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걸리의 인기가 치솟으며 막걸리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막걸리 회사들은 막걸리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소식도 들리고요. 심지어 대통령이 일본 수상과 건배를 하는데 건배주로 사용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막걸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막걸리는 참 다양한 이름을 가진 술이라고 하던데요.

시원한 막걸리 (사진출처: 각얼음님 블로그)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막 걸러서, 대충 걸러서 먹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한자로는 보통 탁주(濁酒, 막 걸러서 탁한 술)라고 쓰고, 북한지방의 방언으로 탁배기, 남쪽에선 탁주배기라고도 부르며 그 외에도 농주(農酒, 농사짓거나 농제를 지내며 마시는 술), 박주(薄酒, 텁텁한 맛의 술, 고급주는 아니라는 뜻에서 일컫는 말), 회주(灰酒, 발효가 잘못되어 시어진 맛을 나뭇재나 풀재를 술독에 넣어서 중화시킨 술), 대포(큰 술잔의 의미), 왕대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웠습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이름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서민의 느낌과 정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2. 이름만큼 다양한 맛을 가진 막걸리  

막걸리의 맛하면 일단 발효되고 남은 당분에 의한 달콤함(실제 제품으로 파는 막걸리에는 아스파탐같은 비당류 감미료를 첨가하는 것이 대부분), 발효되고 남은 아미노산이나 식이섬유에 의한 텁텁함, 발효하면서 같이 생산되는 이산화탄소에 의한 톡 쏘는 맛, 초산균이나 유산균 등 각종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에 의한 새콤함 등등이 있는데요. 이것은 막걸리가 복잡한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막걸리와 같은 발효를 병행복발효주, 즉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병행하는 발효주라고 합니다. 맥주처럼 당화와 발효를 하나씩 따로하면 단행복발효주, 와인과 같이 당화없이 발효하는 경우를 단발효주라고 하지요.

주세법상 막걸리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곡류 기타 전분이 함유된 물료 (물건을 만드는 재료) 또는 전분당(澱粉糖)과 국(麴)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술밑=누룩을 섞어 버무린 지에밥, 지에밥은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불려서 시루에 찐 밥)을 여과하지 아니하고 혼탁하게 제성한 것. 또는 그 발효, 제성과정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료를 첨가한 것” 법적인 단어들을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전분(녹말), 국(누룩), 물료(재료)와 같은 말이 전부 일본식 단어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우리 술조차도 제조법을 체계화하고 법률로 정비하는데 있어서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죠. 

3. 쌀막걸리 vs 밀막걸리

아무튼 막걸리 빚는 법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기본적으로 세가지 원료가 들어갑니다. 전분질의 재료, 누룩(=국 麴), 그리고 물 이렇게 세가지죠. 막걸리를 빚는 종류가 달라지는 것은 이 세가지 재료 중에서 어떤 전분질을 사용하느냐 또는 누룩을 만들 때 들어가는 지에밥(찐밥)의 성분에 따라 결정됩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쌀이나 찹쌀을 전분질로 사용했고 누룩의 지에밥에는 밀을 사용해왔다는 주장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지역이나 가정에 따라서 이 세가지 성분 이외의 다른 성분 (예를 들면 진달래꽃잎 등)을 넣어 술을 빚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쌀부족 문제 때문에 1964년에 쌀막걸리 제조를 금지하고 반강제적인 혼분식이 장려되었고 때문에 막걸리 자체를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로 만들어야 했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쌀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1986년에 혼식이 폐지되고 1990년에 쌀막걸리 제조가 다시 허용되었지요. 때문에 지난 40년 가까이 막걸리의 정체성이 상당히 흔들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 세가지 재료를 기본으로 발효를 시키면 전분질이 분해되어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발효가 되는데, 그래도 분해가 덜 된 물질들이 남지요. 그 현탁된 물질들을 깨끗하게 떠내면 소위 청주 또는 약주가 되는데, 물을 부어가며 채로 대충 큰 덩어리만 걸러내고 마시는 것이 막걸리가 되겠습니다. 원래는 막걸리 발효가 끝나면 알코올 농도가 약 15%가 되는데 물을 붓기 때문에 농도가 절반 정도로 내려가게 됩니다. 

4. 막걸리의 장점들, 유산균이 많다??? 

일단 막걸리는 맥주와 같이 단일 효모로 발효하는 술이 아니라 와인처럼 다양한 미생물로 발효하는 술이라서 다양한 성분과 미생물이 그 속에 있습니다. 보통 막걸리는 다른 술에 비해서 고른 영양소를 가지고 있고, 알코올 함량이 낮고, 정장작용이 가능한 효모나 유산균을 가지고 있는 등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언론에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많다, 심지어는 요구르트보다 500배나 많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의견이 상당히 엇갈립니다. 

