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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두 권의 책

바이오매니아 2013. 7. 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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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은 연일 비가 오고 흐리다는데 부산은 연일 땡볕에 무더위입니다. 이럴 때는 책이 최고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더우니까요. 그래서 책을 몇 권 사서 밤마다 읽었는데 그 책이 바로 아래의 두 권입니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하비 리벤스테인, 지식트리)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임종한, 예담), 이 두 권의 책은 식품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방학을 맞아 읽은 두 권의 책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는 식품과 관련된 루머를 격파(?)하는 책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꼼꼼하고 실증적인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매우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식품에 관한 담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세균, 우유, 요구르트, 비타민, 소고기, 지방, 콜레스테롤이 어떤 흥망성쇄를 겪었는지 보다 보면 과연 식품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비 리벤스테인이 "두려워하지 말고 닥치고 다 드셈!"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식품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기는 주체는 때로는 시민사회단체, 때로는 식품업체, 때로는 과학자와 정부, 때로는 의약업체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흔히 식품 논란에 있어서 시민사회단체는 창, 식품업계는 방패, 이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아니라는 거죠.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옳다고 믿을 수록 더욱 그렇죠. 바로 그 예가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는 실증적인 부분은 별로 없고 과감한 생략과 논리 건너뛰기로 일관합니다. 아마 선정적인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즐겨보신 분이라면 대부분 한 번 쯤은 다 들어본 이야기들일 것입니다. 이 책을 가로지르는 일관된 입장은 이 세상 속의 아이들이 독성물질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제 생각에 그 주장들은, 많이 봐줘서, 절반 정도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절반이 진실이라도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게 바로 "두려움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첫 페이지부터 반론할 것을 표시하다가 너무 많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이 말만은 덧붙이고 싶네요.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독성물질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저는 50년 전보다 지금이 훨씬 더 안전한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솔직히 아이들을 볼모삼아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임종한 선생님의 진심을 믿습니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그 분이 노력해오신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선의가 언제나 선행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식품과 관련된 문제 제기(책의 part 1 부분)는 상당 부분이 엉터리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의 근원에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고, <진보집권플랜>중에서 조국 교수님이 말씀하신 "한국 사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라고 하면, 저는 '불안 사회'라고 답하고 싶어요."라는데에 동의하는 입장에서 이런 책은 괜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데 더 기여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앞섭니다. 


덧붙임1. 두 책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고 보니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표지에 "음식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써 있군요.


덧붙임2.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흥미로운 부분들... 


1)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해온 세력은 식품가공업체, 이해관계자, 공중보건당국, 학자, 연방 정부, 비영리자선단체, 과학자와 의사 등 (7쪽)


2) 1920년대 이전엔 암도 세균이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파리가 세균을 옮기는 온상이고 거리를 덮었던 말똥이 주 서식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동차가 나오면서 마차가 사라지고 말똥이 없어지면서 파리가 사라졌다. (30쪽)


3) 세균 병원설이 나오면서 상한 우유가 영유아 사망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저온 살균법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우유를 살균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며 반대했고 영세한 우유배달업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으며, 우유인증제를 주장하던 우유업체들도 반대했다. 하지만 저온살균이 의무화되자 대대적인 우유켐페인을 통해 우유는 완전식품이 되었다. (37-42쪽)


4) 유산균으로 유명한 메치니코프는 노벨상을 받았지만 유산균 연구로 받은 것이 아니라 면역학인 phagocytosis(혈액으로 들어온 세균을 백혈구가 잡아먹는 식균작용)로 1908년 노벨의학상(책에서는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메치니코프는 면역학을 연구하다, 장내 면역, 유산균으로 연구 주제를 옮겨간 케이스.


5)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시민운동, 베트남전 반대, 여전히 굶주림에 허덕이는 미국 빈곤층에 대한 폭로, 환경 우려 등은 식품을 포함해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 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소비자 보호 운동가 랄프 네이더였다. (96쪽)


6) 1973년 FDA가 비타민 업체들이 광고에 비타민의 건강상 이점을 명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분노한 시민들은 엄청난 양의 항의 편지를 의회 의원들에게 보냈다. 당시 의원들의 책상에 쌓인 항의 편지는 동시대 최대 스캔들로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보다 많았다. (189쪽)


7) 이미 훈자의 식습관과 자연식품에 이미 푹 빠져 있던 훈자필리아들의 귀에는 일본의 연구팀과 다른 연구자들의 과학적, 의학적 발표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훈자 필리아들은 기본적으로 현대 과학과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과학과 기술이 현대의 식품 가공을 탄생시켰으며, 이로 인해 식품의 영양소가 파괴돼 질병과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었다. (207쪽)


8)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로코 정부는 UN의 문화유산 보호 전담 기구인 UNESCO에 지중해식 식습관을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리스가 주도적으로 나서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그리스는 지난 수년 동안 늘 유럽에서 가장 뚱뚱한 국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즈 박사가 지중해식 식습관의 모범 사례로 꼽았던 크레타 섬 원주민들도 유럽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비만 순위 상위에 랭크돼 있었다. (279쪽)


덧붙임3. 내용에 비해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의 번역은 매우 아쉽습니다. 특히 의학이나 식품 쪽 용어는 어색한 것이 많네요.  


덧붙임4.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의 주장 중에 확인해보고 싶은 것들 몇가지...


1) 담배연기에 직접 닿는 기관들, 가령 구강이나 식도, 폐, 그리고 기관지 관련 암은 90% 이상이 흡연 탓이다.(8쪽)

2) 아이들이 흔히 걸리는 감기에도 테트라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하곤 하는데 이는 피부 발진을 유발할 수 있는 약이다.(173쪽)

3) 오징어와 새우, 굴처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해산물은 태아에게 아토피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니 특히 멀리해야 한다.(227쪽)

4) 체온을 높이는 데는 바른 먹거리 선택도 운동만큼 중요하다. (양파, 생강, 밤, 단호박, 홍삼, 사과, 천일염 등) (2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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