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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실 때 납중독? 얼마나 위험할까?

바이오매니아 2008. 12. 7. 15:10
와인 마실 때 납중독 위험 주의!
 
윗 기사를 주의깊에 읽어보면 마지막에 "무연 크리스탈 와인잔을 수입하고 있는" 한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기분이 좀 나빠집니다. 예, 맞습니다. 무연 크리스탈 와인잔 수입업체의 보도자료를 인용한 기사로 보입니다. 아예 보도자료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게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보입니다.

멋진 크리스탈 Duck Wine Decanter

아무튼 오래 전부터 납을 이용해서 크리스탈을 만들어 온 것은 사실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납 대신 티타늄(Titanium), 지르코늄(Zirconium), 트라이탄(Tritan), 바륨(barium oxide)등을 이용한 것인가 보네요. 아무튼 납으로 만든 크리스탈이 나쁘다면 얼마나 나쁜가를 따져봐야죠.


일단 가장 좋은 소식은 납으로 만든 크리스탈 (lead crystal)은 비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싸구려 와인잔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와인에 조예가 깊으셔서 디캔터 등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신경을 좀 쓰실 필요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lead crystal 잔에다가 와인을 따라 마신다고 납이 막 용출되어 나오는 것은 아니고 와인잔, 특히 디캔터에 와인을 오래 담아 두었다가 먹을 수록 납이 용출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논문을 찾아보니 윗기사에서 이야기한 것은 Joseph H. Graziano 교수의 1991년 Lancet 논문에 나온 결과네요. 기사에서는 마치 새 연구결과가 나온 것처럼 써놨는데 27년전의 이야기군요. 흠...

Wiki의 설명에 따르면 디캔터에 와인을 이틀 동안 담아두었다가 먹으면 89ppb, 넉달이면 2000-5000 ppb가 용출된다고 하고 백포도주의 경우는 적포도주보다 두 배는 더 나온다고 하네요. 

그와 관련된 논문도 찾아보니 Lead migration from lead crystal wine glasses라는 1996년 논문에도 와인을 하루동안 두었다가 납 용출량을 측정하니까 358 ppb (ng/ml)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0년에 발표된 논문, Estimation of lead intake from crystalware under conditions of consumer use에는 cola drink > HAc > whisky > white wine의 순서대로 납의 용출이 많이 된다고 하는군요. 산성이 있는 물질은 어떤 것이든 납이 용출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PA (미국 환경보건국)에서 정한 음용수에서 납기준은 리터당 15ug, 즉 15ppb라고 하니까 생각보다는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물처럼 와인을 많이 먹지는 않기 때문에 저 기준과 비교하면 안될 것 같구요. 우리나라 과실, 채소류 음료나 탄산음료의 납 기준치는 0.3ppm (300ppb)라고 하므로 1996년 논문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유연 크리스탈제품에 와인을 하루 이상 두었을 때 용출되는 납의 양은 많이는 아니고 상당량 정도는 된다고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과거 중국산 납김치사건이 났을 때 식품으로 섭취하는 납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그 논란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식약청의 중금속 섭취 기준
중국산 납김치 사건에 대한 식약청 보도자료
식약청 기준이 너무 높다는 반론

어떤 외국 사이트에서는 크리스탈 잔을 새로 사면 식초를 24시간 담아서 씼어내라고 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탈을 사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유연인지 무연인지 써있나요? 국내 몇몇 홈쇼핑 사이트를 찾아보니 무연은 무연 또는 lead-free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유연의 경우는 "
크리스탈(Pbo24%)" 이런 식으로 표시되어 있네요. Pb가 납이고 Pbo는 아마 PbO (일산화납)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와인이나 주스를 유연 크리스탈 잔에다 너무 오래 담았다가 먹는 것은 별로 좋지 않겠습니다. 물론 누가 와인잔에 와인을 며칠씩 뒀다가 먹겠습니까마는... 그런데 이런 내용은 애주가들이나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다 알려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울러 집에서 만든 과일 주스를 유연 크리스탈병에 담아서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도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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