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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주인장 이야기/지극히 개인적인

나는 인터넷이 좋다.

바이오매니아 2001. 4. 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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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너희들은 좋겠다.”

어제 어머니가 하신 말이다. 어머니께서 뭔가 알아보고 싶으실 때 내가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거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드리면 놀라실 때가 많다. 궁금해도 어디 신문이나 책을 뒤져봐도 알기 어려운 정보를 인터넷을 통하면 빠르고 쉽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인터넷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속도, 정보, 이런 것은 솔직히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실은 그렇지도 않다. 하나가 편해지고 다른 몇가지에서 속박이 생기는 것일 뿐…) “평안”하게 만들지 않는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고 알아봐야 쓸데 없는 것도 많다.

최근 인터넷에 대한 비판을 최소한 세 명 이상에게서 들었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인터넷 때문에 사람들이 공격적이 되어가고, 뭐 이런 이런 이야기들이다. 맞는 말이다. 소위 포탈이든지 아님 사람 많이 모이는 사이트, 신문사의 의견란 등등 어디든 들어가면 참 가관이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는 고전적인 것이고 다양한 욕설과 저주, 거기에 선정적인 광고가 판친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그래서 인터넷이 좋다. 하지만 분명히 하자. 욕설과 저주가 좋다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나한테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딱지를 붙여준 적이 있는데 뭐 욕하고 싸우고 이런 거랑 내가 거리 먼 인간인 것으로 많이들 생각할지 모르겠다. 겉으로 본다면 어느 정도는 맞다. 하지만 그게 사실 나는 아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나 많아, 이런 노래 가사처럼 언제나 나도, 그리고 내 생각에 따르면 어느 누구나, 이런 갈등(?)은 존재한다고 본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우리가 사회화 또는 교육이라는 갑옷을 입고 자기를 절제하고 살지만 얼마나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유익만을 구하고 자기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고 자기와 다르면 미워하고 질투하고 사는지 이런 모습이 온라인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적나라하게 들어나지 않으면 문제가 뭔지 잘 모른다. 이렇게 드러나야 그 가운데 뭔가 해결을 위한 노력이 출발할 수 있다. 해결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도 겉으로는 다들 은혜스러운 척 해도 깊이 들어가면 그 안에는 작아 보이지만 작은게 아니라 다른 모습의 여전한 갈등들이 상존해 있다. 내가 그리스도인들에게 못마땅한 것들 중 하나는 그리스도인들 조차도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드러낸다는 것이 상처주기나 욕, 저주의 형태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안점식 선생님이 우리 사회를 약점 은폐형 사회라고 말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라고 본다. 그것이 교회에 마저 널리 퍼져 있다.

사람들이 큰 교회를 점점 선호하는 이유도 밑바탕에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큰 교회를 헌신적으로 섬기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최근에 내가 자주가던 게시판들이 거의 모두 썰렁해지고 블로그니 싸이질이니 이런 쪽으로 발길을 다 돌리는 이유도 이런데 있지 않나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을 보는 이유는 그런 것들을 꺼내어 보일 수 있는 “믿음”을 소유한 또는 부여받은 자들이라는 점이다. 회개란 죄를 자백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드러나는 모습이고 그 속의 뜻은 결국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고 못난 자인가를 깨닫고 그것을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공개하는, 그럼으로서 결국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단 인터넷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인터넷의 그 혼란과 막되먹음을 보면서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게 우리 인간의 모습이라고. 자위의 차원이 아니라 구원의 차원에서 말이다.
내가 인터넷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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