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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박성호님을 추모하며

바이오매니아 2018. 5. 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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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 글은 물뚝심송 박성호님에 대한 기억을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남겨 놓기 위해 쓴 글입니다. 


1. 그를 처음 기억하는 것은 소위 황빠의 난 시절. 내 인터넷 흑역사 중의 하나인 바로 그 때였다. 당시 난 11개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우석을 '비판적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그의 연구결과가 대서특필되고 그 엄청난 과학적 성취에 놀랐던 나는 고의든 사기든 11개 중에 가짜가 몇 개는 있을 수 있어도 전세계 누구도 못한 걸 해낸 황우석을 완전히 사기꾼 만들면 안된다는, 지금보면 바보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우석의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었고, 아예 황우석의 첫번째 논문도 사기였고, 나는 완전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 정치에 관련된 글을 공개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물뚝님은 그 당시 혈혈단신으로 황빠의 난을 제압한 장판교의 장비 같았다. 

물뚝님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


2. 그 이후로 그의 글을 탐독했다. 그러다가 그를 글이 아니라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만났다. 스스로를 희화화하는데 주저하지 않던 그는, 풍부한 상식으로 때로는 깨달음을, 때로는 지적유희를, 많은 경우 아재개그를, 가끔은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갑작스럽게 그알싫을 떠날 때, UMC가 혼자 울먹이며 하차 예고 방송을 했을 때 나도 살짝 눈시울을 붉혔다.


3. 그를 다시 만난 건 트위터에서였다. 나는 그를 팔로우했지만 그는 나를 팔로우하지 않았는데도 가끔 내 트윗을 인용하거나 멘션을 보냈다. 내가 트위터를 떠난다고 했을 때, "그간 좋은 말씀 고맙게 잘 봤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생각지도 못한 멘션을 받기도 했다. 내 책을 구입한 사진도 트윗에 올린 것을 보면 어쩌면 서로 북마크를 해놓고 조용히 의견을 듣는 관계였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받았던 가장 의외의 기억

4. 사실 그의 트윗량이 너무 많아 그를 몇번 언팔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그를 끝까지 팔로우한 이유는 조금 엉뚱한 데 있다. 내가 그에게 몇 번 왜 그알싫을 그만뒀냐고 물었는데, 그는 한 번도 그 이유를 나쁘게 말하지 않았다. 사람의 헤어짐에 서운함이나 의견충돌 같은 것이 없을 순 없었을텐데, 적어도 그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신중한 사람이었다.


5. 그가 구강암 투병을 한다고 했을 때 가끔 그를 위해 기도했다. 최근 우리 정치사에서 큰 일이 벌어졌음에도 그의 글과 트윗이 올라오지 않을 때마다 그를 위해 기도했다. 하지만 온갖 세상의 문제와 싸워서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병마와 싸워 이기진 못했고 너무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6. 이젠 내가 그의 말을 돌려주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그간 좋은 말씀 고맙게 잘 봤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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