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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금메달과 김치의 힘

바이오매니아 2012. 8. 4. 22:04

젓가락을 형상화한 사이언스 표지.

이번 경향신문 과학오디세이 칼럼은 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치라고 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이자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식품이죠. 그러다보니 한국과 김치를 엮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올림픽 여자 양궁선수들이 올림픽 7연패를 하자 외국 언론에서 김치의 힘이라고 했다는 뉴스까지 나왔다더군요. 정확하게는 김치를 먹어서가 아니고 한국 여성들이 김치를 손으로 담그면서 손가락의 민감성이 높아지고 뭐 그런 것들이 한국 양궁이나 골프가 강한 이유가 아니냐는 약간 가십성 기사입니다. 아마 양궁 코치의 인터뷰에서부터 나온 기사 같은데 아마 이런 이야기들이 양궁 선수들 사이에 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젓가락 이론은 황우석 박사가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사이언스 논문을 냈을 때도 한국인의 손재주를 칭찬하며 나왔던 것이고 그래서 사이언스지 표지에는 염색체를 젓가락처럼 만들어서 표현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주제가 그건 아니고 그냥 김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치가 뭐에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겠지요. 특히 칼럼에 나와 있는대로 SARS나 조류독감시에는 전세계적으로 뉴스가 되기도 했었죠. BBC 뉴스의 보도는 국내에도 많이 보도되었고 건강잡지 <헬스>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된 뉴스도 여기저기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김치에 대한 과학적 논문은 그 명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김치와 바이러스 질병이나 암과 관련된 논문은 생각보다 너무 적고 어이없게도 저자 이름이 김치(Kimchi)인 경우가 더 많더군요. 대체 그동안 쏟아졌던 많은 보도와 방송에 나온 실험들은 무엇이었는지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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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금메달과 김치의 힘

우리나라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 양궁 단체전 7연패를 달성했다. 전 세계가 한국 양궁의 비결을 궁금해하고 있을 때 로이터통신은 그 이유로 김치와 젓가락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예로부터 손으로 김치를 담그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을 쓰면서 손의 민감성을 키워왔고 이런 것이 양궁이나 골프와 같은 운동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젊은 양궁 선수들이나 골프 선수들이 김치를 담가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선조들의 그러한 습성이 유전된 것이라면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는 생물학의 기본 원리를 뛰어넘는 엄청난 발견이거나 후성유전학의 증거일 수도 있다.

아무튼 김치에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먹어서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김치를 담그는 것만으로도 힘을 주니 말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곧 ‘김치 파워’로 전환되곤 한다. 아마 사람들이 뭔가 그럴듯한 이유 만들기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치가 좋은 식품이라는 것은 이제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겨울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인 사스(SARS)는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를 휩쓸며 7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단 한 명이 감염되는 데 그쳤다. 그러자 혹시 이게 김치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스가 지나간 후 H5N1 인플루엔자, 즉 조류독감이 돌았지만 그 역시 우리나라를 비켜갔다. 그러자 영국 BBC에서 한국의 김치가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했고 김치는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됐다. 조류독감이 수그러든 2008년, 미국의 건강 잡지 ‘헬스’는 김치를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5대 식품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김치를 자주 먹지 않는 일본에서도 사스와 조류독감 발병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반면 1918년 겨울부터 전 세계 수천만명을 죽음에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 발생 시엔 700만명이 넘는 조선인이 독감에 걸렸고 그중 사망자만 14만명 가까이 됐다. 일제강점기엔 김치를 많이 먹지 않았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김치와 바이러스 질병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검색 결과가 거의 없다. 유명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인플루엔자와 김치를 키워드로 논문을 검색해보면 올해 초까지 검색된 논문은 단 한 건이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저자의 이름이 에릭 김치(Eric Kimchi)였다. 다행히 지난 7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김치 유산균과 저병원성 조류독감(H9N2)에 관한 논문이 한 편 발표돼 지금은 단 두 편의 논문이 검색된다. 이것이 전부다.

물론 특허는 몇 건 있다. 혹시 특허 때문에 아직 논문 발표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특허의 실험은 논문만큼 엄격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과학자들에 의해 엄격하게 심사받지도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치는 다양한 채소류의 염장 발효 식품이다. 미생물은 어디에나 다 있기 때문에 소금을 넣지 않으면 부패균에 의해 부패가 먼저 일어나는데 소금을 넣으면 부패균보다 젖산균(유산균)의 생육이 빠르므로 발효가 일어나 먹을 수 있게 된다. 젖산균은 정장작용이나 부패균 억제 등 몸에 좋은 효과를 주기도 하기 때문에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 관련 학회에서는 젖산균 섭취에 김치가 좋으냐 요구르트가 좋으냐는 대결이 일어나기도 한다.

게다가 김치에는 마늘, 고추 등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간다. 그 성분들 중에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물질들과 비타민이 있어서 좋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동물성 식품 섭취가 늘어나는 요즘, 김치는 식물성 식품 섭취의 한 방법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발효와 부패가 종이의 양면이듯 발효 식품이 꼭 몸에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발효를 통해 소화가 잘되거나 이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미생물들이 그런 것만 골라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런 것만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효를 위해서는 대부분 소금을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인의 식습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나트륨 과다 섭취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치가 암 발생 억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위암 발생의 인자라는 주장도 있다. 짜게 먹는 것은 위암과 큰 상관관계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둘 다 짜게 먹는 나라이자 다른 암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아무튼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김치의 힘이 아니라 선수와 지도자의 피땀 나는 노력 덕분이다. 때로는 올림픽에서의 과도한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음식까지 거기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 김치의 뛰어난 능력을 입증하고 싶으면 좀 더 엄밀한 과학적 연구를 하는 것이 옳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08-05 21:38:30수정 : 2012-08-05 21: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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