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첫 주는 그 해의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주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6개 부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물리학상 3명과 화학상 1명 등 일본인들이 수상을 해서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았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렇게까지 화제가 되진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올해 수상한 내용들이 과학적으로는 더 중요하지 않나 싶고 그와 관련해서 생각해 볼 내용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는 여성수상자가 가장 많은 해였는데 그래서 오늘은 노벨상과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1. 노벨생리의학상은 “텔로미어”를 발견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는데요?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를 발견하여 세포의 노화와 암 연구에 중요한 기반을 닦은 UCSF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H. Blackburn), 존스홉킨스의대 캐롤 그라이더(Carol W. Greider), 하버드의대 잭 조스택(Jack W. Szostak)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이 세포의 노화 및 세포사와 관련된 기전을 밝힘으로써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염색체가 어떻게 분해되지 않고 완벽하게 복제될 수 있는가'라는 생물학의 근본적 의문점을 해결했다"[각주:1]라고 그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노화와 암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노화는 세포가 늙어서 사멸하는 것이고 암은 불멸하는 것이죠. 이 두가지 과정에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조스택 교수는 텔로미어를 발견했고, 여성 사제지간인 블랙번 교수와 그라이더 교수는 telomerase의 발견에 공헌했습니다.

2. 텔로미어가 노화와 암에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조금 쉽게 설명을 하면?

우리 인간의 유전자는 대부분 염색체에 보존되어 있고 염색체는 DNA와 단백질의 덩어리입니다. 텔로미어란 그 염색체의 끝부분에 반복되는 염기서열을 뜻하는데 세포가 복제가 될수록 텔로미어 부분은 짧아지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노화가 되는 것이죠. 텔로미어가 길이가 매우 짧아지면 세포의 복제가 더 이상 일어날 수 없게 되어 사멸하게 됩니다. 

그런데 암세포의 경우엔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서 연구를 해본 결과 텔로미어를 보호하면서 텔로미어를 계속 유지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레이즈가 지나치게 작용하여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고 세포 노화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밝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세포 수준에서의 노화와 암이 서로 반대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Telomere의 구조와 말단 반복 서열


Telomerase의 작용 방식 (source: http://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2009/bild_press_eng.pdf)


3. 복제양 돌리가 일찍 죽은 것도 텔로미어와 관련이 있다?  

1996년 7월 5일에 태어나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복제양 돌리는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팀에서 체세포복제를 통해 탄생한 최초의 포유동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암컷인 돌리는 웨일스산 숫양과 짝을 지어 1998년 4월 '보니'라는 암컷을 순산하였고 1999년 3월에는 세 쌍둥이 순산하는 등 일반 양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었으나 그 이후 조로현상을 보이며 폐암과 관절염으로 시달리다가2003년 2월 14일, 6년 반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양의 평균수명은 보통 11 -12년인데 돌리는 왜 수명이 절반 정도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는데 그게 텔로미어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돌리는 6살짜리 양의 체세포를 이식해서 복제되었는데 돌리가 3살 때 텔로미어의 길이는 이미 9세에 해당하는 길이로 짧았다[각주:2]는 것이죠. 물론 여기에는 일부 반론도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텔로미어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텔로미어와 관련된 연구를 통해 노화와 암을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죠.

4. 노벨 화학상은 리보솜을 연구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고 하던데요.

스웨덴 왕립아카데미는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세포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의 기능과 구조를 밝힌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아다 요나스 박사, 미국 예일대학의 토머스 스타이츠 박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MRC 연구소의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박사를 선정했습니다. 원핵생물의 리보솜은 50S와 30S 두개의 서브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토머스 스타이츠 박사는 호염성 아키아인 Haloarcola marismortui의 50S subunit 구조를, 아다 요나스 박사와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박사는 고온성 세균인 Thermus thermophilus 리보솜의 30S 구조를 X선 회절법으로 규명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최종적으로 high resolution으로 구조를 규명한 이들의 논문들이 모두 2000년 8월부터 3주 간격으로 발표되었다는 점[각주:3]입니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장소인 리보솜은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리보솜의 구조에 대한 이해는 사람에겐 무해하면서 원핵생물(세균)에만 작용하는 약물의 개발 등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5. 그런데 올해는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역대 최다라고 하던데요?

노벨 생리의학상에 두 명(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롤 그라이더), 화학상에 1명 (아다 요나스)에 이어 올해 노벨문학상에 독일 여성작가 헤르타 뮐러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어제 경제학상에서 엘리너 오스트롬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정치학과 교수가 선정됨에 따라 올해는 역대 최다인 5명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전 기록은 2004년의 3명 (생리의학상 미국의 린다 벅과 평화상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문학상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므로 여성 과학자 3명이 함께 수상하게 된 것도 당연히 이번이 처음입니다. 

