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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매니아 in 언론/과학오디세이(경향신문)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변형"과 "조작"사이

바이오매니아 2012. 10. 8. 00:43

지난 한 달 동안 제 블로그는 휴업상태였습니다. 스페인에 국제극한미생물학회 다녀오고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짤리지 않기 위해 논문쓰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마지막 포스팅이 지난 달 칼럼이었네요. 게다가 추석 때 한 주 쉬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한 달이 넘었습니다. 하긴 온라인에 글쓰는 것도 이젠 좀 그만 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계속 맴도는데다 요즘은 트위터나 페북으로 짤막하거 간단한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뭐 쉬었다는 생각은 사실 별로 들진 않습니다만... 아무튼 각설하고!


이번 내용은 다루기 싫었던, 그렇지만 다뤄야 할 것 같았던 GMO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GMO에 대한 논쟁은 솔직히 따라가다가 질렸습니다. 더 이상의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었구요. 제가 보기에 가장 바람직한 모습의 논쟁은 사이언스 온의 "GMO의 논쟁상자를 다시 열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역시 뭔가 합의하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 않았나 싶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실생활의 영역으로 내려오면 논쟁은 이보다 훨씬 무식하고 격렬하죠. 


아무튼 이번 주제는 얼마전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으로 촉발된 GMO 문제입니다. 거기에 GM cow의 저알러지성 우유의 이야기와 줄기세포로 난자를 만들었다는 뉴스를 덧붙였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기술의 진보는 정말 눈이 빠르게 돌아가는데 과연 저런 기술들이 정말 우리 삶을 진보시켜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칼럼에서 다뤄볼 만한 이야기는 많았는데 지면상 다루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큰 차원의 논의"라고 대충 뭉뚱그려 썼는데 사실 GMO의 문제를 자꾸 위해성의 문제로 치환하면 anti-GMO 쪽이 이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오히려 환경과 경제와 생태의 문제로 접근을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주제넘은 충고를 하고 싶더군요. 이번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은 나중에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리가 몬산토의 돈을 받은 연구자의 발표를 좀 의심스런 눈으로 보듯이 CRIIGEN(Committee for Research and Independent Information on Genetic Engineering) 같은 대표적인 GMO 반대 그룹의 연구도 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예전 발표에선 90일 동안만 섭취해도 장기손상이 일어난다고 보고했는데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구요. 무엇보다 컨트롤에서도 지나치게 암 발생률이 높지 않나 싶고 dose-dependent 하지 않다는 것도 궁금합니다. 아래의 외신과 논문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이번 프랑스 연구진(CRIIZEN)의 GM 옥수수의 위해성 관련 NYT의 기사

프랑스 연구진의 이번 논문 (Food Chem Toxicol)

CRIIGEN 연구진의 과거 단기 실험 연구 뉴스와 그 논문

GM cow가 저알러지 우유를 만든다는 BBC 뉴스와 그 논문(PNAS)

줄기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쥐를 탄생시켰다는 뉴스 (Scientific American)와 논문 (Science Express)


[경향신문 과학 오디세이]"변형"과 "조작"사이 (전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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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오디세이]“변형”과 “조작” 사이

다시 GMO가 문제다. 얼마 전 프랑스 연구진이 GM 옥수수를 먹은 쥐들이 암에 잘 걸리고 장기손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마리의 쥐에게 무려 2년 동안 GM 옥수수를 먹였다고 하니 일단 그 노고에 머리가 숙여진다. 쥐의 평균 수명이 2년 정도였으니 망정이지 20년이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런데 GM 옥수수란 뭘까? GM은 자동차 회사 이름이 아니라 genetically modified의 약자다. 그런데 그걸 우리말로 하면 답이 좀 애매하다. 앞동네에서는 유전자 “변형”이라고 하고 뒷동네에선 유전자 “조작”이라고 한다. GMO란 이렇게 유전자가 변형 또는 조작된 organisms(생물체)를 뜻한다.

“변형”은 형태가 변한 또는 좀 더 생물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형질이 변했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앞동네에서 GM 옥수수라고 하면 유전형이 변한 옥수수라는 뜻이다. 반면 “조작”은 뭔가 나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바꾼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뒷동네에서 유전자 조작 옥수수라고 하면 뭔가 안 좋게 바뀐 옥수수라는 뜻이다. 동일한 영어 단어 하나를 이렇게 전혀 느낌이 다르게 번역하는 또 다른 예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논문의 가장 큰 의미는 2년이라는 시간에 있다. 태어나서 몇 주 되지 않은 쥐에게 죽을 때까지 평생 GM 옥수수를 먹인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는 비록 최고의 저널은 아니지만 그래도 peer review 저널(다른 전문가들이 심사해서 게재를 판정받는 저널)에 논문이 실렸다는 점이다. 

조금 돌려 말하자면 이런 연구 논문들이 전문가 심사 저널에 실리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안 실어 주거나 실어줄 만하지 않거나.

일부 뒷동네 사람들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로 앞동네 사람들이며 거대 다국적 기업과 결탁해서 연구비로 연명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앞동네 사람들은 언론이나 책에다 딴소리하지 말고 실어줄 만한 결과만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 속에는 그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확신도 조금 숨어 있는 듯하다.

그런데 뒷동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앞동네 사람들이야말로 기존의 이론을 뒤집는 뭔가 대박을 터뜨리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만일 GMO가 인간이나 동물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밝혀내기만 하면 먼 훗날 10월의 주인공인 노벨상 수상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럴 낌새가 보이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들 사람들이 바로 앞동네 사람들이다. 당장 GMO 독성학회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반면 앞동네 사람들은 우리가 지금 먹는 수많은 농산물이 육종의 결과이듯 GMO도 육종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논리로 불안을 진압할 수 없으니까 허황된 청사진을 그리려는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인류 식량 위기 탈출이니 미래 농업의 부가가치 확대 운운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안다. 식량이 부족한 것보다는 나눠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설령 GMO가 새 세상을 열어준다고 해도 그건 일부 앞동네 사람들의 이익에만 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지난주에는 뉴질랜드 연구진이 저알레르기성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데이지를 탄생시켰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젠 GM corn(옥수수)이 아니라 GM cow(젖소)의 우유를 마실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영아의 3% 정도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베타-락토글로불린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데이지는 베타-락토글로불린을 만드는 유전자를 변형 또는 조작하여 탄생하였다. 어린 젖소는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므로 호르몬을 투여하여 생산한 데이지의 우유에서 베타-락토글로불린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우유가 안전할 것이냐 아니냐에 관심이 있겠지만 정작 과학자들의 관심은 RNA 간섭(interference)이라는 방식으로 이젠 유전자 변형 또는 조작 동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우유뿐만이 아니라 더 다양한 축산 및 수산 제품을 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GM 젖소는 예상치 않게 꼬리가 없었다고 하니 GM 젖소의 우유가 팔릴 날이 가깝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이 글을 끝맺으려는 와중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e메일이 날아왔다. 일본 연구진이 줄기세포로부터 난자를 만들어 수정시켜 생쥐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로부터 정자를 만드는 기술은 작년에 이미 발표되었는데 이제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모두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불임 시술의 새 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단다.

이렇듯 기술의 진보가 과학자들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니 이런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두렵고 혹시나 걱정하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러니 뒷동네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이라고 계속 주장할 것이고 앞동네 사람들과의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변형과 조작 사이의 어딘가에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겠지만 신념의 문제는 타협이 어렵다. 이제는 단순한 위해성의 문제를 넘어 더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한승 | 신라대 교수·바이오식품소재학>

입력 : 2012-10-07 21:10:53수정 : 2012-10-07 21: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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