일단 사실만 이야기해보면 몇몇 연구에서는 유산균이 상당수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실제로 누룩 속에는 매우 다양한 곰팡이, 효모, 유산균 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직접 고전적인 누룩을 이용해서 빚는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막걸리 발효는 효모가 주 발효균이고 발효가 진행되어 알코올이 생산될수록 유산균은 생육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종제품에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시판되는 막걸리는 대부분 살균을 하는데 더욱 유산균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막걸리에 대해서는 연구가 상당히 미진한데 이 부분은 좀 더 엄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과거의 포스팅(막걸리에 유산균???)을 참조해 주세요.

5.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차이는?

맥주도 생맥주와 살균처리한 맥주가 있듯이 막걸리도 살균한 막걸리와 그렇지 않은 생막걸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생막걸리의 맛이 더 좋다는 견해가 많지만 맥주와 마찬가지로 기호는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막걸리가 과발효되면 초산이 생성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길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지요. 하지만 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막걸리를 가지고 막걸리식초를 만들어서 드시는 분들도 꽤 계시더군요. 

동아일보 (1972년 11월 11일자) 캡쳐


아무튼 이러한 효모는 비타민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고, 또한 다양한 막걸리에는 매우 다양한 성분이 있기 때문에 그 중 일부 성분이 기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최근에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항고혈압 성분이 있다는 것과 암세포성장억제 효과 등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세포 수준에서의 기능성이기 때문에 좀 더 엄밀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고 하겠습니다.

6. 최근에는 막걸리 다이어트가 인기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막걸리 다이어트가 언론에 몇 번 보도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보도들을 잘 보시면 기본적으로 저녁을 안 먹고 안주 없이 막걸리를 마시는 방식입니다. 물론 막걸리는 과거부터 곡기라고 해서 식사대용의 의미가 있었죠.  

막걸리의 칼로리가 한 사발 (300ml)에 150kcal 조금 못되는 정도라고 하니까 사실 저녁에 식사대신 막걸리 한 두 사발을 마시면 섭취 열량이 매우 적은 것이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되기는 할 것입니다. 게다가 막걸리는 그나마 다른 술에 비해 영양이 골고루 들어있는 편이죠. 하지만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몸무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욱 건강해지는 과정이니까요. 

게다가 저녁 식사를 다 하고 나서 술을 마실 때 다른 술 대신 막걸리를 마신다고 다이어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마시면 오히려 살이 찔 수 있습니다. 막걸리에는 지방 성분이 가장 적어서 기름기가 많은 파전 등과 잘 어울리는 측면이 있지만 다이어트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죠. 기본적으로 막걸리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7.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는 분들이 과거에는 꽤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도 다양합니다. 기본적으로 과음 때문인 경우도 있고, 발효가 잘못되어서 fusel oils (=fusel alcohols, 탄소수 3개 이상의 고도 알코올들)의 함량이 높은 경우에 그렇다는 설도 있고, 과거 일부 업자들이 빨리 발효하려고 카바이드를 섞었기 때문이라는 설, 적포도주 마시고 생기는 두통 (Red wine headache, RWH)처럼 원인미상이라는 설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막걸리를 마시고 난 뒤에 두통이 심하다는 분들이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막걸리와 같은 복합발효의 경우엔 잘못된 발효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과학화된 방식의 발효법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꼭 공장에서 찍어내는 막걸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자가제조 맥주집을 차린 제 후배의 경우 양조방법을 배우는데만 5년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비당화 단순 효모발효도 이렇게 배우는데 병행복발효주인 막걸리 발효라고 쉬울리는 없지요. 우리 막걸리나 전통주의 경우도 단순한 발효 기술뿐만 아니라 이러한 장인 정신까지 체계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가 가을 개편 시즌을 맞이하여 부산MBC도 프로그램 개편을 했습니다. 진행자, 작가, 피디님 모두가 바뀌는 사태의 가운데 제 코너는 어찌된 일인지 살아남았는데 코너 이름이 "굿모닝 사이언스"에서 "헬스 & 테이스트(Health & Taste)"로 바뀌고 주제도 조금 말랑말랑한 식품쪽을 주로 다루기로  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하고 편안한" 코너가 되어 달라는데 세마리 토끼를 잡을 능력이 될는지 걱정이 앞서는군요.^^ 아무튼 부산 MBC-FM 김경희의 FM모닝쇼, 건투를 빌어주세요. 

그리고 제가 요즘 무슨 일에 엮여 있는지는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막걸리세계화연구소, 이름이 너무 거창한가요? 내일 점심시간인데 혹시 부산에 계시는 분은 막걸리 한 잔 하러 오셔도 됩니다. ^^


Posted by 바이오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