올해까지 포함하여 노벨상 수상자 중에 여성은 노벨 문학상 12회, 평화상 12회, 생리의학상 10회, 화학상 4회, 물리학 2회, 경제학상 1회입니다. 이를 다 더하면 41회이지만 퀴리 부인이 두 번 수상(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했기 때문에 40명이고 과학상 수상자는 15명입니다. 퀴리 부인은 최초의 여성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6. 다른 분야에 비해 과학계에는 여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약한가?  

우리나라보다 여성들의 권익이 더 잘 보호된다고 하는 서양에서도 과학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 수상자가 적은 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1900년대 초반까지는 여성이 과학 분야 연구를 하기 힘들었는데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퀴리 부인의 경우도 아카데미아 소속이 아니었고 남편 잘만난 덕이라는 악평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이후에 라듐을 분리해서 두 번째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그 수락 연설에서 “이제 (남편의 도움없이) 저 혼자 라듐을 분리해냈다는 것을 믿겠죠[각주:4]라고 했다고 합니다. 

생화학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유명한 Michaelis-Menten 방정식을 만든 Maud Menten의 경우도 캐나다 최초의 의학박사인데 캐나다에서는 여성이 연구를 할 수 없어 독일에 가서 미하일리스 교수를 만나 박사학위를 받고 M-M방정식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전 이야기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후에는 여성들의 수상이 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2009년까지 전체 노벨상 수상자 807명 (경제학상 포함) 가운데 여성이 40명이므로 많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론분야가 강한 물리학보다 꼼꼼하게 실험을 해야하는 생리의학분야에는 여성 수상자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실제로 실험실에도 여학생들이 꼼꼼하게 실험을 잘하는 경우가 많죠. 

지난 2005년에는 당시 하버드대학 총장인 로런스 서머스가 “과학ㆍ공학분야 고위직에 여성 숫자가 적은 이유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이 1주일에 80시간씩 일할 수 없는 점과 함께 고교 때 과학과 수학 성적 최우등생 중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점을 들고 이는 남녀 성간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각주:5]”는 발언을 했다가 다음해인 2006년 총장에서 사임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후임으로 드류 파우스트(Faust) 여성 총장이 부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총장 중 여성은 4명(프린스턴대, 브라운대,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이고 아이비리그는 아니지만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미시간대 총장도 여성[각주:6]으로 점점 여성의 능력이 인정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여성과학자의 힘이 훨씬 더 미약한 편인데 최근에는 여성과학자 지원프로그램도 생기고 (일부에선 역차별 운운하기도 합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등이 설립되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등 과학기술계에서 여성의 활동이 점차 확대되어가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앞으로 여성과학자분들의 더욱 좋은 활약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부산 MBC 구인혜의 FM모닝쇼 방송을 시작한지 딱 1년이 지났습니다. 작년에 노벨상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굿모닝 사이언스 첫방송을 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처음에는 의욕이 앞서서 준비만 며칠씩 걸리고 논문도 참 많이 찾아서 읽어보고 하나하나 fact들 확인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조금 순해졌습니다. 일단 아침 음악방송에서 건강도 아닌 사이언스 이야기를 정색하며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너무 진지할 수록 재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재미와 정보를 한꺼번에 전달한다는 것이 능력 밖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개편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떻게 되든 감사한 1년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1. 올해 노벨의학상 블랙번 등 3명 공동수상, 코메디닷컴, http://www.kormedi.com/news/article/1191056_2892.html [본문으로]
  2. Shiels PG, Kind AJ, Campbell KH, et al (1999). "Analysis of telomere length in Dolly, a sheep derived by nuclear transfer". Cloning 1 (2): 119–25 [본문으로]
  3. 올해 노벨화학상과 극한미생물, 바이오텍의 모든 것, http://biotechnology.tistory.com/576 [본문으로]
  4. 노벨상 받은 여성과학자, 동아사이언스, 2005, http://news.dongascience.com/HTML/News/2005/06/22/20050622200000000030/200506222000000000300110000000.html [본문으로]
  5. 하버드대 총장 ‘성차별’ 발언 말썽,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4257.html [본문으로]
  6. 하버드대 최초 여성 총장 드루 갈핀 파우스트, 어린이동아, http://kids.donga.com/news/vv.php?id=202007102212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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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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