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칼럼은 비만에 대한 것입니다. 원래 다른 주제로 쓰려고 절반 쯤 구상을 끝냈었는데 며칠 전 한 블로그 글, "제이미 올리버의 실패한 혁명"을 읽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여러분도 시간 되시면 한 번 일독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에서 급식 운동으로 유명세를 얻은 후에 미국에 진출했지만 세계 최대의 비만국 미국에선 쓴 맛을 보게 되고 역으로 영국에서도 역풍이 분다는 내용입니다.
저 글을 읽고 생각난 것이 예전 타임지의 남부인은 왜 뚱뚱한가라는 기사를 읽고 썼던 포스팅 "비만의 또 다른 원인 3가지"였습니다. 타임지의 기사에서는 궁핍, 문화, 기후 등이 비만의 원인이라고 했었죠. 사실 생화학적으로 비만은 간단한 문제이지만 사회학적으로 비만은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된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지요. 그래서 이런 저런 것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비만에 대한 이런 저런 관점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일독을 권합니다.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 비만의 과학 (전문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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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과 함께 읽어볼 만한 글들
제이미 올리버의 실패한 혁명 (by 충용무쌍)
Adenovirus 36 infection and obesity.(Pubmed)
오바마, 죄악세로서 청량음료세 검토
[과학 오디세이]비만의 과학 세상엔 제도 하나 바꾸거나 법 하나 만들면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교육 문제를 풀려면 이거 하나 고치면 된다”거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법만 만들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사람의 신뢰성 여부를 판단하는 나만의 방식은 문제를 대하는 그 사람의 태도를 보는 것이다.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풀 수 있다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 복잡하다. 비만도 그런 문제 중 하나다. 못 먹고 살던 시절 비만은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성인병의 상징이다. 통계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발병 비율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성인병뿐만 아니라 피부암, 갑상선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등 다양한 암의 발병 확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비만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누는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로 판단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몸무게 80㎏에 키가 180㎝(1.8m)이면 체질량지수가 24.7이 된다. 국제적으로 이 체질량지수가 25를 넘으면 과체중, 30이 넘으면 비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마른 나라인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5를 넘으면 비만, 30이 넘으면 고도비만이라고 다른 기준으로 불러서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기준으로 고도비만인 사람은 전체 국민의 4% 내외에 불과한데 OECD 평균은 14%, 미국은 무려 32%가 넘는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비만과 관련된 뉴스나 논문이 나오면 우리나라에서는 고도비만인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청량음료에 죄악세를 붙이고 미셸 오바마가 급식 개혁을 통한 아동 비만 퇴치 운동을 하는 이유는 미국 국민의 67%가 과체중,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비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과체중인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통계도 있다. 과학적으로 비만은 간단한 문제다. 인풋 대비 아웃풋, 즉 칼로리와 대사량으로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먹지 않는데 살찔 수는 없으니 칼로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다만 몸이 부을 수는 있다. 먹는 칼로리보다 더 소모하면 살은 빠진다. 이 때문에 적게 먹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사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을 해서 전체 대사량을 늘리거나 근육을 키워 기초대사량을 늘려야 한다. 비슷하게 먹어도 살이 쉽게 찌는 사람은 기초대사량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기본적으로 다이어트에는 적게 먹고 많이 소모하는 것 외에 특별한 답이 없다. 비만에 관한 여러 가지 속설들, 예를 들어 빨리 먹으면 살찐다거나 밤에 먹으면 살찐다는 것도 결국은 많이 먹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추 속의 캡사이신이 지방 분해에 도움을 줘 비만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들 때문에 매운 음식을 먹으면 살이 빠질 것 같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매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더 뚱뚱한데 그 이유도 역시 더 많이 먹기 때문이다. 매운 맛은 입맛을 돋우어 과식을 하게 만든다. 과일이 몸에 좋다고 밤에 과일을 과식하는 것 역시 많이 먹는데다 당분 섭취까지 높여 비만을 불러올 수 있다. 그렇다고 비만의 원인을 단순히 칼로리와 대사량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최근엔 놀랍게도 바이러스나 세균이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36(AD-36)이라는 바이러스는 사람 및 동물의 체중 증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람의 장내 세균 역시 어떤 종류의 세균이 많으냐에 따라 체중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식욕 억제와 관련된 소위 비만 유전자는 십여 종 넘게 보고되었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 역시 기초대사량과 비만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슐린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도 당뇨병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듯 이런 분자적 메커니즘으로 비만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냥 적게 먹고 많이 소모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게 간단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데 있다. 게다가 과학자들이 잘 생각지 못하는 비만 요인들이 있는데 이를 테면 빈곤과 문화 같은 것들이다. 주로 선진국의 경우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뚱뚱해지는 것은 일종의 역설인데 가난한 사람들이 칼로리 밀도가 높은 값싼 식품을 섭취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아울러 식습관과 식문화도 비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한 식습관과 식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젠 뭘 먹느냐에 신경 쓰는 만큼 어떻게 먹을지도 신경 써야 한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12-02 21:14:13ㅣ수정 : 2012-12-02 21:1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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