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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니아 in 언론/과학오디세이(경향신문)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미생물과 더불어 함께 살기

바이오매니아 2012. 6. 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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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칼럼은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얼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햄버거 속의 세균 배양 실험을 했는데 세균수가 제로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는데요. 실험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뭐라고 답을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세균수가 0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한 쪽에서는 햄버거에 방부제와 같은 것을 넣지 않았는지 의심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실험이 잘못되었을 것 같다고 주장했지요. 저는 후자의 주장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답을 여기서 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미생물 실험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미생물에 대해서 좀 더 알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엔 메타게놈과 장내미생물 연구가 여러 좋은 저널에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요. 좀 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겨레 사이언스온의 글을 참고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체질'이라고 하는 것은 좀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인데 아무튼 장내미생물이 단순히 정장작용의 수준을 넘어 여러가지 인간대사와 좀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한약의 성분을 몸에 흡수하기 좋게 만드는데도 장내미생물이 관여한다는 말도 나오더군요. 


아무튼 이젠 미생물과의 공생도 신경써야 하는 시대인가 봅니다. 미생물보다는 인간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하긴, 요즘엔 "더불어 함께" 같은 말은 잘 쓰지도 않더라구요. 심지어 칼럼에서도 같은 의미의 중복이라고 다 바꿔버렸더군요. 나 혼자 먹고 살기도 바빠서 그런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학 오디세이]인간과 미생물 ‘더불어 살기’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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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칼럼 마지막에 나오는 "Humans are not alone"으로 시작하는 논문은 Nature Reviews Rheumatology에 실린 논문인데요. 궁금하신 분은 여길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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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인간과 미생물 ‘더불어 살기’

미생물은 눈으로 보지 못하는 작은 생물이다. 보통 세균, 고세균, 효모, 곰팡이로 분류한다. 효모와 곰팡이는 핵이 있는 진핵생물(진균)이고 세균과 고세균은 핵이 없는 원핵생물이다. 고세균은 과거엔 세균이었으나 지금은 세균과는 다른 미생물로 분류한다. 그래도 굳이 편을 가르자면 세균과 고세균이 한편이고 효모와 곰팡이가 한편이다. 바이러스도 미생물에 넣어주는 경우가 많지만 바이러스는 생물이라고 보기엔 좀 애매하다. 때문에 바이러스 증식을 막아주는 항바이러스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효모나 곰팡이를 죽이는 항진균제는 쓰임새가 다르다. 바이러스 질병인 감기에 항생제를 왜 쓰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생물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무소부재, 즉 어디에나 있다. 세균 박멸을 외치는 제품들을 보면 주로 99.9% 제거한다고 표현한다. 100%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시 국지적으로는 세균의 제거가 가능하지만 곧 어디선가 날아오거나 묻어온다. 균을 박멸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온도, 수분, 수소이온농도(pH) 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도 그나마 세균은 죽이기 쉬운 편이다. 곰팡이나 효모는 포자라고 하는 씨앗을 가지고 있어서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 보통 미생물은 121도 이상의 열처리를 해서 살균하지만 효모나 곰팡이의 포자는 열처리에도 죽지 않고 조건만 맞으면 다시 피어난다. 일부 세균도 열에 강한 포자를 가지고 있다.

실험적으로 배양되지 않는다고 미생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키울 수 있는 세균은 실제 존재하는 세균의 1% 내지 5% 내외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최근엔 균을 배양하지 않고 환경 샘플로부터 직접 유전자를 뽑아 분석하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세균의 존재를 밝혀내고 있다. 이를 메타게놈(metagenome) 분석법이라고 한다. 이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우리 주변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키아(archaea)라고 불리는 고세균은 심해저나 화산지대, 염호와 같은 극한환경에서만 주로 존재하는 극한미생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리가 먹는 식품 속에도 있고 심지어 사람의 장내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렇듯 무소부재한 미생물은 우리 몸 안에도 있다. 치아를 썩게 만드는 구강미생물, 위에서 발견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유산균 등 장내 미생물들이 대표적이다. 

장내 미생물은 유산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대장균부터 메탄 생성 고세균까지 매우 다양한 균들이 존재한다. 

특히 장내 미생물 중에서 인체에 유익한 균들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라고 부른다. 주로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해주고 정장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2006년 12월 과학저널 ‘네이처’엔 비만과 장내 세균의 분포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논문이 발표되었다. 사람의 비만도에 따라 장내 세균의 종류가 달랐을 뿐 아니라 장을 깨끗이 비운 쥐에게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을 주입하였을 때 그 체중에 차이를 보였다. 비만의 원인이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장내에 갖고 있는 미생물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장내 미생물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대부분 식품을 통해 섭취되므로 식품 섭취에 따른 장내 미생물의 분포, 그리고 그에 따른 면역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유아의 장내균총이 일반 유아들과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관절염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들이므로 모든 원인을 장내 미생물에 돌려서는 안된다. 

아무튼 장내 미생물의 유전자 수는 인간 유전자의 150배에 이른다. 때문에 인간 게놈(human genome)뿐만 아니라 장내 미생물들의 게놈(마이크로비옴·microbiome)에 대한 중요성까지 부각되면서 이를 ‘제2의 게놈(second geno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른바 인간과 장내 미생물의 공생이라고 부를 만하다. 

‘Humans are not alone(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최근에 본 논문 초록의 첫 줄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수백만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간다. 더불어 사는 것은 인간과 인간을 넘어, 인간과 동식물을 지나, 이젠 인간과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아직 인간과 인간끼리 더불어 사는 것도 잘 못하고 있다. 오히려 미생물과 함께 사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6-10 21:15:52수정 : 2012-06-10 2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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