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요리남이 대세가 되고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식품에 대한 글을 쓰시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최근 제가 가장 주목하는 저자는 정재훈 선생님입니다. 그 분의 <생각하는 식탁>이라는 책은 강추입니다. 연구년 나가 있는 동안 서평만 보고 러시아까지 가서 받아와 읽었으니까요.ㅎㅎ (미국에서 연구년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면서 한국에서 오시는 분께 가져다 달라고 했죠.) 최근엔 올리브 매거진 코리아라는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좋은 글이 많습니다. 하지만... 두둥~


식용유가 풍요로운 시대


통념과 달리, 올리브유는 튀김 요리에도 적합하다. 2014년 튀니지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190°C에서 딥 프라잉(Deep Frying)을 반복했을 때 올리브유가 콩기름, 옥수수유, 해바라기유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영국 BBC의 의학 프로그램 "I’m A Doctor" 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8종의 기름을 주어 가정에서 요리에 사용하고 남은 기름을 대학 연구소로 보내 분석한 것이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기름이 고온으로 가열될 때 생겨나는 유해 알데히드는 해바라기유와 옥수수유에서 제일 많이 검출되어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의 2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반대로 유채유, 버터, 거위기름과 올리브유에서는 이들 성분이 매우 적게 나타났다.


저 문장 하나가 살짝 목에 걸렸습니다. 사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정재훈 선생님 글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약간 미묘하고 의견이 다릅니다. 요즘 관련된 이야기가 다른데서도 조금씩 보이던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치킨을 엑스트라버진으로 튀긴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죠.ㅎㅎ


일단 윗 글에서 올리브유가 튀김요리에도 적합하다는 근거는 두가지를 드셨는데 첫째는 2014년 논문이고 두번째는 BBC의 프로그램 "I'm a Doctor"입니다.

1) 2014년 논문

일단 2014년 논문의 제목은 "Monitoring of quality and stability characteristics and fatty acid compositions of refined olive and seed oils during repeated pan- and deep-frying using GC, FT-NIRS, and chemometrics."인데 제목부터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험에 사용한 올리브유는 정제 올리브유 (refined olive oil)입니다. 그리고 논문 초록에도 계속 정제 올리브유라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J Agric Food Chem. 2014 Oct 22;62(42):10357-67


사실 정제한 기름이라면 소스가 뭐가 되었든 튀김에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보통 유지의 정제과정은 탈검-탈산-탈색-탈취-탈납(샐러드유의 경우에만)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검질, 유리지방산, 색소, 냄새 성분 등을 제거하고 트라이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 성분만 남게 됩니다. 그런데 올리브유는 정제하지 않은 엑스트라 버진이나 버진을 더 고품질로 생각하고 가격도 더 비싸기 때문에 정제하지 않은 고품질 올리브유, 즉 트라이아실글리세롤 이외의 물질이 많은 올리브유는 튀김에 적당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보편적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름을 짜는 방법은 압착식과 용매추출 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압착식 방법은 지방(글리세라이드) 이외의 성분이 많으므로 튀김용으로는 좋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고 압착식 기름의 대표가 바로 참기름과 올리브유입니다. 반면 유기용매 추출을 하면 용매를 제거해야 하므로 반드시 정제과정을 거치게 되고 튀김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2) BBC의 프로그램


두번째 근거로 든 BBC의 I'm a doctor라는 프로그램은 방송용 실험인데 앞의 링크에 설명이 잘 나와 있습니다. 방법은 위 기사에서 보듯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식용유를 나눠주고 사용하게 한 다음 남은 기름(leftover oil)을 수거해서 분석한 것인데 사실 여러가지로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만 지적하면 1) 유해물질을 산화물질인 알데하이드만 분석한 것, 2) 가정에서 어떤 조리를 했고 어떻게 다뤘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튀김의 문제는 산화의 문제인 알데하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불순물이 많아서 발연점이 낮기 때문에 연기가 나고, 고온에서 튀기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 생기는 것이 더 문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데하이드 함량을 비교해 보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의 총 알데하이드 함량은 3번째로 높습니다. 게다가 두가지 유해한 알데하이드의 함량도 거의 최고 수준입니다. 결국 실험의 결론은 (알데하이드가 덜 생기도록) 조리에 사용하려면 포화지방이나 단일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유지를 쓰라는 것인데 그럼 포화지방 나쁘다는 것은 또 어떡할까요? 알데하이드만 적게 생긴다고 다 장땡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포화지방이라고 튀김 기름으로 쓰지 말라는 법은 없고 실제로 돼지기름인 라드를 쓰면 바삭하고 더 맛있기도 하기 때문에 그 유해성이라는 것에 뭐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압착식으로 짜서 지방 이외의 성분이 많은 기름을 고온에서 가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불변이죠. (물론 기름을 한 번만 딱 사용하고 버리면 이런 걱정 안해도 됩니다.ㅠㅠ)



BBC Two - Trust Me, I'm a Doctor - Which oils are best to cook with?


사실 올리브유가 몸에 좋다는 소리를 많이 하면서 불포화지방산이 많다고 하지만 올리브유의 지방산은 대부분 단일불포화지방산(oleic acid)이고 몸에 더 좋다는 오메가-3나 오메가-6인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것은 옥수수기름(옥배유)나 해바라기씨유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건강에 대한 차이는 거기서 거기라고 봅니다.) 따라서 BBC 프로그램에서 해바라기씨유와 샐러드유의 알데하이드 함량이 가장 높게 나온 이유는 바로 이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아래 그림 참조)


BBC Two - Trust Me, I'm a Doctor - Which oils are best to cook with?


원래 다가불포화지방산은 저온에서도 잘 굳지 않기 때문에 튀김보다는 샐러드유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아무튼 중요한 것은 각각의 조리법에 맞는 기름을 쓰는 것이고 그 기준은 불포화지방이 많은 것은 주로 샐러드유로 사용하고, 정제하지 않은 압착식 기름은 튀김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한대로 정제한 올리브유라면 튀김에 사용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마 정재훈 선생님도 저런 뜻으로 하신 말씀이겠지만 혹시나 올리브유를 튀김에 써도 된다고 해서 비싸고 발연점 낮은 엑스트라버진이나 버진 사다가 튀기시는 분 계실까봐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끝으로 예전 KBS 스펀지 2.0의 동영상 하나 보시죠. 튀김 기름으로 많이 사용하는 콩기름의 경우도 압착 방식으로 짠 것은 발연점이 낮아서 쉽게 타기 때문에 계란 프라이를 하는데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맛은 좋다고 하더군요.ㅎㅎ (저작권 때문에 재생이 안되니까 KBS 스펀지 홈페이지(누르세요!)에서 보시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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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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