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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국적불명의 건강식(?)

바이오매니아 2009. 11. 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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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카레가 식도암세포를 죽인다는 뉴스도 있었고 카레가 수험생에게 좋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카레와 관련된 뉴스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카레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카레는 인도 음식인가? 

카레하면 인도요리,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텐데요. 물론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마치 동양하면 중국,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로 카레는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통칭하는 말로서 인도뿐만 아니라 그 주변 국가들(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 널리 분포하는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뜻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도에는 카레(Curry)라는 단어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인도식당에 가면 메뉴판에 curry라는 말을 보게 됩니다만 이것은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카레하면 인도 요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인들이 인도지방의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카레(curry)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왜 카레라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것은 타밀어(남부 인도의 말)로 식사나 소스라는 뜻의 Kari라는 말이 있는데 이 단어에서 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아무튼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영국인들이, 인도 음식에 향신료가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보고 영국의 한 회사(C&B사)가 여러 가지 향신료를 사용하여 카레 분말(카레분)을 처음 만든 데서 카레가 본격적인 인도음식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것이 메이지 유신시대 일본으로 건너가서 카레라이스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우리가 먹는 카레는 일본 음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실제로 우리가 흔히 보는 덮밥과 같은 카레라이스는 일본식이고 인도나 방글라데시 쪽에는 카레분말을 넣고 지은 카레밥류가 더 많습니다.   

2. 일본과 카레는 무슨 관계? 

일본에서 카레라이스는 국민식(国民食)이라고까지 불립니다. 보통 일본의 국민식이라고 하면 스시, 된장국(미소시루), 우동 등 일본 고유의 음식과 카레라이스, 고로케, 라면 등 외국에서 유래했지만 일본에서 발달된 음식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국민 1인당 1주일에 1회 이상 카레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카레라이스 뿐만 아니라 카레 우동, 카레 빵 등 다양한 카레 관련 음식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일본에서 카레라이스를 파는 식당에 가본 경험이 있는데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일본인들을 위해 매운 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고르도록 하더군요. 가장 매운 단계의 카레를 한 대접 먹으면 사진을 찍고 상품을 주기도 하던데 한국인들이 도전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3. 그런데 카레는 무엇으로 만드나요? 

앞서 말한 대로 카레는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가는데 대부분 우리가 먹는 카레는 18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진 “카레분말”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카레분말에는 10-20여 가지의 향신료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딱히 무엇으로 만든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서양에서 중국산 파슬리라고 불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고수라고 불리는 코리안더(coriander), 생강과에 속하는 한약재인 강황(turmeric), 미나리과의 큐민(cumin), 콩과식물인 페누그릭(fenugreek) 등은 꼭 들어가는 향신료들입니다. 이외에도 시나몬(계피), 후추, 고추, 생강, 월계수 잎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카레의 원료 및 영양성분입니다.



식품공전상 카레의 정의는 "조미식품의 한 종류로 향신료를 원료로 한 카레분 또는 이에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등을 가하여 만든 것"입니다. 또한 카레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료는 카레분과 카레루(curry roux)가 있는데 카레분은 천연 향신원료 식물(100%)을 10종 이상 혼합하여 건조시킨 분말이고 카레 루는 밀가루에 식용유지를 넣어 볶은 다음 카레분과 혼합한 것을 뜻합니다. 

최근 카레는 노란색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카레 분말에는 강황이 들어가고 강황 속의 커큐민(curcumin)이라는 물질이 노란색을 띄므로 노란색이라는 주장과, 카레 속에 카레분말의 양이 소량이고 카레 분말에 들어가는 향신료의 종류가 다양하므로 꼭 노란색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사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죠. 

카레분의 원료 (출처: 오뚜기식품 홈페이지)


아무튼 카레는 전분이나 밀가루, 기름, 그리고 카레분말이 주성분이며 향신료 성분 또는 몸에 좋다고 하는 성분은 카레분말에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4. 카레가 식도암 세포를 파괴한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은 사실 카레에 대한 논문이라기보다는 카레 속의 한 성분인 커큐민(curcumin)이라는 성분에 대한 논문입니다. 커큐민은 강황(=울금=심황) 속에 들어있는 노란 색소물질인데 강황은 오래 전부터 인도, 중국 등에서 약재로 사용했던 식물이죠. 

이번 논문은 치료가 어려운 식도암 세포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서 의미가 있고 apoptosis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포를 파괴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포 수준의 실험이기 때문에 실제로 동물 실험이나 사람 대상 실험을 통해 확실한 효능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주로 동물실험이긴 하지만 커큐민은 식도암 뿐만 아니라 췌장암, 대장암 등에도 활성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재 사람 대상의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5. 항암 효과 이외의 카레의 효능은? 

카레의 효능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인성 치매나 기억력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카레가 수험생에게 좋을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게 된 것이지요. 

그 중에서 유명한 내용이 지난 2006년에 발표된 카레가 치매예방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이었습니다. 싱가폴의 Ng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치매가 오지 않은 노인들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레섭취를 한 그룹이 카레섭취를 하지 않은 그룹보다 간이 정신상태 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에서도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커큐민의 임상시험 결과 논문에서도 치매환자들에게 커큐민을 투여했을 때 환자들의 면역세포 반응이 활발해지고 MMSE 검사수치가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인도인의 알쯔하이머 유병률이 미국인의 4분의 1수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이 외에도 카레의 성분인 커큐민은 항염증작용, 항산화작용은 물론 고지방 식이를 한 쥐의 경우에 체중감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까 다양한 유익이 있는 물질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6. 카레 섭취시 주의할 점은? 

하지만 그렇다고 카레가 무슨 만병통치약이거나 몸에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데 몇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특히 한 번쯤 신경을 써봐야 하는 것은 트랜스지방의 함량입니다. 

보통 카레는 밀가루에 기름을 넣고 볶은 후에 카레분을 섞어서 (이것을 카레루라고 합니다)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사용하는 유지에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트랜스 지방은 포화지방보다 더 나쁜 불포화지방으로서 과량 섭취시 심혈관 질환, 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해로운 물질입니다. 트랜스 지방함량은 반드시 제품에 표기하게 되어 있으므로 카레를 구입하실 때 트랜스 지방의 함량을 살펴보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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