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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몰입 교육 논의에 대한 단상 - 어느 TV 광고를 보고

바이오매니아 2008. 1. 30. 01:25
아마 아래의 광고를 보신 분들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한 번 잘 찾아보시죠.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BD6DB401AFB141EFF906A2BCA9ACF8A761D4&outKey=862b8a70b41dcd3d532a362e9ef3f8b1d1b231bba5e4f8cb6943483b62e1aea2385d517fc3372e8ebed6162eef0ebc0b



찾으셨습니까?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요즘 영어에 대한 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습니다. 특히 영어 수업에 대해서요. 제가 지난 첫학기에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불만 사항이 영어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쓸데없이 아무때나 영어를 쓴 것이 아니라 전공의 중요 개념들만이라도 영어로 외우라는 것이었고, 그 단어들을 설명하라고 그대로 시험에 냈었을 뿐이죠. 그런데 그게 학생들에겐 전공시험이 아닌 영어시험으로 느껴진 모양입니다. 뭐 제가 잘못가르쳤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일본 동경대에 post-doc으로 있었을 때 크게 느낀 것이 있는데, 그건 일본 학생들은 결코 영어를 못해서 전공을 못하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물론 일본 사회의 번역 문화에 덧입은 것일 겁니다만 아무튼 제대로 전공을 배운 학생들은 영어를 못해도 연구에 지장이 없지만 영어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미국 유학파들이 영어로 강의도 못한다는 조롱(?)을 가끔 보게되는데, 이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영어때문이 아니라 전공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영어는 박사학위를 받을 만한 전공 지식을 표현하는 정도면 충분한 겁니다. 미국 교수들은 유학생들의 영어를 평가해서 학위를 주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5년 가까이 미국에 있는 동안 미국에 유학오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일취월장입니다. 예전엔 유학생들이 오는 여름이 되면 공항 라이드부터 은행 계좌 열기, 아파트 구하기, 온갖 utility 신청, 면허증 취득까지 선배들이 다 따라다니며 해줘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본인들이 혼자서 너무 잘 합니다. 물론 인터넷이 발달한 탓도 있지만 분명히 과거보다는 영어실력이 좋아졌습니다. 뭐 토플이나 GRE 점수는 인플레이션에 가깝지요. 인터넷에 올라오는 후기의 탓도 있지만요.^^ 아무튼 우리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몰입교육을 논하는 분들의 시대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영어 아무리 잘 해도 전공 실력이 없으면 금방 실력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사회는 교육개혁은 입시제도개혁(?)이고 대학의 경쟁력은 영어실력에 있다는 식의 인식이 너무 만연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초중등학교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지요. 어차피 학교는 시간때우는 곳이고 학원에서 미리 배운다고 가정한다면요.  

그러니까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영어 실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좋은데 왜 다른 모든 교육을 담보로 해야 하는가?"라고나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의 다음 글이 좋더군요.
영어라는 이름의 우상 
일독을 권합니다.

(물론 같은 실력에 영어를 조금 더 잘하면 여러가지 유리한 점이 많이 있겠죠. 하지만 그럴 요량이면 대학에서 교양필수 형태로 외국어를 강화하든지, 영어 성적으로 졸업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 맞지 않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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