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about Biotechnology, 바이오텍의 모든 것

Socially Dangerous

빨리 먹는 것과 비만과의 관계

바이오매니아 2008. 11. 7. 16:22
728x90
오늘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떴던데요. ''속도전'' 한국인 식습관, 비만도 ''빨리빨리''라는 기사입니다. 빨리 먹는 것과 비만, 일전에도 일본 연구진에 의한 관련 기사가 있었습니다. "밥 빨리 먹는 사람이 ‘뚱뚱’"이라는 기사였지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생각했던 것을 좀 정리해봐야 겠습니다.

일단 빨리 먹는 사람이 살이 찐다는 것은 주로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 측면에서는 좀 약하다고 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는 매우 중요한 것인데, 쉽게 예를 들면 "농구선수들은 키가 크다"는 것(상관관계)을 가지고 "농구선수하면 키 커진다"고 인과관계로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상관성이 있으면 어딘가 인과관계의 고리가 존재하기는 하지요. 키 큰 사람들이 주로 농구를 하듯이 말입니다.

자, 그럼 지금까지 나온 밥 빨리 먹는 것과 비만과의 연결 고리는 무엇일까요? 위 두 기사의 내용을 가지고 대충 이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음식을 빨리 먹으면 뇌에 미처 포만감이 전달되기 전에 위가 꽉 차버려 과식을 하게 되기 때문 
2.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물질인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는 사람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어도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으려고 음식을 필요 이상 먹게 된다는 사실
3. 포만감을 인지하는 호르몬이 식사 후 약 15~20분 후에 나오므로 이 시간 전에 식사를 끝낸다면 많이 먹어도 배부르다는 느낌이 덜하기 때문에 식사를 더 많이 할 수 있다.
4.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을 분해하는 타액 등이 충분히 나오지 못해 같은 성분이라도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5.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흡수, 소화 등의 과정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음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다.
6. 위장에서 분비되는 식욕을 느끼는 호르몬인 그렐린(ghrellin)도 식사 속도가 빠르면 분비가 촉진돼 더 빨리 배가 고파질 수 있다.
7.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 역시 먹는 속도에 좌우된다
8. 위장 자체도 소화를 시키면서 열량을 소비하는데 생식처럼 소화기에서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음식은 위장 등에서의 운동이 많이 필요하고 이에 위장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반면 쉽게 넘어가는 음식은 상대적으로 위장운동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쓰는 열량이 많지 않다는 것.

자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몇가지로 카테고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빨리먹는 것과 과식, 과식과 비만

1, 2, 3, 6, 7 은 모두 과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식을 하게되면 당연히 살이 찌게되므로 맞는 이야기죠. 하지만 만일 빨리 먹되 적정량을 먹는다면? 저 이유를 가지고 살이 찔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빨리 먹는 것이 아니라 비만의 원인은 누가 뭐래도 과식입니다. 

2. 빨리먹으면 지방으로 갈 수 있다?

4번과 5번의 이야기는 무슨 이야긴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음식을 분해하는 타액 등이 충분히 나오지 못해 같은 성분이라도 지방으로 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지방으로 가려면 Acetyl-CoA와 NADPH가 충분히 생기고 호르몬 및 기타 등등이 있어야 하는데, 충분한 소화가 없으면 Acetyl-CoA와 NADPH가 생기지 않습니다. 혹시 지방산이 beta-산화 (acetyl-CoA로 분해)되지 않고 지방산으로 분해된 후 그냥 지방세포(adipocyte)에 축적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빨리 먹어도 위와 장에서 오래 머물면서 분해는 다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급하게 먹으면 음식의 흡수, 소화 등의 과정이 충분히 제 역할을 하기 전에 이미 음식이 축적되기 때문에 쉽게 비만해 질 수 있다."는 말도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인데, 음식의 소화 없이는 흡수가 안되고 흡수 없이 영양분이 몸에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소화되지 않으면 오히려 흡수가 안되어서 몸에 축적이 안되는 것이 맞을 겁니다.

3. 위장의 운동량과 비만?

"위장 자체도 소화를 시키면서 열량을 소비하는데 생식처럼 소화기에서 운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음식은 위장 등에서의 운동이 많이 필요하고 이에 위장이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반면 쉽게 넘어가는 음식은 상대적으로 위장운동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쓰는 열량이 많지 않다는 것." 이 말도 제 생각에는 이해가 잘 안되는데 위장의 운동은 급하게 잘 씹지 않고 음식이 들어오면 더 격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소화가 잘 된 음식이나 죽과 같이 소화가 잘 되도록 만든 음식은 위장에서 할 일이 별로 없겠죠. 그러므로 급하게 먹으면 오히려 소화를 하기위해 위장의 운동량이 많아 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녁을 빨리 먹으면 밤새도록 위장관이 운동을 하느라 숙면을 하기 힘들고 피로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죠. 

아무튼 제 생각은 비만의 1차 원인은 과식이고, 빨리 먹는 것하고 비만의 연관성도 사실은 과식이 연결고리라고 보여집니다. 빨리 먹되 정량을 먹을 수만 있다면 비만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할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빨리 먹되 정량을 먹으면 위장관의 운동량이 높아져서 살은 덜찌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드는군요. 그렇다고 빨리 드시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래도 빨리 먹으면 조금 더 먹게 되어 있으니까요.

참고로 한국인의 비만률은 OECD 국가중에서 최하위에 속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속도전'' 한국인 식습관, 비만도 ''빨리빨리"라는 제목은 좀 아니네요.

http://kdaq.empas.com/qna/view.html?n=844835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