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계란에 혈압 낮추는 성분 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 농업-식품-영양학과의 우 젠핑 박사는 계란에서 생성되는 펩티드가 혈압강하제 중 하나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와 유사한 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힌 것으로 메디컬 뉴스 투데이가 19일 보도했다. 우 박사는 삶은 계란과 프라이 한 계란이 소화과정을 거치면서 위와 소장에 있는 효소들에 의해 ACE 억제제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여러가지 펩티드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시험관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말했다.
계란은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고지혈증인 사람은 조심해야 하고 고지혈증이면 동맥경화나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어쩌고 하는 "상식(?)"이 판치는 세상에 계란에 혈압 낮추는 성분이 있다고 하니 놀랍지요? 그래서 사이언스 데일리에는 같은 내용의 기사에 이런 제목을 붙였네요.
그리고 이 기사의 소스가 된 논문은 아래와 같군요.
네. 위 논문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단어는 in vitro라는 단어입니다. 맨 위의 연합뉴스 기사에서는 이것을 "시험관 실험에서"라고 번역했지요. 맞는 번역입니다만 전공자가 아니면 이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가 생물과 관련된 실험을 할 때 in vitro와 in vivo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in vitro는 시험관 안에서 즉 생체 밖에서 수행한 실험이라는 의미고, in vivo라는 말은 생체 안에서 수행한 실험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에 "슈퍼박테리아 잡는 강력한 항생제, 꿀"에 대한 바른 이해라는 포스팅에서도 한 번 다루었지요.
예를 들어 항암제 하나를 개발한다고 합시다. 영지 버섯의 어떤 물질이 항암활성이 있다고 할 때, 가장 먼저는 체외에서 배양한 암세포에다가 처리를 해봅니다. 이런 실험을 in vitro 실험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그게 활성이 있으면 암에 걸린 동물에 먹이거나 주사를 놓아서 활성을 측정하고 맨 마지막에 사람에게까지 테스트를 하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생물체에 테스트 하는 것을 in vivo 테스트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약효성과 안전성까지 다양한 검사를 해서 최종적인 항암제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의약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넘어야 하는 수많은 장애물들
그러므로 in vitro 테스트에 성공을 했다고 한다면, 정말 그런 활성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갈 길은 멀겠다, 고 생각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맨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위의 논문은 계란 속에 있는 단백질을 끓이거나 fried해서 체내에서 소화되듯이 가수분해를 시켰더니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ACE) inhibitory peptides 들이 7종 (Val-Asp-Phe (IC(50): 6.59 microM), Leu-Pro-Phe (10.59 microM), Met-Pro-Phe (17.98 microM), Tyr-Thr-Ala-Gly-Val (23.38 microM), Glu-Arg-Tyr-Pro-Ile (8.76 microM), Ile-Pro-Phe (8.78 microM), Thr-Thr-Ile (24.94 microM) 발견되었다는 논문입니다.
아미노산은 20종이라서 tripeptide만도 8000종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하나 하나 합성해서 활성을 볼 수는 없으므로 단백질이 많은 계란을 이용하여 단백질을 무작위적으로 가수분해하는 식의 접근을 한 것 같은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란을 먹으면 저런 아미노산들이 만들어져서 ACE를 저해하여 혈압을 낮춘다? 이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저 위의 서열 중에 펜타펩타이드 두 종류는 체내로 흡수가 될지도 잘 모르겠네요. 사실 소나 돼지 고기에도 저런 서열의 펩타이드는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얼마나 들어있느냐인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는 것 같네요. 계란에 위의 펩타이드들이 아주 dominant하게 들어있다면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겠지요.
그리고 사이언스 데일리 기사의 맨 마지막에는 이렇게 써 있네요.
Funding for the research came from livestock and poultry industry groups.
연구비가 관련 산업계에서 나왔다고 연구결과를 산업계에 유리하게 보고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자에게 모욕스런 일이지만 연구 내용의 해석이 호의적일 수는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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