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칼럼은 "위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위험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애매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일단 조심하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은 그런 것 다 생각하면 이 세상 어떻게 사냐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위험을 누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과학자들은 과학적 증거에 입각해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라고 같은 논문을 읽었을 때 의견이 다 같을까요? 문제의 발단은 거기서부터입니다.
이번 글의 원제목은 "과학자와 애정남"이었는데 칼럼 제목이 "과학자는 '광우병 애정남'이 아니다"라고 너무 단정적으로 바뀌어서 아쉽습니다. 제 글의 취지는 과학자만이 '애정남'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말입니다. 뭐 제가 글을 애매하게 썼기 때문이겠죠. 솔직히 요즘 바쁜 일정에 허덕대다 급하게 뚝딱 글을 쓰느라 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중간 중간 잘라내느라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고 어색했는데 새벽 2시까지 쓰다가 그냥 보냈습니다. 차라리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은 글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잘났으나 못났으나 다 내 새끼,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에 접속했더니 그 내용이 이번 칼럼의 내용과 비슷하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의사를 듣고 쓰는 건데 그랬습니다. 나의사를 듣고 나니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겼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나의사 10회도 한 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도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눈초님의 과학적 분석과 위험 정도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사회적 해결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면 제약상 못한 이야기 하나는, 그렇다면 이견이 있을 때 합의가 가능한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국회에서의 모습과 지난 주말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봤듯이 우리 사회는 합의가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의가 안되면 일단 다수결에 따르고 거기에 대한 심판을 나중에 받으면 좋겠지만 소수파는 일단 물리적으로라도 막아야 하고 다수파는 통과되면 땡, 이라는 생각이 있죠. 이 부분은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과학자는 '광우병 애정남'이 아니다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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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과학자는 ‘광우병 애정남’이 아니다 위험은 상대적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민감도가 다르다. 흡연이 좋은 예다. 담배엔 15종의 1군 발암물질 및 60여가지의 발암 가능 물질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려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내 흡연자가 점점 줄고는 있지만 흡연 시작 연령은 오히려 계속 낮아지고 있다. 담배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흡연의 폐해를 증명한 논문과 자료를 들이대며 흡연자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욕할 일은 아니다. 논리 위에 심리라고 오히려 반감만 살 뿐이다. 이해와 애정을 보이며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잘못하면 혹자는 볶은 커피에도 발암 관련 물질이 19종이나 있다는 식으로 반발할 수도 있다. 흡연하면 폐암에 걸릴 수 있다지만 “그럴 수 있다”라는 말만큼 애매한 것이 없다. 결국은 얼마나 위험한가의 문제를 따지게 되어 있고 다시 개개인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에 의해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까지의 통계로 흡연자의 80%는 폐암과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흡연은 어느 정도로 규제해야 할까? 이럴 때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학자가 애정남이 될 수 있을까? 지난 2008년 흡연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15번 염색체에 위치한 니코틴 아세틸콜린 수용체(nAChR) 유전자의 변이가 폐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인간은 염색체를 쌍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유전자도 쌍으로 가지고 있는데 한쪽에만 변이가 일어난 사람의 폐암 발병률은 약 28% 더 높고 양쪽에 변이를 가지고 있으면 무려 81%나 높았다. 그렇다고 양쪽에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흡연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금연을 강제하는 것은 어렵다. 이렇듯 개별 질병의 경우에도 다양한 위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위험의 평가는 더욱 어렵다. 한국인 프리온(광우병의 원인 단백질)의 유전형이 다른 민족들보다 ‘인간 광우병’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도 위의 nAChR 유전자 변이와 비슷한 문제다. 최근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어 다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단 4년 전 학습했던 것을 다시 간략히 복습해 보자. 광우병(mad cow disease)의 학술명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이다. 해면은 스펀지와 비슷한 모양이므로 소해면상뇌증은 소의 뇌가 스펀지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을 때 붙이는 병명이다. 동물의 뇌가 스펀지 형상을 보이는 경우를 통틀어 TSE라고 부르고 사람의 뇌가 스펀지처럼 되었을 때는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이라고 부른다. CJD 중에서 소해면상뇌증에 걸린 소를 먹고 생기는 CJD를 ‘변종 CJD (vCJD)’ 속칭 ‘인간 광우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vCJD는 얼마나 위험할까? 이 역시 사람에 따라 민감도가 다르다. 과학자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숫자로만 따져 보자. 1986년부터 2002년까지 영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의 숫자는 집계된 것만 18만마리가 넘는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영국인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996년부터 2011년 봄까지 vCJD로 판명난 사람은 180명이 채 안된다. 수십년 잠복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창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발병 환자의 수는 계속 줄고 있다. 이 때문에 설령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vCJD에 걸릴 위험성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일정 정도 타당하다. 하지만 반대로 미량의 변종 프리온이 해면상뇌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한 지인은 헌혈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심지어 1980년부터 1996년까지의 기간에는 1개월 이상 영국에 거주한 모든 사람의 헌혈을 금지시키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하기에 여행이나 출장을 다녀온 사람도 헌혈을 금지한 것일까? 30년 전 잠깐 영국에 거주했던 사람의 헌혈마저 금지한다면 혈액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극미량의 변종 프리온조차 조심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과학은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 결과는 미완결이기에 새로운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내용은 수정되고 발전된다. 그 와중에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부분과 때로는 잘못된 결과가 섞여 있기도 있다. 따라서 그 판단을,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과학자의 다수결로 내리기는 어렵다. 과학자만이 애정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국민은 존중받고 싶어 한다.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확률적으로 지극히 낮다고 하더라도, 과학에 대한 오해가 섞여 있더라도, 국민을 타박만 해서는 안된다. 왜 믿어주지 않느냐고 화내기 전에 과연 국민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었는지 자문해 보는 것이 먼저다. 골프장에서 홀인원하고 벼락 맞을 정도의 확률이라는 식으로 계산해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 버지니아의 로이 설리번은 평생 일곱 번의 벼락을 맞았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5-13 21:09:24ㅣ수정 : 2012-05-13 21: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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