다가 빼버리기도 했습니다만...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2012년의 과학자, 제임스 캐머런 (전문 읽기) 


전문을 보시려거든 위의 링크를 클릭하세요!


덧붙임 1. 카메론이라고 썼더니 신문에는 전부 캐머런으로 고쳤군요. 타이타닉도 타이태닉으로 고치셨던데 영화 이름은 그냥 <타이타닉>으로 나왔네요. 그건 고유명사라서 그런가보죠? 뭐 미국식 소리나는대로 쓰는 것이 표기법에 맞나 봅니다만 좀 어색해요. 


덧붙임 2. 2012년 과학계를 정리하는 뉴스는 사이언스온의 기사(2012년 최대 과학뉴스는 ‘힉스 사실상 발견’)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 본문의 '사실상 발견'이라는 표현은 저 기사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덧붙임 3. 올해는 이런 저런 이유로 블로그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곳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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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2012년의 과학자, 제임스 캐머런

온다던 지구 종말이 오지 않은 2012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까? 아마 정치의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우리나라 대선을 마지막으로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6자회담 국가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바뀐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빠져 있는 가운데도 지구는 돌고 여러 가지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계속됐다.

보통 한 해의 끝은 10이라는 숫자와 함께 저문다. 각종 분야에서 10대 뉴스를 선정해서 한 해를 마감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가수도 10대 가수를 뽑아 시상을 하곤 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의 유명 과학 저널이나 대중 과학 잡지들도 한 해의 주요 뉴스나 성과를 10가지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10대 가수 중에서 가수왕을 뽑듯이 보통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도 한다.

올해 과학계 최대의 뉴스는 힉스 입자의 ‘사실상 발견’이고 올해의 인물은 그 발견의 주역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롤프-디터 호이어 박사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그 외에도 무인우주탐사선 큐리오시티호의 화성 착륙이나 인간게놈프로젝트의 후속 프로젝트 격인 인코드(ENCODE) 등도 손에 꼽히는 성과로 선정됐다.

하지만 나는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는 한 인물을 소개하고 싶다. 어디서도 언급되지 않지만 사실 그 어떤 과학자보다도 유명한 사람이다. 그 이름은 제임스 캐머런, 나이 든 사람에게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감독으로, 조금 젊은 사람에겐 <타이타닉>의 감독으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아바타>의 감독으로 유명한 그 사람이다. 나는, 완전히 주관적으로, 그를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하고 싶다.

올해의 과학자라고 한다면 혹자는 캐머런 감독이 영화와 관련된 대단한 신기술을 개발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와 관련된 기술이 아니다. 대신 그는 2012년 3월26일 인류 역사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하나 남겼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해저를 혼자서 탐사한 것이다. 이름하여 “심해 도전(Deepsea Challege)” 프로젝트였다.

지구상의 가장 깊은 바다는 북태평양 괌 인근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깊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보다 더한 해저 약 11㎞에 달하고, 압력은 무려 1100기압에 이르며, 한 줄기 빛조차 전혀 없는 환경이다. 역사상 무인 잠수정도 딱 2번밖에 내려가지 못했고, 유인잠수정은 1960년 트리에스테호를 탄 2명이 촬영 장비도 없이 20분 정도 머문 것이 유일할 정도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그 미지의 세계를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혼자서 내려갔다.

제임스 캐머런을 모험을 좋아하는 탐험가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2년제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다 중퇴한 전력이 전부인 영화감독을 과학자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되묻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머런의 영화 이력을 들여다보면 그의 독특하고 특별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적 데뷔작인 <터미네이터>부터 최근작인 <아바타>까지 그의 영화에는 놀랍고도 신기한 기술들이 많이 사용됐고 과학과 기술 문명에 대한 그의 큰 관심이 잘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초기작 <심연(The Abyss)>이나 <타이타닉>, 그리고 심해를 배경으로 한다는 <아바타2>를 관통하는 주제가 바다이다. 올해는 타이태닉호 침몰 100주년을 맞아 이에 관한 TV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캐머런의 “심해 도전”은 무려 7년을 구상해 온 프로젝트였다. 그는 오랜 친구이자 탐사팀의 수석 엔지니어인 론 앨럼과 함께 수직으로 강하하는 유인 잠수정 딥 챌린저(Deep challenger)호를 설계했고 자신이 실제로 조종간을 잡았으며 세 시간이 넘게 심연의 바닥에서 다양한 생물과 지구 환경을 3D 카메라로 촬영했다. 어쩌면 우리는 몇 년 뒤 <아바타2>에서 그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제임스 캐머런의 탐사팀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와카야마 대학 등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과 함께 심해 생태계와 해저 생물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미 몇몇 국제학회에선 이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한때 국내에선 <쥬라기 공원>과 같은 영화 1편의 수입이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서 번 돈과 같다는 식으로 영화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영화로 엄청난 돈을 번 감독이 과학 기술에까지 큰 기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영화 산업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2013년에는 이런 인물이 더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뜻에서 올해의 과학자로 제임스 캐머런을 내 맘대로 선정하는 바이다.

<이한승 | 신라대 바이오식품소재학과 교수>

입력 : 2012-12-30 21:02:46수정 : 2012-12-30 23: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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